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기술들]⑨극지방 빙하 다시 살릴 수 있다? 빙하 두껍게 하는 '제빙 기술'
[지구를 살리는 기술들]⑨극지방 빙하 다시 살릴 수 있다? 빙하 두껍게 하는 '제빙 기술'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9.2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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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빙하 붕괴 가속화...기후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 미쳐
리얼 아이스, 제빙 기술로 북극 빙하 재생 성공...기술 고도화 진행 중

[편집자 주]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짙어진 온실가스와 도시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훼손된 지구는 연일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대를 갖게 하는 건 기술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되돌릴 유망 기술들을 소개한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지방 빙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스웨이츠 빙하 협력(ITGC)'은 최근 남극 빙하 소실이 지난 30년 동안 급격히 빨라졌으며, 앞으로도 더 빠르게 소실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빙하로 '운명의 빙하(Doomsday Glacier)'라고도 부른다.

이 빙하가 완전히 붕괴될 경우 전세계 해수면이 최대 65cm 상승해, 저지대 국가 상당수와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겨 수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ITGC에 따르면 운명의 빙하의 얼음 유실은 지난 1990년에서 2010년대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운명의 빙하가 완전히 붕괴될 경우, 오는 23세기에는 서남극 빙하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다.

북극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북극 빙하는 지난 1980년대 이래 95% 이상 줄었다. 이로 인해 해양 온도와 전 세계 기후 패턴이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22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빨랐다. 보고서는 오는 21세기 중반까지 여름철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지구 기후 시스템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빙하 붕괴가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언뜻 생각하면 모두가 합심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 외에 거대한 변화에 대응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녹고 있는 빙하를 되살릴 기술이 있다. 지금 북극에선 빙하를 다시 두껍게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극지방 빙하를 다시 되살리는 기술은 영국의 스타트업 리얼 아이스(Real Ice)의 '제빙 기술(Ice Thickening)'이다. 리얼 아이스는 북극 빙하을 두껍게 만들어 지구의 냉각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빙하 아래에서 수소 드론으로 구멍을 뚫어 물을 뿌리는 리얼 아이스 제빙 기술(이미지 출처 : 리얼 아이스) 

리얼 아이스는 수소로 구동되는 수중 드론을 사용해 빙하 아래에서 구멍을 뚫는다. 이 드론은 빙하 밑에서 물을 끌어올려 표면에 뿌린다. 표면에 물을 뿌리는 이유는 빙하 위에 있는 눈이 단열재 역할을 해 빙하의 확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드론이 끌어올린 물을 빙하 표면에 분사해 눈을 제거하면, 새로운 얼음층이 형성돼, 빙하 전체의 온도가 낮아져 얼음층을 두껍게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해빙을 두껍게 만들어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반사하는 능력인 알베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빙하가 두껍고 넓게 유지되면, 더 많은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지난 1월 캐나다에서 진행한 기술 테스트에서 빙하 위로 물을 분사하는 모습(이미지 출처 : 리얼 아이스)

리얼 아이스는 제빙 기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드론과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 누나부트의 케임브리지 베이에서 첫 번째 기술 테스트를 진행해 직접 개발한 수소 펌프가 극지방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작동하는 수소 펌프를 통해 핵심인 재빙 기술이 얼음층을 두껍게 만들어 북극 빙하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재빙 기술은 아직은 초기 단계로 리얼 아이스는 향후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술을 확장, 적용해 빙하를 복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북극 빙하 면적을  지난 1980년대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재빙 기술이 상용화되면 일정 부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시간과 자금이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 최대 20년 안에 기술 상용화는 물론 실제 빙하를 두껍게하는 작업을 마쳐야한다. 리얼 아이스는 현제 자체 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국제사회가 아마존 보호를 위한 기금을 마련한 것처럼 극지 빙하 보존 기금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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