전국 각지에 누구나 팝업북 즐길 수 있는 공간 만드는 것이 목표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재활용되지 않는 코팅된 그림책 종이는 팝업북을 만드는 데 가장 좋은 재료입니다. 종이 쓰레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최대한 오래 볼 수 있게 하고 싶어 그림책 정크 아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드는 안선화 작가는 자신을 정크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보통 그림책은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이 되지 않아 그냥 버려진다. 안 작가는 이렇게 버려진 그림책을 모아 팝업북으로 재탄생시키는 북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팝업북은 페이지를 펼쳤을 때 준비된 그림이 입체적으로 올라오도록 고안된 책이다.
국내외에서 책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버려진 그림책을 활용해 팝업북으로 업사이클링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는 안 작가가 유일하다. 헤지거나 낙서가 가득한 그림책을 오린 후 버려진 상자를 꾸미는 것에서 시작된 활동은 팝업북 형태의 업사이클링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팝업북을 만든지도 벌써 15년째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 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안 작가는 작업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그림책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팝업북은 낡은 그림책에서 오려낸 그림 조각들을 입체적인 팝업 형태로 만드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버려지는 그림책을 직접 수거해 작업했지만 지금은 도서관, 학교, 출판사 등에서 보내준 폐기 및 반품 도서나 헌책방에서 구매한 책을 이용해 팝업북을 만들고 있다.
안 작가가 작업한 팝업북은 판매되지 않고 주로 전시회나 수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는 관람객이 직접 팝업북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 전시회를 열거나 수업을 진행하며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
안 작가는 "팝업북을 만들면서 버려진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라며 "더 이상 필요 없어 버려진 그림책 속 조각들을 하나하나 오려 내며 아이들은 다시 한 번 그림 속 캐릭터와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직접 팝업북을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고 신기해한다. 쓸모없어진 그림책에 마음을 담아 다시 멋진 책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통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안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것이다.
책의 바코드 자리에 붙이는 '피노키오' 스티커에는 이런 그의 마음을 담겨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정성껏 나무 인형을 깎아 피노키오를 진짜 인간으로 만든 것처럼 버려진 것에 마음을 담아내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그가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안 작가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팅된 그림책을 업사이클링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림책 코팅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보는 만큼 오염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팅이 꼭 필요하다면 최대한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팝업북 외에도 많은 작가가 책을 활용해 조형물을 제작하거나 종이를 이용한 페이퍼 아트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업사이클링 작업을 함께하는 이들이 더 많아져 더 많은 폐품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버려지는 책들을 모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전국 곳곳에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아와 팝업북을 만들고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싶다"라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