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헬스 단상] 꿀벌 보호, 원헬스적 협력이 절실하다
[원헬스 단상] 꿀벌 보호, 원헬스적 협력이 절실하다
  • 오피니언
  • 승인 2022.07.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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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실종 막기 위해 꾸준한 모니터링·적절한 대책 수립 필요
양봉농가, 효과적인 응애 방제 필요...약제 사용 최소화하고 생물학적 구제법 써야
꿀벌 건강, 사람·환경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다양한 분야의 원헬스적 협력 절실
조윤상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 수의연구관
조윤상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 수의연구관

우리나라는 1년 내내 꿀을 딸 수 있는 나라들에 비해 불리한 자연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양봉가들의 남다른 노력으로 국내 양봉산업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꿀벌에 대한 인기가 최근 귀농인 중심으로 높아지며 우리나라 벌통 수가 늘어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꿀벌은 꿀벌 자체가 생산하는 양봉산물(꿀, 로열젤리, 화분, 프로폴리스, 봉독 등)보다 농작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화분 매개벌의 쓰임 가치가 더 높은 가축이다. 화분 매개에 꿀벌을 이용하면 농작물 생산성은 물론, 상품성까지 더해준다.

꿀벌은 채밀과 채분 활동을 통해 얻은 꿀과 화분을 영양분으로 사용해 벌통 내 종족을 번식시킨다. 외역 활동을 하는 꿀벌의 건강 상태로 주변 환경 오염 정도를 일부 확인할 수도 있다. 꿀벌들은 주변 호수, 냇가, 논, 물웅덩이로부터 물을 섭취하며, 밀원식물에 농약이 잔류돼 있으면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집단 폐사할 수 있다.

올해 1월, 국내 양봉농가들은 겨울을 넘기지 못한 많은 벌통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꿀벌 대량 실종. 봄벌을 깨우기 시작해 1년 꿀벌 농사를 지으려 벌통을 열어보니 꿀벌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6년 이러한 꿀벌 대량 소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돼 지금까지도 매년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벌 유충에 기생하며 번식하는 '바로아응애(응애)'가 가장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외에 부실한 여왕벌, 영양결핍, 기후변화, 농약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국내 꿀벌 대량 소실현상의 원인을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양봉협회, 양봉농협 등이 합동으로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그 이유로는 ▲채밀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결핍 ▲외부 기생충 응애 관리 실패 ▲겨울철 이상기온으로 인한 꿀벌 외역 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을 매년 예의주시해야 하며, 이에 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나라 양봉농가 대부분은 아까시꿀 채밀이 주 수입원이다. 따라서, 아까시꿀 채밀량 부족 시 주 수입원이 급감하고 채밀량 고갈로 인한 꿀벌의 영양결핍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아까시꿀의 채밀량에 관계없이 꿀벌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양관리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

응애는 꿀벌을 기르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방제해야 할 질병이다. 대부분의 응애 약제는 과량 사용하면 꿀벌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반드시 용법과 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약제 사용은 최소화해야 하며, 화학약품을 사용하기 전에 생물학적으로 구제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수벌방을 이용한 응애 구제법이 그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가상을 이용해 수벌집을 대량으로 만들어 응애를 유인하고 적당한 시기에 수벌집과 함께 응애를 제거한다. 화학약품을 사용하더라도 잔류와 내성이 덜한 약제(개미산, 티몰, 구연산 등)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화학약품 사용 시에는 어느 약제가 방제가 잘 되는지 먼저 시험해 보고 가장 우수한 살충능을 보이는 약제를 선택해 봉장 전체에 사용해야 한다. 또, 약제 성분을 분석해 이전에 사용했던 약제는 배제하고 다른 성분의 약제를 사용하는 등 성분별로 순환 사용을 하는 것이 좋다.

꿀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가축 중 하나다. 주변 환경이 살충 농약에 오염돼있다면, 그 노출 정도에 따라 직간접적 피해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쾌적한 봉장 주변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봉장 주변에 초본류 또는 목본류 밀원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응애 방제는 성공적인 양봉 경영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생물학적 방제법을 우선 적용하며, 최소한의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약제 사용 시에는 반드시 용법 및 용량을 준수해 꿀벌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꿀벌의 건강은 사람과 환경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 모두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꿀벌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유지시키는 일에는 곤충학, 동물학, 식물학, 수의학 등의 다학제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꿀벌 봉군 붕괴 현상 방지를 위해 원헬스적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조윤상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 수의연구관 choys@korea.kr

[필자 소개] 조윤상 연구관은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우리나라 동축산물 방역 및 검역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8년 전부터 기생충꿀벌질병연구실장으로서 꿀벌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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