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상 수의연구관 “꿀벌 실종 문제 해결, 동물이 건강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
조윤상 수의연구관 “꿀벌 실종 문제 해결, 동물이 건강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
  • 윤현지 기자
  • 승인 2022.07.18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어진 장마기간·낮은 5~6월 기온 등 기후변화로 꿀벌 실종 사태 발생
원헬스 생태계 조성 필요…꿀벌 보호를 위한 행동 양식 변화 우선
꿀벌 실종 피해 농가, 응애 구제 어려움 겪어...약제 내성 주의해야

[데일리원헬스=윤현지 기자] “이번 꿀벌 실종 사건은 꿀벌 농가들과 민간단체 및 관련 정부기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환경을 보존하고, 동물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길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조윤상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세균질병과 수의연구관은 지난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달군 꿀벌 실종 메시지의 심각성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동물과 환경, 인간이 함께 건강하게 공존하는 원헬스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꿀벌 보호를 위해 한 그루의 밀원식물 식재를 소중히 하고 자연을 더욱 보호하는 국민적인 행동양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연구관은 서울대 수의학과 박사 취득 후 우리나라 동축산물 방역 및 검역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8년 전부터 기생충꿀벌질병연구실장으로 꿀벌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수의사회 산하 대한꿀벌수의사회 부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꿀벌 농가를 살펴보고 있는 조윤상 수의연구관(오른쪽 첫 번째)

그는 이번 꿀벌 실종 사건이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최근의 이상 기온으로 꿀 흉작이 일어났다. 국내 양봉산업의 주산물인 아까시꿀은 아까시 개화 시기인 5~6월에 약 1개월 동안 채밀된다. 이 기간 기온이 낮거나 많은 양의 비가 오면 개화가 미흡하거나 꿀벌의 채밀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 최근 2년간 5~6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이상 기온 현상이 발생했다.

꿀 흉작은 꿀벌의 식량에 큰 문제가 생기고 이는 곧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꿀벌의 수명은 채밀 및 활동 시기에는 45~60일 정도다. 월동, 즉, 겨울철을 나기 위해서는 비활동성을 유지하면서 생명을 다음 봄철까지 4~5개월 정도 연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다음 봄을 맞이했을 때 허약하거나 봄철까지 생명이 이어지지 못하고 겨울철에 죽게 된다.

“추운 겨울철에는 벌통 내에서 에너지를 축적하면서 다음 봄을 기다렸다가 봄이 되었을 때 벌통을 나와 외역 활동을 하며 얻은 식량과 여왕벌의 산란으로 벌통 전체의 생활사가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겨울 중간 따뜻한 시기가 있다면 꿀벌은 그 온도를 감지해 본능적으로 외역 활동을 하게 되죠. 이런 경우, 다음 봄철까지 생명이 이어지지 못하고 죽거나 외역을 나갔다가 기력이 다해 벌통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현상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따뜻한 겨울철에 대량 꿀벌 실종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은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 활동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꿀벌 위기의 단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 연구관의 설명이다.

꿀벌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연구관들.

응애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꿀벌에 기생하는 응애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꿀벌에 달라붙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꿀벌은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급성마비가 오고 날개가 기형이 되기도 한다.

응애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기후변화로 장마 기간이 길어 지면서 응애 번식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길어진 고온다습한 환경이 꿀벌이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병 저항성과 해충방제력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조 연구관은 "피해를 본 농가들에 대해 격월로 꿀 작황 실태와 질병 발생 특이점을 조사한 결과, 응애 구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가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응애 구제요령을 더욱 대대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산업체와 공동으로 친환경 응애 구제제를 연구 개발해 사업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 연구관은 "응애구제제를 부작용 없이 사용하기 위한 기본 원칙은 용법과 용량을 준수해 최소한의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각 봉장의 응애에 적합한 약제를 고른 뒤 전 봉군에 전면적으로 투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전에 사용한 성분과 다른 약제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며 "제일 좋은 방법은 약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벌방을 이용한 구제법과 같은 생물학적 구제법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꿀벌의 상태를 살피며 기록하고 있는 연구관들.

최근 전업농 외에도 도시 양봉, 취미 양봉 등 다양한 형태의 양봉 참여가 늘어나는 등 양봉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연구관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양봉 산업 대중화는 국민 정서와 경제, 환경 생태계 보존 등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봉 사육을 취미로 하는 농가로 인한 전업농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밀원지를 활용하고 있는 영향권 내의 양봉 농가에 피해가 없도록 봉장을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며 "취미농도 질병 관리를 철저히 하고, 질병 발생 시 신속한 방역 조치로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질병이 의심될 경우, 관할 병성감정기관에 신고해 정확한 진단과 방역조치에 대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조 연구관은 꿀벌 실종 사태 재현을 막기 위해 건강한 원헬스 생태계 조성이 먼저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꿀벌 실종을 막기 위해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등 생활 속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실천이 필요하다"라며 "원헬스 구현을 위해 위해 포괄적 동의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 목록을 정하고 모두가 실천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