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화 정크 아티스트 “북 업사이클링으로 아이들에게 나만의 그림책 선물해요“
안선화 정크 아티스트 “북 업사이클링으로 아이들에게 나만의 그림책 선물해요“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3.01.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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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그림책 팝업북으로 재탄생시키는 ‘북 업사이클링’으로 새로운 가치 부여
전국 각지에 누구나 팝업북 즐길 수 있는 공간 만드는 것이 목표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재활용되지 않는 코팅된 그림책 종이는 팝업북을 만드는 데 가장 좋은 재료입니다. 종이 쓰레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최대한 오래 볼 수 있게 하고 싶어 그림책 정크 아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들어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하고 있는 안선화 작가 (이미지 제공 : 안선화 작가)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들어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하고 있는 안선화 작가 (이미지 제공 : 안선화 작가)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드는 안선화 작가는 자신을 정크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보통 그림책은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이 되지 않아 그냥 버려진다. 안 작가는 이렇게 버려진 그림책을 모아 팝업북으로 재탄생시키는 북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팝업북은 페이지를 펼쳤을 때 준비된 그림이 입체적으로 올라오도록 고안된 책이다.

국내외에서 책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버려진 그림책을 활용해 팝업북으로 업사이클링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는 안 작가가 유일하다. 헤지거나 낙서가 가득한 그림책을 오린 후 버려진 상자를 꾸미는 것에서 시작된 활동은 팝업북 형태의 업사이클링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팝업북을 만든지도 벌써 15년째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 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안 작가는 작업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그림책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팝업북을 만들기 위해 낡은 그림책에서 오려낸 그림 조각들 (이미지 제공 : 안선화 작가)
팝업북을 만들기 위해 낡은 그림책에서 오려낸 그림 조각들 (이미지 제공 : 안선화 작가)

팝업북은 낡은 그림책에서 오려낸 그림 조각들을 입체적인 팝업 형태로 만드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버려지는 그림책을 직접 수거해 작업했지만 지금은 도서관, 학교, 출판사 등에서 보내준 폐기 및 반품 도서나 헌책방에서 구매한 책을 이용해 팝업북을 만들고 있다.  

안 작가가 작업한 팝업북은 판매되지 않고 주로 전시회나 수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는 관람객이 직접 팝업북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 전시회를 열거나 수업을 진행하며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

안 작가는 "팝업북을 만들면서 버려진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라며 "더 이상 필요 없어 버려진 그림책 속 조각들을 하나하나 오려 내며 아이들은 다시 한 번 그림 속 캐릭터와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직접 팝업북을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고 신기해한다. 쓸모없어진 그림책에 마음을 담아 다시 멋진 책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통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안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것이다.

책의 바코드 자리에 붙이는 '피노키오' 스티커에는 이런 그의 마음을 담겨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정성껏 나무 인형을 깎아 피노키오를 진짜 인간으로 만든 것처럼 버려진 것에 마음을 담아내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그가 북 업사이클링 활동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안 작가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팅된 그림책을 업사이클링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림책 코팅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보는 만큼 오염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팅이 꼭 필요하다면 최대한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버려진 그림책을 활용해 만든 팝업북 (이미지 제공 : 안선화 작가)
버려진 그림책을 활용해 만든 팝업북 (이미지 제공 : 안선화 작가)

그는 "팝업북 외에도 많은 작가가 책을 활용해 조형물을 제작하거나 종이를 이용한 페이퍼 아트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업사이클링 작업을 함께하는 이들이 더 많아져 더 많은 폐품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버려지는 책들을 모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전국 곳곳에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아와 팝업북을 만들고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싶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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