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영국의 트립합(Trip-Hop) 선구자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 연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콘서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시브 어택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브리스톨의 클리프턴 다운스에서 대규모 친환경 콘서트 '액트 1.5(Act 1.5)'를 열었다. 액트 1.5라는 명칭은 지구의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이하로 유지하기로 국제사회가 합의한 파리 기후협약에서 따왔다. 3만 5,000여 명의 관중이 이날 콘서트를 찾았으며, 미국 래퍼 킬러 마이크(Killer Mike), 아일랜드 포크 그룹 랭컴(Lankum), 영국 배우이자 음악가인 사만다 모튼(Samantha Morton) 등도 참여했다.
매시브 어택은 1988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전설적인 트립합 밴드다. 트립합 장르의 창시자로 독특한 사운드와 실험적인 음악 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음악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비영리 단체 AGF(A Greener Future)의 도움을 받아, 7년간의 준비 끝에 이날 행사를 열었다.
콘서트로 인한 주요 탄소 배출원은 교통과 에너지 사용이다. AGF에 따르면, 관객 이동은 콘서트의 탄소 배출량의 41%를 차지한다. 아티스트와 스탭, 행사 참여 상인을 포함하면 이 비율은 57%로 증가한다.
액트 1.5에선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조치가 시행됐다. 별도의 이동이 필요 없는 현지 주민들에게는 예매 우선권이 주어졌고, 기차로 이동하는 관객들에게 VIP 바와 별도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했다. 브리스톨 내에서는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히 권장했으며, 주요 기차역 두 곳에서 무료 전기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콘서트 후에는 관객들의 귀가를 위해 특별 기차 5대를 배치했다.
또, 음향 기기 등 행사 장비를 운반하는 트럭 수를 기존 6대에서 2대로 줄였으며, 2대 모두 전기 트럭으로 운행됐다. 콘서트장의 모든 전력은 전기 배터리를 통해 재생 에너지로 공급됐다. 모든 음식은 퇴비화 가능한 용기에 비건식으로 제공되었으며, 음식물 쓰레기 방지 계획이 마련됐다. 연초는 물론 일회용 전자담배도 금지했으며, 화장실까지도 퇴비화 가능하게 했다.
매시브 어택의 리더인 로버트 델 나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공연을 설계하면서도 트럭이 많이 이동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운반 트럭은 2대로 줄었지만, 공연은 더욱 도전적이고, 자극적이며, 시각적으로 역동적이었다"라며 "잃은 것이 없고, 오히려 더 많이 얻었다”라고 말했다.
공연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일부 관객들의 불편이 있었다. 주최측은 “더 많은 비건식 판매업자를 섭외했어야 했다”라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매시브 어택은 올해 안에 이번 콘서트에 대한 기후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콘서트를 더욱 친환경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델 나자는 "콘서트로 인한 탄소 배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나 공연 기획사가 거의 없다"라며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을 멈추고 스스로 행동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