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내 '아바타 돼지'에서 수혈 받는다
향후 10년 내 '아바타 돼지'에서 수혈 받는다
  • 한상윤 기자
  • 승인 2019.03.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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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줄기세포로 만든 돼지 속 인간 혈액, 장기 이식 가능해져
돼지 대량전문 사육 시설 없어 어려움 겪어
맞춤형 표적 신약과 불치병 고칠 수 있어
송혁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부 교수
송혁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부 교수

[데일리원헬스=한상윤 기자] 앞으로 10년 내 아바타 돼지에게서 수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돼지 장기나 피를 인간화시키면 인체에 돼지의 장기나 피를 이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혁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22일 건국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 내, 늦어도 10년 이내에 인간화 돼지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바타 돼지는 환자 맞춤형 질환 모델 돼지. 기존에는 돼지 장기 자체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기술이 개발됐다. 그러나 동물이나 타인의 장기를 이식하면 인체는 이를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로 여겨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이종장기 이식이 면역 반응을 억제시킨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개념이라면, 인간화 돼지는 그와는 좀 다르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면역 결핍 돼지에게 주입해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를 키워내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돼지의 간 중 3분의 2를 자른다. 이렇게 손상된 간에 인간의 간 줄기세포를 주입한다. 돼지 간에서 인간의 간 줄기세포가 분화돼 새로운 간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은 인간 세포로 이뤄져 원래 인간의 간과 차이가 없다.

이 간은 여러 용도를 이용될 수 있다. 우선 이식이 가능하다. 이식할 때 생기는 면역거부 문제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면역 부분 DNA를 잘라내면 된다.

같은 방법으로 내 간암을 가진 돼지를 만들 수도 있다. 나와 같은 간암을 가진 돼지에게 먼저 항암제를 써본다. 그 중 가장 잘 맞는 항암제를 인간에게 투여할 수 있다.

수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혈액 줄기세포를 넣은 돼지는 사람의 피를 가진 돼지가 된다. 필요 시 돼지의 피를 뽑아 인간이 수혈할 수 있다.

송 교수는 이종장기 이식은 면역결핍거부 반응과 돼지 고유의 파보바이러스(parvovirus)’ 문제가 있지만, 인간화 돼지는 인간의 세포를 돼지 몸에서 길러 이식하기 때문에 질병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돼지는 파보바이러스를 갖고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돼지 몸 속 모든 조직에 존재해 돼지 장기를 이식하면 사람 DNA에 영향을 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인간화 돼지는 피를 수혈할 경우 문제가 없다. 조직 이식 시에는 유전자 가위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잘라내야 한다.

인간화 돼지 연구센터는 정부에서 선도연구센터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연구개발비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다.

특히 돼지 대량 전문 사육 시설이 부족하다. 송 교수는 이 돼지들은 면역 결핍이기 때문에 에이즈 걸린 돼지와 같아 감기만 걸려도 죽는다면서 이 부분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사업화를 통해 기업 투자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도 필요하다. 차후 불거질 윤리 문제나 제도, 시스템 등도 갖춰야 할 부분이다.

송 교수는 돼지 몸에서 인간 조직이 자라나는 윤리적 문제가 있지만 이는 인간을 위한 치료적 목적이라며 아바타 돼지를 이용해 미래 불치병이나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바타 돼지' 연구에는 ▲면역결핍 및 인간화 돼지 모델 생산 ▲인간 줄기세포 이용 ▲조직 공학을 이용한 돼지 모델 이식 시스템 개발 ▲유전체와 후생유전 ▲세포 신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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