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명 옵티팜 이사 “이종장기 이식 수요 급증...대안은 형질전환 돼지 ‘메디피그’”
최기명 옵티팜 이사 “이종장기 이식 수요 급증...대안은 형질전환 돼지 ‘메디피그’”
  • 한상윤 기자
  • 승인 2020.01.0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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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장기 이식 급증에 장기 공급 수 절대 부족...‘이종장기 이식’ 주목
국내도 형질전환 돼지 관련 연구 활발...선진국과 기술 격차 거의 없어, 윤리 문제 우려도
최기명 옵티팜 이사
최기명 옵티팜 이사

[데일리원헬스=한상윤 기자] “이종장기 이식은 다양한 첨단 기술이 응용된 융복합 기술입니다. 메디피그는 인간의 질병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위한 질환모델 개발, 의약품 및 세포치료제 개발, 장내미생물균총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임상 시험에 활용될 것입니다.”

이종장기 이식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기업 옵티팜(대표 한성준, 김현일)에서 이종장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기명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메디피그가 인간의 장기를 대체해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옵티팜은 면역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유전자 타입을 가진 형질전환 돼지 ‘메디피그’를 이종장기 원료 동물로 개발·생산하는 회사다.

◆고령화 진행으로 장기 이식 급증에 장기 공급 수 절대 부족...‘이종장기 이식’ 주목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장기부전 환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장기 이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에 장기 공급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 수는 2000년 이후로 계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기준 약 3만 7,217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들이 안전하게 장기 공급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이종장기 이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종장기 이식(Xenotransplantation)’이란 유전적인 변형 유무와 관계없이 동물의 살아있는 장기나 조직, 세포를 이종 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장기 이식은 동종장기 이식보다 이식원이 풍부해 실패하더라도 재시도가 가능하며, 계획된 장기 이식을 진행할 수 있다. 형질전환 장기 생산도 가능해 면역학적인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고, 간염 바이러스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같은 인체 감염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이종장기 이식의 임상적인 시도는 번번이 면역 거부 반응 벽에 좌절되면서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미국 미주리대 랜덜 프래더(Randall S. Prather)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인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transgenic pig) 생산에 성공해 이종장기 이식 기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장기 공급 대상은 생리적인 면에서 인간과 유사점이 많아야 하고, 번식이 잘 돼 대량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사람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는 번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보유 위험이 있어 생리해부학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미니돼지가 대안으로 선택됐다.

최 이사에 따르면, 미니돼지는 장기 크기가 인간과 비슷하고, 대량 번식이 쉬울 뿐만 아니라 무균화 생산이 가능하고, 인수공통전염병에서도 비교적 안전해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최 이사는 “돼지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당(sugar)이 초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한 형질전환 돼지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옵티팜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니돼지(사진:옵티팜)

◆국내도 형질전환 돼지 관련 연구 활발...선진국과 기술격차 불과 3년, 윤리 문제 우려도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형질전환 돼지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2009년에 초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 ‘지노’를 만들었으며, 이듬해 초급성·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믿음이’, 2011년 급성혈관성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소망이’를 개발했다. 지난 2016년에는 초급성·급성혈관성·급성 거부 반응을 모두 억제한 ‘사랑이’ 생산에 성공했다.

옵티팜도 2015년 초급성과 급성혈관성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1세대 형질전환 돼지인 ‘메디피그’ 생산을 시작했다.

최 이사는 “지난해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해 면역 거부 반응 관련 돼지 유전자 4개가 동시에 제거된 4세대 메디피그를 개발하는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서울대병원 안과 김미금 교수팀과 함께 형질전환 돼지의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하는 연구를 시작해 6개월 이상 3두가 생존했다”며 “이 중 1두는 375일 간 생존한 결과를 확인해 이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학술지인 ‘제너트랜스플랜테이션(Xenotransplantation)’에 논문을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급성·급성 혈관성 거부 반응을 제어한 메디피그의 심장과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심장은 46일, 신장은 32일의 생존 기간을 기록했다”며 “이번 실험에 성공하면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료=Expert Rev Clin Immunol 2015;11:1379-90]
<표> 이종장기 원료 동물로서 돼지 이용의 장단점 [자료=Expert Rev Clin Immunol 2015;11:1379-90]

한편, 일각에서는 이종장기 이식이 활성화되기 전에 동물 보호 차원에서 윤리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일반인들의 이종장기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 이사는 이에 대해 “이종장기 이식에서 윤리적인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약점일 수 있다”며 “지금부터 계속 공론화시키고 일반 대중의 판단이 성숙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궁극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 단체와 공청회 등을 통해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나라들과의 기술 격차에 대해서는 “원료 동물인 형질전환 돼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약간의 기술격차가 있지만 조만간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원숭이 이식 시험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여건이 매우 열악해 선진국과 5년 이상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장류 구입의 어려움과 비용 문제뿐 아니라 영장류 수술과 관리 등 노하우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며 “전문 인력 확보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최 이사는 향후 목표로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연구가 잘 마무리되면 향후 장기 이식 전문 병원을 설립해 전 세계 환자들이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이식 전문 병원을 설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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