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돈산업 발전 '생산성 향상' 선결돼야...정부, 장기적 안목으로 GSP 유지 필요"
"국내 양돈산업 발전 '생산성 향상' 선결돼야...정부, 장기적 안목으로 GSP 유지 필요"
  • 장희원 기자
  • 승인 2020.07.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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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돈산업 발전 선결 과제는 ‘생산성 향상’...“GSP 통한 종돈 개량사업 지속돼야”
소비자 선호도 반영 미흡한 돼지고기 등급제 개선 필요...‘애그테크’도 유망
이일주 다비육종 육종연구소 소장
이일주 다비육종 육종 연구소 소장

[데일리원헬스=장희원 기자]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사태가 하반기에 들어 진정은커녕 오히려 빠르게 재확산되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국내 양돈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수급적 측면에서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가격 급락 등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특수 상황과 재난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양돈업계가 반짝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하반기 돼지 도축 마릿수는 평년 대비 3.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상반기에도 도축 마릿수가 평년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추산돼 향후 가격 하락 지속으로 양돈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국내 양돈산업 발전 선결 과제는 ‘생산성 향상’...“GSP 통한 종돈 개량사업 지속돼야”

이 같은 위기 국면에서 국내 양돈산업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다수 양돈 전문가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양돈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로 생산성 향상을 꼽고 있다.

이일주 다비육종 육종연구소 소장은 “국내 양돈산업이 70년대와 80년대 양적 성장기를 거쳐 현재 성숙기에 이르고 있지만, 여전히 질적 성장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국내 기후와 시장 특이성 등을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생산성 향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국내 돼지 유전자 중 25% 정도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육종 회사인 다비육종에서 육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적의 사료를 만드는 프로그램 운영과 양돈 기록 관리, 인공수정 신기술 개발 및 적용 프로그램 운영과 주요 품목에 대한 품질 관리 전반을 담당해온 양돈업계 전문가다.

국내 양돈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해법으로는 “한국 시장에 적합한 특성을 지니면서 우수한 유전자를 보유한 종돈을 찾아 공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계속 나서 긴 호흡을 갖고 종돈 개량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소장은 “돼지는 개량을 위한 육종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최상단 GGP(종돈 생산용 모돈)에서 비육 농장까지 개량이 전달되려면 최소한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국내 양돈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돈 개량사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동향

특히,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돼지 개량을 위한 GSP(골든시드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종돈 개량사업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반드시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GSP는 글로벌 종자 강국 실현을 위해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등 정부 관계 기관 주도로 대표 민간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진행해온 사업이다. 원예·채소, 수산, 식량·종축 등의 분야에서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해 국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GSP 종축사업단이 주관하고 있으며, 내년이면 사업이 마무리된다. 축산분야에서는 돼지, 닭 등 축종이 선정돼 지난 2013년부터 육종개량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성 저해 요인으로 글로벌 양돈 선진국들보다 열악한 개량사업 환경과 연구 인프라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해온 만큼, GSP는 종돈 개량을 통한 양돈산업 선진화에 필수 선행 사업으로 업계의 기대와 관심을 받아왔다.

또한 기존에는 개별 농장 단위로 개량사업을 진행하던 국내 주요 종돈 회사들도 사업에 적극 동참하면서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 동일한 개량 목표를 공유하고, 공통된 유전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GSP 종축사업 초기부터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이 소장은 “유전자원을 공유하게 되면 선발집단 확대가 가능하고, 선발된 개량량이 큰 종돈을 같이 활용할 수 있어 선발차를 크게 할 수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로 과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까지 잘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잘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돈 [사진=농촌진흥청]
종돈 [사진=농촌진흥청]

 

◆소비자 선호도 반영 미흡한 돼지고기 등급제 개선해야...‘애그테크(Agtech)’도 유망

한편, 국내 양돈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소비자 친화적 접근을 통해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종돈을 찾아 개량사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외국에서는 지방이 얇고 고기량이 많은 돈육을 선호하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적당한 지방이 있는 돈육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종돈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우 등급제도에 비해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돼지고기 등급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소장은 “축종의 특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현행 돼지고기 등급제가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급제도를 운영하는 대신 도체의 적정 규격을 알려줘 소비자 스스로 원하는 도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며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는 방법으로 규격 제도를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규격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면 선택의 폭을 넓혀 합리적인 소비를 늘릴 수 있고, 품질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첨단 기술과 1차산업을 접목하는 ‘애그테크(Agtech)’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소장은 “‘몇 년 전 유전자를 분석하고 이를 평가하는 기법과 지금의 기법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몇 개의 마커를 찾아 개량하려는 시도는 이제 60k, 80k의 유전자를 분석해 개량하는 방안이 상용화될 정도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화, 인공지능(AI) 등에 의한 관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의 복지, 사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며 “앞으로 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축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입장이다. 그는 “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시작이 늦었고, 관리 방법이나 기후, 위생 수준 등 축산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도 분명하다”면서도 “축산은 국민의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가야 할 산업이다. 젊고 기술 있는 사람들이 축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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