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육식시대, 축산업의 미래] ④고기 이어 우유까지...연구소에서 기른 단백질 제품, 축산 농장 대체하나
[고기 없는 육식시대, 축산업의 미래] ④고기 이어 우유까지...연구소에서 기른 단백질 제품, 축산 농장 대체하나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1.09.2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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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식물성 대체육 대신 진짜 고기 맛 나는 배양육 주목...투자 규모 6배 증가
이스라엘 스타트업 퓨처 미트, 세계 최초 배양육 대량생산 공장 설립...하루 생산하는 배양육 규모 약 500kg
콩으로 만든 우유 대신, 실제 우유 맛과 유사한 인공 우유...따뜻한 우유의 거품까지 재현해

[편집자 주] 축산물은 오랜 시간 인간의 단백질 공급을 책임져왔다. 그러나 최근 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고기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고 식물성 단백질 기반 대체육이 등장하면서 '고기가 없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환경 이슈와 함께 전통적인 육식의 시대가 끝날 것인가. 육식을 둘러싼 논란과 단백질의 미래를 짚어본다.

[데일리원헬스=박진영 기자] 가축 세포를 체취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은 환경 파괴 부담이 없고 맛도 기존 식물성 대체육 대비 우수해 미래 육류로 불려왔다. 그동안 소비자 인식 부족과 높은 생산비용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지만 최근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면서 대중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배양육을 제조하는 연구소 모습  자료=Mosa Meat
배양육을 제조하는 연구소 모습(이미지 출처 : 모사미트)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가 최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의 소비자 80%가 배양육 소비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개방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과 미국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는 배양육을 시도할 가능성이 '보통'이라고 답했으며, 배양육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반응을 보인 응답자도 40%에 달했다. 특히 39세 미만의 85% 이상이 배양육을 시도하겠다고 답해 젊은 세대의 배양육 수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양육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단백질에 중점을 둔 자선단체 'Good Food Institute(GFI)'가 발행한 연례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배양육 기업에 투자된 총 금액은 3억 유로(약 4,450억 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6배 증가했다. 또, 2020년 설립된 배양육 회사 수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76개에 달했다.

배양육 제품은 여전히 높은 생산비용이 대량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 햄버거 패티를 선보인 모사미트가 지난 2017년, 패티 가격을 10 유로(약 1만 3,000원)까지 낮췄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판매가 승인된 배양육 업체 '잇 저스트(Eat Just)'가 15달러에 대량 생산한 배양 닭고기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비로소 배양육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GFI는 배양육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은 이미 고도화 단계 진입했으며, 대량생산을 위한 비용 절감 방법을 찾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근접한 기업이 최근 등장했다. 주인공은 이스라엘 식품 기술 스타트업인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Future Meat Technologies)'다.

세계 최초 배양육 대량생산 공장 내부 모습(이미지 출처 :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6월 이스라엘의 도시 레호보트에 세계 최초의 배양육 대량생산 공장을 열어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배양육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배양육 규모는 약 500kg 정도다.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대량생산 공장 가동으로 배양육 생산비용을 낮추는데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공장 가동으로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닭가슴살 배양육 생산 비용을 기존 7.5달러에서 4달러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향후 18개월 이내 닭가슴살 배양육 생산비용이 2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배양육 생산 비용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태아혈청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소태아혈청에는 많은 양의 성장 인자가 포함돼있어 세포 배양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도축된 소의 태아에서 직접 채취해야해 높은 비용이 단점이다.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소태아혈청 대신 의약품 개발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 중국 햄스터 난소 세포의 작은 분자를 사용해 배양육을 생산한다.

인공 유제품 스타트업 퍼펙트 데이에서 출시한 아이스크림  자료=Perfect Day
인공 유제품 스타트업 퍼펙트 데이에서 출시한 아이스크림(이미지 출처 : Perfect Day)

최근에는 연구소에서 인공 우유 단백질을 생산하는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유제품 대신 콩이나 귀리를 활용해 만든 대체 우유를 주로 소비해왔다. 그러나 최근 우유에 포함된 유청 및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재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식물로 만든 우유 대신 실제 우유의 맛과 유사한 인공 우유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우유의 맛을 재현하는 핵심 기술인 인공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실제 우유 단백질에서 검출되는 유전자 코드를 미생물 발효 과정에서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특히 우유의 주요 단백질인 카제인을 실제 성분과 가깝게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인공 카제인 재현 기술을 고도화하면 우유를 가열할 때 나오는 거품이나 치즈를 가열할 때 녹는 현상 등 유제품 고유의 특성을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인공 유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퍼펙트 데이(Perfect Day)'가 유일하다. 세계 최초로 카제인 단백질을 개발한 퍼펙트 데이는 인공 우유 성분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미국 내 5천 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550ml 통에 약 8파운드(1만 3,000원) 정도다.

인공 카제인 단백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호주 스타트업 '에덴 브루(Eden Brew)'는 최근 호주 최대 낙농 협동조합 노르코(Norco)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노르코는 400만 달러(약 47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에덴 브루에서 생산한 실험실 우유를 시장에 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덴 브루는 현재 인공 우유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향후 18개월 내에 첫 인공 우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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