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기차 비판 입장 바꿔...머스크, 전기차 이익 위해 기후위기 심각성 오도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자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의견에 동조한 일론 머스크 엑스(X, 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거 없는 낙관과 잘못된 정보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엑스로 두 시간 동안 생중계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의 대담에서 두 사람은 기후위기를 비롯해 외교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때 전기차 지원 문제를 두고 서로를 비난했던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을 같이 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조에 맞춰 머스크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머스크는 "현재의 상황이 당장 집에 불이 난 것처럼 급박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류가 대체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는데 50년~10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기간 동안 아마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균형을 맞춰 탈탄소화를 더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나을 수 있지만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산업을 악마화하고, 농부들이 농사를 짓는 것을 그만두게 하고,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다"라며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창업주로서 최근 전기차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는 중국에서나 만드는 것으로 비싸고 멀리 가지도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다시 대통령이 되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전기차 확장 정책을 끝내겠다는 의견을 밝혀왔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전기차를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평소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어서는 안 된다"라며 "테슬라의 전기차는 잘 운전하면 아름답고, 빠르게 운전하면 섹시하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며 여전히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라는 머스크의 주장과는 다르게 지구는 이미 기후 한계를 넘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2월부터 전 세계 기온은 계속해서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유지한다는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를 초과했다.
현재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100명 이상의 목숨을 잃었다. 유럽은 지난해 여름 동안 4만 700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스는 이번주 기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우리나라도 상대적으로 정도는 약하지만 서울이 지난달 21일부터 24일 연속 열대야를 겪는 등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머스크의 발언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오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양학자이자 영국 식물 기반 건강 전문가 협회 회장인 시린 카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육식을 줄이고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실제적인 현재의 위협"이라며 "이는 인간 건강의 근본적인 위협이며, 이미 전 세계 많은 인구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