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육식시대, 축산업의 미래] ②"진짜 고기 맛 나네"...대체육, 축산업 미래 바꿀까
[고기 없는 육식시대, 축산업의 미래] ②"진짜 고기 맛 나네"...대체육, 축산업 미래 바꿀까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1.08.1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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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배양육 시장 중심으로 육류 시장 재편 노려
대체육, 코로나19 기점으로 이상 기후·식량 위기 해결사로 떠올라
배양육 대중화 목전...2030년 진짜 고기보다 저렴한 배양육 대량생산 목표

[편집자 주] 축산물은 오랜 시간 인간의 단백질 공급을 책임져왔다. 그러나 최근 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고기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고 식물성 단백질 기반 대체육이 등장하면서 '고기가 없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환경 이슈와 함께 전통적인 육식의 시대가 끝날 것인가. 육식을 둘러싼 논란과 단백질의 미래를 짚어본다.


[데일리원헬스=박진영 기자] 콩고기라 불리며 ‘비주류’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대체육 시장이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움직임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소수의 영역에서 벗어나 대중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지난 2019년 12월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있다. 코로나19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늘면서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 늘어나면서 비건 및 친환경 식품을 시도하는 문화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채식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 2018년 150만 명에서 2020년 250만 명으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대체육 열풍은 기존 축산업에 대한 반성과 맞닿아 있다. 최근 이상기후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축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소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물론 가축을 먹이는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훼손하는 등 환경에 대한 악영향이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가축 전염병과 코로나로 인해 축산물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식량 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요구되고 있다. 환경과 식량 안보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축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산업으로 대체육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다.

비욘드 버거  자료 = Beyond meat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욘드버거 자료(이미지 출처 : 비욘드미트)

 

◆맛, 씹는 질감까지 ‘진짜 고기’와 격차 줄이는 대체육

대체육이란 식물성 원재료를 이용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한 것을 말한다. 과거 대체육은 실제 고기의 식감과 맛을 어설프게 따라 해 ‘콩고기’라고 불렸다. 그러나 이제 대체육은 첨단 기술을 통해 실제 고기와의 차이를 줄인 ‘푸드테크’ 영역으로 진화했다. 식물성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는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통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19년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는 전 세계 대체육 시장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이다. 전기자동차 전지 개발 엔지니어였던 비욘드미트의 창업자 이선 브라운은 대체육을 연구하던 두 연구자와 협업해 지난 2012년 식물성 닭고기 ‘치킨 프리 스트립’을 선보였다. 이후 식물성 버거, 소시지, 미트볼 등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미국 전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고도화된 대체육 제조 기술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비욘드미트는 최근 전 세계 육류 소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리테일 비중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진짜 고기 맛을 재현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 원료를 사용한다. 씹는 식감을 위한 밀 단백질과 불에 구웠을 때 단단해지도록 만드는 감자 단백질, 고기의 풍미와 육즙을 재현하는 코코넛 오일, 마지막으로 고기 맛의 핵심을 담당하는 유기철분(헴 : heme) 단백질이다. 고기 맛을 따라 하기 위해 각종 첨가물을 넣은 기존 대체육과 달리, 헴 단백질은 식물성 원료로 고기 맛을 재현한 독보적인 기술이다. 임파서블푸드는 100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을 활용해 독자적인 식물성 단백질을 제조하는 데 성공해 광범위한 특허권을 확보했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는 세계 대체육 시장이 지난 2019년 45억 달러(약 5조 원)를 돌파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88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싱가포르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시옥미트(Shiok Meats)’에 투자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대체육 브랜드 ‘배러미트’를 런칭하고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콜드컷(슬라이스 햄)’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로 스타벅스에서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푸드가 선보인 대체육 브랜드 '배러 미트' 제품  자료=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선보인 대체육 브랜드 '배러 미트' 제품 자료(이미지 제공 : 신세계푸드)

◆세포를 고기 키우는 ‘실험실 배양육’으로 진일보

실험실에서 진짜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배양육은 환경 파괴 등의 부담 없이 실제 고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클린 미트’라고도 부른다. 배양육은 가축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에 넣어 세포를 키워 만들어낸다. 고기로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자라기까지 약 6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축사가 아닌, 실험실에서 고기가 자라나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최대 55%, 사용되는 토지도 99%까지 줄일 수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고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배양육은 생산 비용이 실제 고기보다 월등히 높아 시판이 불투명했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대학 마르크 포스트 교수는 첫 배양육 패티 한 장을 개발하는 데 소모된 연구비가 25만 유로(약 3억2,300만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씨위드가 공개한 배양육  자료=씨위드
해양미세조류 기반 배양액으로 만든 세포배양육(이미지 출처 : 씨위드)

그러나 최근에는 배양육 관련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일반 고기와 견줄만한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교수가 창업한 배양육 스타트업 ‘모사미트’는 배양육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2017년 10유로(약 1만 3,000원)까지 배양육 패티의 가격을 낮췄다. 모사미트는 오는 2030년 이후에는 개당 1유로에 버거 패티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고기를 사용한 버거 패티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국내 배양육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국배양육연구회는 지난달 배양육 기술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종합 식품 기업 대상은 배양육 기술에 앞장선 엑셀세라퓨틱스와 손을 잡아 오는 2023년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해조류 공학 기술을 접목한 배양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씨위드’와 국내 최초 배양 돈육 시제품을 공개한 ‘스페이스에프’가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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