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조류 서식지 파괴 심각...이대로면 다음 세기엔 50% 감소
멸종 위기 조류 서식지 파괴 심각...이대로면 다음 세기엔 50% 감소
  • 노광연 기자
  • 승인 2020.08.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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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조류 주요 서식지 '스텝 지역' 자연보호구역 지정에도 유실 지속

[데일리원헬스=노광연 기자] 유럽 내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가 다음 세기 절반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애니멀헬스미디어가 20일 보도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과 포르투갈 리스본 대학 연구팀은 유럽연합(EU)이 지정한 자연보호구역(Natura 2000)이 지난 10년간 서유럽 스텝 지역을 보호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점검했다. 연구팀은 항공 이미지를 이용해 스텝 지역이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했다.

저집약적 농업 행태로 형성된 스텝 지역은 나무 없이 풀만 무성한 평원 지대를 말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텝 지대는 너새와 각시느시, 작은황조롱이, 롤러카나리아 등 멸종 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조류 보전을 위한 특별 보호지역(SPAs)으로 지정됐고 일부가 Natrua 2000 보존 우선 지역에 편입됐다. 연구에 포함된 이베리아 지역은 전세계 너새 개체의 3분의 1인 약 1만 5,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스텝 지역은 저집약적 윤작 체계로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산도가 낮은 토지는 대부분 영구 농작물 재배로 바뀌고 있으며 멸종 위기 조류에 자원을 제공하던 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 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인 스텝 지역 유실이 계속되고 있다.
멸종 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인 스텝 지역 유실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팀은 스텝 서식지 전환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오는 2050년까지 20%, 2110년까지 멸종 위기 조류 서식지가 40%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구작물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 서식지는 더 빨리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올리브 오일이나 와인과 같은 지중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특별 보호 지역 내 스텝 지역에 대한 전환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

국제학술지인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Natura 2000이 이베리아 지역 3만 6,000헥타르의 스텝 지역 유실 예방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1개 특별 보호 지역(포르투갈 4개, 스페인 17개)과 주변 지역에서 스텝의 유실이 나타났다. Natura 2000 구역 내에서 10년간 500마리의 너새를 수용할 수 있는 3만 5,000헥타르의 스텝 서식지가 유실됐지만, 비보호지역과 비교하면 45% 낮은 수치다.

연구팀은 보호 구역 내 규제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은 점, 농가와의 협력을 보장할 장려책이 부족한 점, 단기 서식지 보전 조치 등이 기타 유럽 지역에서 Natura 2000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보호구역 밖 농지 전환 규모 확대가 남은 스텝 지역을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개체 간 연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개체의 생존 능력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리스본 대학 생태, 진화, 환경 변화 센터(cE3c) 박사과정 주앙 가메이로는 "Natura 2000은 유럽 생물 다양성 보전 전략의 중심이며 너새와 작은황조롱이를 포함한 다양한 포유류와 조류의 중요한 서식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보호 구역에서도 스텝 지역이 유실된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지난 보전 노력의 긍정적 결과물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현재 속도로 서식지가 전환된다면 스텝 지역은 다음 세기에 50%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디나 프랑코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박사는 "생태 회복이 유럽 내 우선 과제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주요 서식지를 잃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이 곧 제시할 새로운 글로벌 생물 다양성 체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농업 방식을 개발하고, 늘어나는 인구 수요에 맞춰 농업 생산성을 개선해 자연 서식지가 새로운 농업지로 전환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멸종 위기종 서식지와 인간 활동이 공존할 수 있는 균형을 찾는 것이 인류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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