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 3 목표 설정하라"...대주주 압박, 쉘 변화 이끌까?
"스코프 3 목표 설정하라"...대주주 압박, 쉘 변화 이끌까?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1.17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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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5% 소유한 투자자 그룹, 쉘 스코프 3 목표 설정 압박하는 결의안 발표
쉘 "스코프 3 회사·주주 가치 훼손...스코프 3 목표 설정 계획 없어"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의 주요 주주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쉘의 실질적인 목표 설정과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요 주주들의 압박이 오는 5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쉘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ESG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4조 달러(약 5,359조) 이상의 자산을 운영하는 27개 기관투자자 그룹은 최근 발표한 주주 결의안에서 쉘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파리 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중기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네덜란드의 기후 활동 그룹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중심이 된 투자자 그룹에는 영국 최대 연금 기관인 '국가고용저축신탁(NEST)'과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 스코틀랜드 보험 및 연금 기업 '스코티시 위도우(Scottish Widows)', 글로벌 자산운용사 '캔드리엄(Candriam)' 등이 참여했다. 이들 투자자 그룹은 쉘 주식의 약 5%를 소유한 대주주다.

결의안의 핵심은 쉘이 스코프 3(Scope 3)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중기 목표를 설정하라는 것이다. 중기 목표의 기준은 지구 온난화를 1.5°C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 기후협약이다. 스코프 3는 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 외 협력업체와 물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외부 배출을 의미한다. 스코프 3 이행을 위해선 철저한 공급망 관리가 필수다. 

쉘은 지난 2020년,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재생 가능한 청정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오는 2050년까지 스코프 1, 2, 3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오는 2030년까지 스코프 1, 2 배출량 감축 목표는 설정한 반면, 스코프 3 배출량 감축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 스코프 3 배출량은 쉘의 탄소 발자국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쉘이 스코프 3 감축과 관련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이유는 스코프 3 감축이 기업 경쟁력과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고객을 경쟁사에게 넘기는 짓'이라는 게 쉘의 입장이다. 이로 인해 쉘은 전 세계 환경 관련 단체 20개 이상과 이른바 '기후소송'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 그룹은 실력 행사를 통해 쉘의 변화를 압박한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번 결의안과 비슷한 내용이 다뤄졌고 20%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결의안은 '2030년 목표'를 '중기 목표'로 완화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쉘 이사회에 맡긴다는 내용을 담은 만큼 오는 5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거라는 기대다.

디안드라 수비아 NEST 투자 총괄은 "우리는 쉘이 신뢰할 수 있는 스코프 3 배출량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이는 쉘의 올바른 리더십과 지속 가능한 비지니스로의 전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반 발 팔로우 디스 설립자는 "대주주는 주주총회 투표를 통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라며 "더 많은 주주가 변화를 위해 투표해야지만 쉘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결의안에 대한 쉘의 반응은 냉랭하다. 쉘은 팔로우 디스의 결의안 발표 이후 성명에서 "쉘은 이미 주주들에게 스코프 3 감축이 비현실적이고 단순하며, 기후 위기 대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라며 "전 세계가 저탄소 미래로 전환함에 따라 향후 수십 년 동안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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