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식보다 속도 10배 빨라... 연기 발생 최소화∙제초제 내성 위험 없어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기후변화로 극심한 산불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토양의 수분이 증발해 건조해지고, 이 영향으로 초목도 건조해져 산불의 원인이 된다. 산불이 발생하면 주요 탄소 흡수원인 숲이 손실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돼 기후변화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에서 산불로 손실된 숲의 면적은 우리나라 면적의 42배에 달한다. 향후 기후변화 악화로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산불은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매년 대형 산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 감지를 위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산불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스타트업 번봇(BurnBot)도 산불 예방 기술 개발에 나섰다.
번봇은 방치할 경우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식물을 태워 화재를 예방하는 원격 제어 차량 '번봇 RX1'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염소를 풀어 식물을 뜯어먹게 하거나 제초제 살포, 토지를 이용해 태우는 방식으로 식물을 제거해 왔다. 그러나 번봇 RX1 개발로 짧은 시간에 적은 노동력을 이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됐다.
번봇 RX1은 소각 장치와 소화 장치가 탑재된 차량으로, 작업자가 조종하는대로 이동하면서 바퀴 부근에 있는 토치로 식물을 태운 다음 불을 끈다. 차량은 탱크 같은 궤도형 바퀴로 굴러가기 때문에 거친 지형도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내부에는 푸른 불꽃을 내뿜는 여러 개의 토치가 장착돼 있으며 화염 길이와 온도를 정밀하게 조정해 식물을 소각한다. 토치 외에도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 토치에 연료를 공급하는 탱크,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공기 송풍기가 장착돼 있다.
식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를 내부에 가둬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변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으며, 독성이 강한 연기에 노출될 위험을 줄인다. 소각이 완료되면 땅에 물을 반복적으로 분사해 남아 있는 불씨를 완전히 끈다. 차량 뒤쪽 가장자리에는 남아 있을 수 있는 모든 불씨를 꺼트리는 무거운 롤러가 있다.
번봇 RX1은 기존 방식으로 사전 소각이 진행될 수 없는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치를 이용한 기존 소각 방식은 전력선이나 고전압 장비가 적절한 기능을 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전도성이 있는 많은 양의 연기를 생성한다. 반면, 번봇 RX1은 연기를 가두는 방식을 통해 연기를 방출하지 않아 전력선 아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번봇의 기술을 사용하면 적은 인력으로도 기존보다 최대 10배 빠른 속도로 작업할 수 있다. 또, 연기를 최소화하고 위험도가 낮아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번봇은 RX1을 이용해 일반적으로 몇 주가 걸리는 약 74,450평 규모에서의 소각 작업을 며칠 만에 완료해 해당 기술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번봇에 따르면 번봇 RX1은 제초제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지 않고 연기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식물을 더 안전하게 태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산불을 예방해 건강한 숲 조성에 기여한다.
번봇은 최근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2천만 달러(약 277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 처리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연료 소비량을 개선하는 등 기술 고도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이 진행하는 산불 예방을 위한 연구 등에도 협력하고 있다.
아누쿨 라키나 번봇 최고경영자(CEO)는 "식생 관리가 필요하거나 산불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곳 어디서나 해당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번봇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