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부는 '동물복지' 바람...동물 사용 중단하고 홀로그램으로 대체
공연계에 부는 '동물복지' 바람...동물 사용 중단하고 홀로그램으로 대체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9.13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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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론칼리 서커스단, 살아 있는 동물 사용 중단...홀로그램으로 동물 대체
佛 물랑루즈, 공연에 뱀 사용 중단..."높아진 동물복지 요구 통감"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증기 기관차가 무대를 돌자 주인공들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선데이 모닝' 음악에 맞춰 쇼를 시작한다. 곧 밝은 초록색 앵무새가 등장하고 뒤이어 코끼리와 새끼 코끼리가 무대 중앙을 차지한다. 코끼리는 관객을 향해 쿵쾅거리며 트럼펫을 불다가 질주하는 말들에게 쫓긴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모든 게 독일 서커스단 공연장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습이다. 트럼펫을 부는 코끼리도, 질주하는 말도 실제 동물이 아니다. 실제 동물을 대신하고 있는 홀로그램이다. 

동물복지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을 이용한 공연계 풍토가 변하고 있다. 기술이 동물을 대체하고 살아있는 동물 사용을 자제하며 동물을 억압하는 잔인함 없는 공연이 확산되고 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코끼리로 공연하는 모습(이미지 출처 - 론칼리 서커스단 홈페이지)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코끼리로 공연하는 모습(이미지 출처 - 론칼리 서커스단 홈페이지)

독일 론칼리 서커스단은 지난 2018년부터 공연에 사용하던 살아있는 동물을 모두 홀로그램으로 대체했다. 지난 1991년부터 공연에 살아있는 사자와 코끼리를 사용하지 않았던 론칼리 서커스단은 2018년 모든 살아있는 동물의 공연을 중단하고 홀로그램으로 동물을 구현하고 있다.

패트릭 필라델피아 론칼리 서커스단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한 가운데 서커스 무대를 설치할 경우 대기하는 동안 동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라며 "동물을 보호할 수 없는 환경에서 더 이상 무대 위에서 실제 동물을 보여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론칼리 서커스단은 동물복지 강화를 고민하던 중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고인이 된 왕자의 홀로그램과 대화하는 '콜라보레이션' 공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필라델피아 단장은 "죽은 사람을 홀로그램으로 투사할 수 있다면 사자와 코끼리를 투사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무대 주변에 11개의 레이저 프로젝터를 설치해 홀로그램으로며 동물 없는 공연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적 댄스 공연장 '물랑루즈'

세계적인 댄스 공연장 프랑스의 물랑루즈((Moulin Rouge)도 지난 5월 공연에 살아있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동물복지 강화를 요구하는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의 압박의 결과로 물랑루즈가 문을 연지 134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은 물랑루즈가 살아있는 뱀을 공연에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육지 서식종인 동남아시아 그물뱀과 인도 비단뱀을 물속에 잠기는 퍼포먼스에 사용하는 것이 동물 학대 행위라며 공연 중단을 요구해왔다.

물랑루즈는 당초 뱀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내년까지 계획된 공연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 압박에 "동물복지 강화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인식에 공감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무릎을 꿇었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은 "전 세계 공연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물랑루즈의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오락이라는 명목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더 이상 관객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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