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축산업] ① 소는 누가 키우나...노동력 부족에 신음하는 글로벌 축산업
[위기의 축산업] ① 소는 누가 키우나...노동력 부족에 신음하는 글로벌 축산업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1.11.17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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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수혈 제동...비자 규제 완화하고 불법체류 규제도 풀고 
美 양돈협회, 외국인 노동자 비자 완화 촉구...생산비용 증가하면 소비자 물가 상승 경고
英, 코로나19·브렉시트 '이중고'...돼지 6천 마리 살처분

[편집자 주] 전세계 축산업은 각 나라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맞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축산업 시장 규모도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다. 미국에서 기르는 소의 규모는 우리나라의 26배에 이른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축산업은 현재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노동력 부족과 환경오염, 생산성 정체 문제다. 전세계 국가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어려움을 짚어보고 각 국가의 대응 방법을 점검해본다.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은 축산업의 오랜 고민이었다. 축사 및 가축 관리, 도축, 육가공 등에 이르는 축산업 전반의 일은 고되고 작업환경도 불호가 높아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왔다. 하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세계 축산업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축 관리하는 축산 노동자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 수혈 제동...비자 규제 완화하고 불법체류 규제도 풀고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촌 인구는 지난 1995년 285만 명에서 2020년 231만 명으로 급감했다. 20년간 약 52%나 감소한 수치다. 부족해진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노동력 수혈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배정된 4,917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한 명도 국내에 입국하지 못했다. 올해 배정된 4,406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입국이 불투명해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농업 분야 노동자가 부족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한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비자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법무부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최장 90일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C-4 비자 대신, 최장 150일까지 근무 가능한 ‘계절 근로(E-8) 비자’를 도입했다.

불법체류 관련 규제도 풀었다. 송출국 정부 보증이 있어야 계절 근로가 가능했던 기존 제도 대신, 한국 내 지자체가 배트남, 필리핀 등 주요 송출국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맺었으면 근로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농식품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격리시설을 확보하는 등 코로나19 방역 우려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美 양돈협회, 외국인 노동자 비자 완화 촉구...생산비용 증가하면 소비자 물가 상승 경고

미국 축산업계 또한 코로나19로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미국 정부에 외국인 근로자 비자 완화 촉구에 나섰다.

젠 소렌슨 전미양돈협회(NPPC) 회장은 지난 8월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양돈 산업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시급하다며 비자 정책 완화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발급을 제한한 바 있다.

NPPC는 정부의 비자 제한 정책이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양돈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NPPC에 따르면 축산업 일이 고된 탓에 내국인이 축산업 근로를 기피하고 있으며, 근무 여건을 크게 개선해도 유입되는 인력은 한계가 있다. 파종, 수확 등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노동력이 필요한 농업과 달리, 축산업은 연중 내내 노동력이 필요해 외국인 노동력 수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NPPC는 노동력이 상시로 필요한 축산업의 인력난을 개선하지 못하면 농장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소비자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근무하는 계절 근로 비자 대신, 연중 미국에서 근로할 수 있는 농업노동 취업비자를 신설해 축산업계 현실과 맞지 않는 비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전미양돈협회(NPPC)의 '연중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상시 노동자가 필요합니다' 캠페인 영상(이미지 출처 : NPPC 유튜브)
전미양돈협회(NPPC)의 '연중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상시 노동자가 필요합니다' 캠페인 영상(이미지 출처 : NPPC 유튜브)

한편 NPPC는 지난 7월 미국 양돈업계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연중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상시 노동자가 필요합니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은 4명의 양돈업 노동자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재 비자 체계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英, 코로나19·브렉시트 '이중고'...돼지 6천 마리 살처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미지 출처 : 보리스 존슨 페이스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미지 출처 : 보리스 존슨 페이스북)

영국 축산업계는 코로나19는 물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출하할 가축을 살처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축산 도축업에 종사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올해 1월 마무리된 브렉시트 이후 비자 승인 문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영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도축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농장에서 출하하는 가축을 거부하고 있으며, 농장이 포화상태인 농장주는 가축을 소각하거나 파묻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 10월까지 영국에서 도축 문제로 살처분된 돼지 수는 6천 마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브렉시트와 팬데믹의 합성 단어인 ‘브렉스데믹(Brexdemic)’이라는 신조어에 빗대고 있다. 다른 나라는 팬데믹만 겪는 것과 달리,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도축장 인력 부족 문제는 단순히 축산 농장의 손해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돼지고기 출하량이 평년 대비 4분의 1로 급감하면서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식품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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