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후 나타난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브라질 폭염 시 물 접근성 강화
비극 후 나타난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브라질 폭염 시 물 접근성 강화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4.03.27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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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중 브라질 관객 1명 열사병 원인 사망
브라질, 폭염 시 물 접근성 강화하는 법안 다수 발의...사고가 인식 전환 계기 돼
테일러 스위프트 호주 멜버른 공연 입장을 대기하는 현지 팬들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가 브라질의 폭염 대응책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NBC뉴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브라질 의회에는 폭염 시 물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안이 100여 건 발의된 상태다. 이유는 지난해 11월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이다.

남반구에 여름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에서 23세의 브라질 여성 아나 클라라 베네비데스가 열사병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콘서트가 열린 리우데자네이루는 기온과 습도를 합친 열지수가 59.3℃를 기록할 정도로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콘서트 시작 전부터 수많은 팬들이 폭염 아래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고, 공연장 안에는 목이 마른 팬들을 위한 물이 부족했다.  

젊은 팬의 죽음은 엄청난 분노를 폭발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콘서트 주최측이 관객에게 충분한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브라질 법무부가 나서 그녀의 죽음을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 발표와 함께 폭염 기간 동안 대규모 행사 주최측이 참석자들에게 충분한 물 보장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른바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로 물 접근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라는 말과 함께 폭염 시 물 접근성에 대한 이슈가 커진 이유는 브라질의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 전역을 휩쓴 폭염은 9번, 올해 1월 이후에는 3번이나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콘서트 당일, 열지수가 섭씨 59.3℃까지 오른 이후 기록은 네 차례 더 경신됐다. 가장 최근인 3월에는 열지수가 섭씨 62.3℃에 달했다. 기온이 오르는 것과 더불어 가뭄이 심해지면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리우데자네이루는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의 선두에 있다. 사고 후 며칠 후, 리우데자네이루시는 폭염 속에 탈수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식수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150개 구역도 지정했다. 현재 시, 주, 연방 의회에 발의된 약 100개의 법안 중 약 3분의 1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의됐다. 이중 많은 법안이 사망한 베네비데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지난달 열린 카니발 축제에선 현지 비영리기구 '워터스 오브 리우'가 무거운 의상을 입은 댄서들을 비롯한 퍼레이드 참가자와 관중에게 물을 제공했다. 열지수가 62.3℃를 기록한 날, 축구 팬들이 물병을 들고 입장하는 것을 막은 마라카나 경기장 관계자는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브라질의 기후학자 누비아 베레이 아몬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네비데스의 죽음이 리우데자네이루 공공 행정의 물 분배 문제에 전환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의무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법안이 없다면 폭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브라질 국민들을 질병과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이전보다는 낫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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