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 등 채식 식단하는 선수들 올림픽 금메달 '정조준'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격렬한 신체 활동을 요하는 운동 선수들이 고기 없이 채식만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을 넘어 최고 수준의 운동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역사상 비건 식단 비중이 가장 높은 파리 올림픽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표방하는 이번 대회는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도 특별하다. 대회 기간 중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전체 1,300만 개의 음식 중 60%가 고기 없이 만들어진다. 3분의 1은 완전 채식 메뉴다. 올림픽 사상 유례가 없는 식단으로, 전 세계에서 파리를 찾는 선수들과 관중들을 위해 다양한 채식 식단이 제공된다.
대표적인 채식 메뉴는 부르기뇽, 강황을 곁들인 콜리플라워와 구운 감자, 벨페퍼 샥슈카, 고기 없는 무사카, 바삭한 퀴노아 뮤즐리, 자타르 스위트 포테이토와 후무스 및 치미추리 등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렇게 채식 식단 비중을 늘린 이유는 올림픽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이전 대회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물성 식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정도 낮은 식물성 식단 비중을 늘렸다.
조직위는 식물성 식단이 항산화제와 섬유질, 비타민 및 미네랄이 풍부해 선수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피로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대회가 극심한 폭염 속에서 치뤄지는 만큼 식물성 식단 제공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기대다.
조직위의 또 다른 목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더 지속 가능한 대회 운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전역의 농업, 요식업, 비영리기구(NGO), 영양사 등 120개 이상의 조직과 협력해 식품 비전을 수립했다. 이 비전에는 지역 및 제철 식품을 사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며,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목표가 담겼다.
◆비건을 고수하며 파리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
이번 올림픽에는 평소 육식을 끊고 비건 식단을 하는 여러 선수들이 참여한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 무대에 선 이들의 활약과 성적에 따라 채식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비건 식단을 따르며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주요 선수들을 소개한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남자 테니스 대표)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노박 조코비치는 스스로를 비건이라고 칭하지는 않지만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여러번 식물성 식단을 따르고 있으며, 채식이 경기를 넘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 올림픽은 조코비치의 5번째 올림픽으로 그는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디애나 토라시(미국 여자 농구 대표)
이미 다섯 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디애나 토라시는 WNBA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가 됐으며,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성공이 채식 식단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채식으로 더 빠른 회복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스 모건(미국 여자 축구 대표)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렉스 모건은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베테랑으로, 지난 2017년부터 식물성 식단을 따르고 있다. 모건은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으며, 채식 이후 콜레스테롤과 피로 수준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모건 미첼(호주 여자 육상 대표)
육상 800m 호주 대표인 모건 미첼은 채식주의자로 10년을 보냈다. 그는 꼽는 채식의 장점은 빠른 회복과 쉬운 체중 관리 및 전반적인 건강 개선이다.
비비안 콩 만 와이(홍콩 여자 펜싱 에페 대표)
비비안 콩 만 와이는 부상으로 큰 슬럼프를 겪은 후 2017년부터 채식 식단으로 전환했다. 이후 두 번의 올림픽에 출전했고,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세 번 우승했다. 2019년 3월과 2023년 5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으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마리나 피오라반티(브라질 여자 럭비 대표)
지난 도쿄 올림픽에 첫 출전한 마리나 피오라반티는 이번 파리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럭비는 엄청난 힘과 근육이 필요한 운동으로 육류 섭취가 꼭 필요할 것 같지만 그는 훈련 중 단백질 스무디, 쌀과 콩, 렌틸 볼로네제, 치아씨드를 곁들인 오트밀 등을 즐겨 먹는다.
◆채식을 하며 위대한 성공을 거둔 운동선수들
이미 채식을 하는 많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운동을 하는데 반드시 육류 섭취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영국의 F1 스타 루이스 해밀턴을 비롯해 여자 테스니의 윌리엄스 자매, 런던 올림픽 사이클 팀 추발 은메달리스트 닷시 바우시, NBA 스타 크리스 폴, 올림픽에서 총 9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전설적인 육상 선수 칼 루이스 등 많은 선수들이 채식 식단으로 전환한 후에도 뛰어난 역량을 유지하며 놀라운 성과를 얻어 왔다.
지난 2020년 발표된 '더 게임 체인저스'는 채식을 하는 엘리트 운동선수와 그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를 소개한 다큐멘터리로 채식으로도 충분히 정상급 운동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