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이베리코 돼지, 정말 이베리코 돼지 맞을까?
내가 먹은 이베리코 돼지, 정말 이베리코 돼지 맞을까?
  • 송신욱 기자
  • 승인 2019.03.2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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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유통 제품 조사결과 이베리코 제품 10% 백색돼지로 밝혀져
이베리코 돼지
스페인에서 사육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언젠가부터 식당 메뉴판에서 '이베리코 흑돼지'를 발견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스페인에서 도토리만 먹고 자란 돼지'라는 수식어 덕분에 이베리코 돼지는 국내산 돼지고기(한돈)보다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지난 1월 발표에 따르면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는 한돈보다 1.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24곳의 평균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판매 가격은 8,360원으로 한돈 인증 음식점 목살 평균 가격인 7,680원을 상회한다. 

스페인 청정 농가에서 도토리만 먹고 자란다는 '귀한' 이베리코 돼지의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는 일이 가능할까. 내가 먹은 이베리코 돼지는 정말 그 이베리코 돼지가 맞을까? 

 

◆'이베리코 돼지' 수요 급증해도 공급량 늘릴 수 없어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 햄 하몽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되는 순종 또는 교잡종 흑돼지 품종이다. 그 중 최상등품인 '이베리코 베요타'는 100% 스페인산 순종 흑돼지로, 방목해 3개월 이상 도토리를 먹인 돼지다. 교잡종도 허용하는 '이베리코 세보 데 캄포'는 농장 사육과 방목 사육을 번갈아 하며 3개월 이상 도토리와 사료를 반반 섞어 먹인 돼지다. 최하등급인 '이베리코 세보'는 교배종으로 방목없이 축사에서만 곡물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다. 

무엇보다 진짜 이베리코 돼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데헤사'라는 이베리코 돼지 방목장에서 자라야 한다. 데헤사는 가축을 방목할 때, 숲이 훼손되지 않도록 방목 시점과 밀도를 엄격히 규제한다. 특히 돼지의 경우, 1헥타르(ha)당 0.4~0.6마리로 사육 두수에 제한이 있다. 수요가 많다고 해서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시스템이다.

 

◆시중 유통 된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 중 10%는 '가짜'

지난 1월 28일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 결과 시중에 유통 중인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의 10%는 백색돼지로 밝혀졌다. 

서울시내 음식점 24곳, 인터넷 쇼핑몰 8곳(대형마트 쇼핑몰 3곳 포함), 정육점 9곳 등 총 41곳에서 판매하는 ‘이베리코 흑돼지’ 50점을 대상으로 모색 유전자분석을 의뢰한 결과 5개가 흑돼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스페인에서는 하몽 원료로 쓰이는 앞다리와 뒷다리에 대해서만 등급을 표시해 관리하고 나머지 부위는 별도의 등급 표시 없이 유통시키고 있는데, 음식점이나 매장,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베리코 베요타’라는 구체적인 등급을 표기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체 없는 '세계 4대 진미'...과장된 마케팅 주의해야

이베리코 돼지는 피자, 국밥, 구이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미국산 돼지가 그동안 품질이 떨어지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한돈과 경쟁했다면, 이베리코 돼지는 프리미엄 수입 돼지고기로 포지셔닝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이베리코 돼지 모두가 마치 '이베리코 베요타'처럼 과장돼 홍보되고 있다. '맛과 건강'을 다 잡은 식재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4대 진미'라는 수식어가 소비자를 현혹한다. 일반적으로 캐비어(철갑상어 알), 트뤼프(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를 세계 3대 진미로 본다. '4대 진미'란 말은 특정 집단의 목적에 따라 품종을 바꿔 소비되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다. 이같은 과장된 마케팅 역시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며  "맛이 보장되지 않거나, 품질에 대한 허위 논란이 계속 된다면 지금 불고 있는 이베리코 열풍 역시 거품처럼 사그라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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