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나무 선별로 살충제 사용 93% 줄여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나무 줄기나 가지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천공성 해충은 내부 성장 조직을 먹고 자라 나무 성장을 위협한다. 특히 야자나무에 침입해 해를 입히는 붉은야자바구미는 침입 초기 단계에서 탐지가 어려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파괴적인 해충으로 꼽힌다.
바구미 침입으로 인한 피해 증상은 잎이 시들거나 노랗게 변할 때 뚜렷하게 알 수 있는데, 감염이 시작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증상이 나타나 신속한 감지가 어렵다. 해충의 늦은 발견은 나무 손상도와 직결돼 큰 문제가 된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바구미 방제는 정기적으로 나무에 화학 살충제를 뿌리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 집약적이며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애그린트(Agrint)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붉은야자바구미 등 나무에 침입한 곤충을 24시간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 센서 '아이오트리(IoTree)'를 개발했다.
감도 높은 센서와 특정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유한 알고리즘을 결합해 개발된 이 센서는 유충이 나무를 뚫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미묘한 진동을 포착한다. 나무에 침입한 해충의 존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모바일로 사용자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나무에 장착된 센서는 유충의 작은 움직임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잘못된 경보로 이어질 수 있는 유충 이외의 접촉 등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나무나 유충 크기와 관계없이 바구미 활동을 95% 정확도로 감지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돼 분석된다. 이후 사용자는 웹 또는 모바일 앱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해충이 어떤 나무에 침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해충에 감염된 나무를 정확하게 파악해 살충제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나무 손상 확대를 막아 치료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애그린트가 7개국 125개 농장에 설치한 수만 개의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 해 동안 약 5만 7,000그루의 나무에 대한 치료가 감소했다. 기존에는 나무가 해충에 감염되면 감염된 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를 대상으로 방제 작업이 이뤄져 낭비되는 자원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오트리를 적용하면 어떤 나무가 감염됐는지 확인하고, 해당 나무에만 조치할 수 있어 자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살충제 사용이 93% 감소해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설치가 쉽고 작동 방법이 간편하다는 점도 아이오트리의 장점이다. 어디서든 간편하게 설치하고 사막이나 열대 지역 같은 기후에서도 잘 작동해 전 세계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아이오트리 센서가 이용되고 있다.
아이오트리는 대추야자, 코코넛야자 등 야자나무 종류에 침입하는 곤충을 탐지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향후 애그린트는 아이오트리를 아몬드, 망고, 핵과류 등 나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수확량 제어 및 인력 관리 등 추가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애그린트는 아이오트리 외에도 초파리 방제를 위한 '아이오트랩(IoTrap)'도 운영한다. 감귤, 복숭아, 올리브 등 나무 반경 100미터 이내 접근한 초파리를 페로몬을 통해 트랩으로 유인하고, 아이오트리 같은 진동 감지 센서를 기반으로 포획된 초파리의 위치와 개체 수를 파악해 사용자에게 앱을 통해 알린다. 살충제를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만 살포할 수 있어 살충제 사용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호나탄 벤 하모제그 애그린트 최고경영자(CEO)는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나무는 더 많은 해충에 노출된다"라며 "애그린트 기술로 실시간 해충 감지를 통해 수확량 손실을 방지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