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대체할 기술 개발에 속도
'제브라피쉬', '폐암오가노이드' 등 주목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동물 실험으로 인한 윤리적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동물 실험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의학·생물학 연구의 한 방법인 ‘동물 실험’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1,657만 마리의 동물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한 해에만 372만 마리가 동물실험에 사용됐다. 2013년 196만 마리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의류, 화장품 업계에서도 동물실험, 동물성 원료까지 배제한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미국 동물 실험 2035년 금지...국내도 인프라 확산 지원
유럽연합과 미국 등은 윤리적인 문제와 과학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에 대한 예측이 더 정확한 ▲3D 프린팅 ▲세포배양 ▲AI ▲오가노이드 ▲컴퓨터 시뮬레이션 ▲인체장기모사 등의 개발과 지원에 힘쓰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은 지속적으로 동물실험을 줄여 2035년부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동물실험 대체 노력의 일환으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을 설립해 미국·일본·캐나다·유럽의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CVAM)와 협력하는 한편 독성분야에 대한 대체시험법을 알리는 등 인프라 확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유사한 ‘제브라피쉬’
지난 19일, 한국화학연구원은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박사팀이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해 비스페놀A(BPA)의 뇌신경 교란 장애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제브라피쉬는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비슷한 담수어로, 성체 크기가 3~4㎝ 정도로 작고, 한 번의 교배로 수백 마리의 개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제브라피쉬는 세포실험과 달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투명한 몸체를 갖고 있어 심장이 뛰는 것부터 혈액이 흐르는 것까지 지켜볼 수 있다. 동시에 다량의 유해물질 평가를 수행할 수 있어 동물실험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다.
연구진은 설치류 동물로 실험할 때 1개월 정도 소요되는 BPA 독성실험 결과를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3일 만에 확인했다. 제브라피쉬 치어의 실험비용은 설치류 동물의 10분의 1에 불과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실험동물 대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환자 암 세포 배양.. 최적 항암제 찾는 ‘오가노이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최근 환자의 폐암세포를 시험관에 배양해 개인의 특성을 재현한 ‘폐암 오가노이드(Organoid, 장기유사체)’를 개발했다. 암 중에서도 폐암은 환자마다 조직학적 특성과 유전체 변이 특성이 다양해 쥐나 토끼 같은 실험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개발이 시급했다.
암 오가노이드는 쉽게 말해 환자의 암 조직 특성을 체외에 재현한 것이다. 환자의 암 조직을 소량 채취해 생체 내 기질과 비슷한 구조에서 3차원으로 배양하는데, 암조직의 기능과 구조까지 평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신약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발표돼 '주목할 만한 연구'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