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땅콩 껍질이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식품 재료가 수 있을까? 땅콩 껍질을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고섬유질 식품으로 재활용하면 식량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UC Davis), 미 농무부(USDA) 농업연구소(ARS) 등 미국 연구팀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Frontiers)에 발표한 논문 "땅콩 껍질, 활용되지 않은 영양가 높은 요리 재료: 글로벌 식량, 건강, 농업 경제를 위한 식품 폐기물의 가치화-서술적 리뷰(Peanut hulls, an underutilized nutritious culinary ingredient: valorizing food waste for global food, health, and farm economies-a narrative review)"에 따르면 땅콩 껍질을 업사이클해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 원료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식량 낭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식량 공급을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4,600만 톤의 땅콩이 생산되며, 이 중 22%는 껍질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이다. 연구팀은 땅콩 껍질에 함유된 650만 톤 이상의 식이섬유와 59만 5천 톤의 식물성 단백질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콩 껍질은 식이섬유(건조 중량의 60% 이상)와 단백질(건조 중량의 7%)이 풍부하며, 항염증 효과가 있는 루테올린 같은 식물성 영양소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암, 고혈압, 당뇨병 등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땅콩 껍질은 전 세계적으로 식품 성분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 점이 오히려 식품 제조업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땅콩을 재배하는 많은 지역이 식량 공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에서 땅콩 껍질을 식품으로 활용한다면 생산 비용 절감과 함께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헤이즐넛, 아몬드, 호두 껍질은 이미 가루 형태로 분쇄돼 식품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땅콩은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재배되며, 헤이즐넛이나 아몬드 껍질보다 더 많은 단백질, 섬유질 및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땅콩 껍질 가루는 빵, 쿠키, 크래커, 비스킷 등 다양한 제과류에 사용될 수 있으며, 제빵 과정에서 질감을 개선하고 수분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땅콩 껍질 가루가 배양육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가수분해 과정을 통해 리그난을 추출한 후 남은 셀룰로스는 식물성 육류에서 흔히 사용되는 메틸셀룰로스 대체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땅콩 껍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이 식품 생산의 비용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영양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땅콩 껍질은 굽거나 숙성된 고기와 관련된 우마미 풍미를 지닌 분지형 아미노산이 높은 농도로 함유돼 있어, 식물성 대체육의 맛을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땅콩 껍질로 만든 단백질 농축액은 단백질 보충제와 대체 유제품 제품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땅콩 껍질은 주로 가축 사료, 포장재 및 산업용 충전재, 그리고 잠재적인 바이오연료로 업사이클되지만, 땅콩 껍질을 인간이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활용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라며 "땅콩 껍질은 식량 공급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재료로, 이를 통해 식량 낭비를 줄이고, 농업 경제를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