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남 강원글로텍 대표 “한우 농가, AI 솔루션 도입 필수 시대 올 것"
안수남 강원글로텍 대표 “한우 농가, AI 솔루션 도입 필수 시대 올 것"
  • 장희원 기자
  • 승인 2020.12.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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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한우’ 계열화 사업 성공적 안착 기여...30년 경험과 노하우 바탕 ‘강원글로텍’ 창업
한국축산데이터와 팜스플랜 도입...“AI 솔루션 도입 통한 생산성 제고·소득 향상 기대”
안수남 강원글로텍 대표
안수남 강원글로텍 대표

[데일리원헬스=장희원 기자] “스마트팜 시대를 맞아 농가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인공지증(AI) 솔루션 도입이 필수일 시대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머지않아 AI 기술이 국내 한우 농가 구석구석까지 깊숙히 파고들어 수입 증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근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핵심 사업으로 기존 농축산업에 정보통신(IC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Smart Farm)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업계에서도 데이터 기반 AI 솔루션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발간한 ‘스마트팜 기술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성장율(CAGR) 16.4%를 기록할 정도다. 

정부에서도 스마트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와 ‘스마트팜 분야 뉴딜 투자설명회’를 열고,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스마트팜 연구·개발에 총 3,867억 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료= 농촌진흥청
자료= 농촌진흥청

농축산업계에서는 향후 스마트팜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기술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AI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10월에는 농촌진흥청이 충남대학교와 손잡고 AI 기반 딥러닝 분석기술을 적용해 소 도체 산육량을 예측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40여 년간 오로지 축산 분야 외길을 걸어온 안수남 강원글로텍 대표 역시 AI 기술이 국내 한우 농가의 생산성에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국내 한우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농가와 낮은 농가의 편차가 매우 큰 편”이라며 “향후 AI 솔루션 기술을 통해 사고축 폐해 감소, 번식성공률 향상, 효율적 체중관리 등 생산 환경 개선이 이뤄지면 농가별 생산성 편차가 고르게 나타나 소득 평균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관령한우’ 계열화 사업 성공적 안착 기여...30년 경험과 노하우 바탕 ‘강원글로텍’ 창업

지난 1979년 가축개량사로 축산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안 대표는 2010년 10월 평창영월정선축산업협동조합(이하 축협) 관리상무로 퇴직할 때까지 약 30년간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축산통이다.

특히, 축협 재직 당시 ‘대관령한우’를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한우 계열화 사업으로 안착시킨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우 계열화 사업이란 계열 주체가 브랜드, 유통, 사료판매 등을 목적으로 농가와 위탁 계약을 맺고 소, 사료, 약품, 깔집용 톱밥 등을 공급하며 참여 농가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계열 주체는 축사나 토지에 대한 투자 부담을 덜 수 있는 반면에 필요한 때 언제든지 균일한 품질의 원료육을 조달할 수 있다. 농가는 축사와 노동력을 제공해 수수료와 성과급을 받으며 소를 사육할 수 있어 축사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한우를 입식하기 어려울 경우 목장 초기 정착에 도움이 된다. 또 한우 가격의 등락에 따른 리스크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 대표는 국내에 고급육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초부터 한우 브랜딩 사업에 뛰어들어 1992년 거세우 첫 출하부터 1993년 서울 한우전문판매점 개장, 1994년 업계 최초 품질인증 획득, 1995년 대관령한우 브랜드 론칭 등 계열화 사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또한 1997년 200두를 시작으로 1998년 300두, 1999년 300두 등 3년간 대관령한우 800두를 일본에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대관령한우타운을 성공적으로 열어 현재 대관령한우를 최고 품질 지역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축협 퇴직 후인 2011년 1월에는 그간 축적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원도 평창군에 축산컨설팅 전문회사 강원글로텍을 설립했다. 국내 한우산업은 주먹구구식 농가 운영이 여전히 계속대 양돈업이나 양계업에 비해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 보급이 부진한 상태다.

강원글로텍은 설립 초기부터 축협과 제휴해 관내 한우 사육 조합원 4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한우 번식, 질병 관리, 고급육 도체중 증대 및 등급출현율 제고, 자금조달, 축사시설 관리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루며 개별농가에 집중컨설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도 평창, 영월, 정선 등 3개 군 사육두수가 2만 5,000두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협소하고, 청년 인력 이탈 등으로 축산 기반이 취약해 컨설팅 사업만으로는 회사 유지조차 어려워 2013년부터는 배합사료를 공급하는 대리점사업을 병행해왔다.

최근에는 소규모 농가 폐업이 계속 늘고 있어 100두 이상 중규모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우 계열화 사업과 직영농장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1차 사업으로 자체 계열화 80두를 마쳤으며, 현재는 2차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다.

올해는 300두 규모의 직영사업장 신축도 완료해 기존 축사(200두)까지 포함하면 총 500두를 사육할 수 있게 돼 내년부터는 직영농장 매출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축산데이터와 팜스플랜 도입...“AI 솔루션 도입 통한 농가소득·생산성 제고 기대”

강원글로텍은 지난 8월 한국축산데이터의 AI 솔루션 '한우 특화 팜스플랜'(farmsplan)’을 도입했다. 팜스플랜은 가축 나이, 체중 등 기초적인 정보뿐 아니라 혈액, 분변, 행동패턴 등 각종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농가 생산성 향상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축산 AI 솔루션이다.

안 대표는 “먼 거리에 있는 계열화 사업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도 즉시 제공할 수 있어 사업장과 원활한 소통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팜스플랜 PC버전 메인페이지 [자료=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 PC버전 메인페이지 [자료=한국축산데이터]

안 대표가 한우 특화 팜스플랜 도입으로 가장 주목하는 기대 효과는 사고축 발생 예방이다. 실제로 체중이 무거운 비육우가 바닥에 누워 있다가 깔집이 밀려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육성우들이 문짝 칸막이 파이프 사이에 목이 낀 상태로 넘어지거나 바닥과 문짝 사이에 누워서 자다가 머리가 들어가는 등 비상사태로 폐사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다행히 일찍 발견하면 문제가 없으나 일정 시간 동안 발견이 안 되면 폐사로 이어져 막대한 농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한우 사육 시 예기치 못한 사고로 폐사나 응급상황 발생 시 조치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쳐 농가가 입을 손실이 크다”며 “팜스플랜과 같은 AI 솔루션을 도입하면 CCTV에서 전송되는 소의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위급할 때 신호를 보낼 수 있어 사고축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 체중 측정이나 관리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육우는 체중이 대략 700~1000kg 정도로 출하된다. 하지만 소 저울을 가진 곳이 많지 않은 일반 농가에서 고삐도 하지 않고 소를 저울로 유도해 체중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기존처럼 저울을 놓고 계량할 경우 소가 뛸 때마다 발생하는 위 속의 PH 변화로 미생물이 정상 활동을 하지 못해 반드시 설사를 하게 된다”며 “체중 감량과 회복 기간 증체에 손실이 발생하고, 다른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소 체중을 측정하는 것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목표 체중에 이르러 출하하는 게 아니라 살찐 정도를 눈으로 가늠해 출하 시기를 결정하다 보니 출하 개체의 균일도를 높일 수 없고, 체중에 따른 사양 관리는 물론 효율적 축군 관리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만약에 CCTV에서 보내는 영상 데이터를 통해 AI가 체중을 분석할 수 있다면 기존에는 불가능하던 소의 비육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정확한 체중 예측도 가능하게 돼 사료비 절감과 C등급 출현 감소로 농가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 솔루션은 소 번식 관리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여러 마리의 소를 24시간 지켜볼 수 없어 발정적기나 이상행동 등을 조기에 감지하지 못해 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안 대표는 “AI 솔루션이 도입되면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해 번식우의 발정, 분만징후, 이상개체 등을 발견 즉시 사양가에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관령 한우 [자료=평창영월정선축협 홈페이지]
대관령 한우 [자료=평창영월정선축협 홈페이지]

강원글로텍은 올해 신축한 축사에 한우 특화 팜스플랜 가동을 위한 장비설치를 마쳤다. 이번 팜스플랜 도입을 통해 솔루션이 보유한 기존 기능 외에도 한우 농가에 꼭 필요한 신규 기능들이 다양하게 추가될 예정이다.

안 대표는 “한우 특화 팜스플랜을 직영목장에서 우선 실행하게 돼 기대가 크다. 사용 중 문제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솔루션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농가들에서도 상용화가 가능해지면 목장 확대와 계열화 사업 확대에도 적용하면서 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한우협회, 농협 등과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전세계적으로 동물복지 개념 확산 등 축산업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다”며 “우리 한우 농가들이 AI와 같은 기술 도입뿐만 아니라 소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단순히 소를 동물로만 취급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잘 대한다면 식용 가치도 함께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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