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축산업] ③ 비용 줄이고 생산성 높이는 해법은...글로벌 축산업에 부는 디지털 바람
[위기의 축산업] ③ 비용 줄이고 생산성 높이는 해법은...글로벌 축산업에 부는 디지털 바람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1.12.03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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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육류 소비량 증가세...늘어나는 수요 맞추기 위해 축산업 '디지털 전환' 필수
국내외 스타트업, IT기술 바탕으로 축산업 혁신 이끌어

[편집자 주] 세계의 축산업은 각 나라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맞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축산업 시장의 규모도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다. 미국에서 기르는 소 규모는 한국의 약 26배만큼 크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축산업은 현재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바로 노동력 부족 문제, 메탄 등 오염물질 문제, 생산성 정체 문제다. 공통으로 마주한 어려움을 각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지 짚어본다.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육류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5년 1인당 57kg 수준이었지만, 오는 2025년에는 74kg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은 2020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54.3kg으로 1인당 57.7kg 규모인 쌀 소비량을 거의 따라잡았다. 미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15년 이후 매년 증가해 2020년에는 120kg에 달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9억 명 수준인 세계 인구는 2050년 97억 명으로 증가하며, 이에 따라 육류 소비량도 지금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따라잡기 위해 디지털 전환으로 노동력 등 비용을 절감해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축산업의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가상 울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노르웨이 스타트업 노펜스. 소가 울타리 경계에 닿으면 소리 및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이미지 출처 : Nofence)
가상 울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노르웨이 스타트업 노펜스. 소가 울타리 경계에 닿으면 소리 및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이미지 출처 : Nofence)

먼저 넓은 목초지가 형성돼 있어 방목형 축산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목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가축을 이동시키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 노르웨이 스타트업 '노펜스'는 전기와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가축 목걸이를 개발해 울타리 없이도 가축을 방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울타리를 설치하기 어려운 고산지대나 자연 보호 구역과 같은 지역도 활용할 수 있어 목초지 및 가축 관리 비용이 절감된다. 노르웨이 식품 안전 당국은 노펜스 기술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2017년 승인했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원컵 AI'는 소 귀에 부착된 표식 없이도 인공지능으로 가축의 분만, 발정 등의 건강 지표를 기록해 농장주에게 제공하는 '뱃시(BETSY)'를 제공한다. 뱃시는 설치된 보안카메라의 영상을 분석해 각 가축을 인식해 활동성과 체중, 분만, 발정 등 건강 관련 지표를 데이터로 기록한다. 앵거스 소에 대한 개체 인식률은 100% 정확도에 도달해 적은 인력으로도 가축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캐나다의 100여 개 농장에서 뱃시를 이용하고 있다.

가축의 배란 여부나 정액 품질 등 농장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생체 데이터 정보도 일반 축산농장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스타트업 '버릴리티'에서 개발한 '퍼틸아이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농장에서도 쉽게 가축 정액 및 배란 표본 분석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제공되는 정보는 정액의 운동성, 농도, 형태 및 암컷의 배란 여부 등이다. 농장주는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수태율을 개선해 농장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리안 하트 버릴리티 최고경영자(CEO)는 "퍼틸아이즈는 증가하는 인류의 식품 수요를 효과적으로 맞추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아디오스 플랫폼을 점검하고 있는 정광효 ETRI SDF 융합연구단 진단플랫폼연구실 실장 (이미지 출처 : ETRI 웹진)
아디오스 플랫폼을 점검하고 있는 정광효 ETRI SDF 융합연구단 진단플랫폼연구실 실장 (이미지 출처 : ETRI 웹진)

한국의 축산업 또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가축 폐사율을 줄이고 생산성을 늘리려는 시도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T기술을 활용해 가축의 질병과 방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아디오스(ADiOS·Animal Disease management Operating System)'를 선보였다. 아디오스는 가축이 질병에 걸렸을 때 나는 소리와 행동 변화 등 데이터를 수집해 질병 증상을 감지하는 알림 기술을 탑재했다. 또한, 질병 의심 농장에서 진행한 진단키트의 검사 결과는 아디오스 플랫폼에 바로 송출돼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돼지 구제역을 기반으로 개발된 아디오스 플랫폼은 현재 농장 두 곳에 적용되어 돼지 1만두를 관리하고 있다. 향후 소, 닭 등 여러 축종의 질병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는 디지털 가축 관리 솔루션 '팜스플랜'에 가입한 농장의 실제 생산성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팜스플랜은 축사에 설치된 CCTV로 가축 움직임을 분석하고, 혈액에서 면역력 데이터를 수집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다.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생산성 지표가 최대 30%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지난 11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으며, 인도와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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