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교황 일반 알현 방해한 이유는?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교황 일반 알현 방해한 이유는?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4.08.0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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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A 활동가들, 교황 일반 알현에서 '투우 금지' 촉구 기습 시위
PETA, 가톨릭에 '투우 금지' 압박...가톨릭 내에서도 금지 목소리 나와
교황의 일반 알현 중 투우 금지를 촉구하는 동물보호단체 PETA 영국 지부 소속 두 여성 활동가(이미지 출처 - PETA 블로그)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투우 금지를 촉구하며 교황의 일반 알현을 방해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이 투우에 반대하는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뉴스에이전시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PETA 영국 지부 소속의 두 여성 활동가는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일반 알현 중 바오로 6세 홀에서 중앙 통로와 좌석 구역을 분리하는 장벽을 넘어 '투우는 죄악이다'라고 적힌 펫말을 들어올리는 시위를 벌였다. 두 활동가가 입은 흰 티셔츠에는 '투우 축복 중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으며, 이들의 기습 시위를 일반 알현에 참여한 6,000여 명이 지켜봤다.

일반 알현(General Audience)은 교황이 정기적으로 신자 및 여행자들을 만나는 공개 행사다. 일반적으로 매주 수요일에 바티칸 시티에서 열리며, 교황은 강론을 하고 축복을 내리며, 가톨릭 교리나 시사 문제에 대해 설명하거나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PETA 활동가들이 일반 알현을 시위 무대로 삼은 건 교황에게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과 동시에 이 자리에 모인 대중에게 투우 금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PETA는 이날 벌어진 기습 시위에 대해 즉각 성명을 내고 "두 활동가의 강력한 메시지가 교황을 자극해 가톨릭이 투우 산업과의 부끄러운 관계를 끊기를 바란다"라며 "비열한 피의 스포츠를 끝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PETA가 교황의 일반 알현을 방해하고 가톨릭에 투우 금지를 촉구한 이유는 가톨릭 성인을 기리는 여러 축제에서 투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PETA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만 마리의 황소가 투우로 죽임을 당하는데, 그 중 상당수는 가톨릭 성인을 기리는 축제에서 이뤄진다. 심각한 동물 학대이자 '피의 축제'로 묘사되는 투우가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을 끝내기 위해 가톨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PETA의 주장이다.

PETA는 최근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모든 생명체에 대한 잔혹한 행위는 인간 존엄성에 반한다'라고 밝혔다"라며 "성인이 된 교황 비오 5세는 투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잔혹한 본성을 규탄했으며, 투우를 '가톨릭의 경건과 자비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했다"라고 지적했다.

부활전 행사 전 로마 시내에 게시된 투우 금지 광고(이미지 출처 - PETA 블로그)

PETA는 투우 종식을 위해 바티칸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부활절 행사가 열리기 전, 로마 시내의 버스와 100개 광고판에 예수님이 황소와 투우사 사이에 있는 모습과 함께 "투우는 죄악이다. 당신의 신부에게 투우를 규탄해 달라고 요청하세요"라는 광고를 진행했다. 지난 1월 25일에는 PETA 영국 지부 활동가들이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저녁 기도에 참석한 교황 앞에서 투우 종식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가톨릭의 투우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도 진행 중이다.

레리 마틴 신부가 게재한 투우 금지 전면 광고(이미지 출처 - PETA 블로그)

가톨릭 내부에서도 투우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레리 마틴 신부는 지난 6월 세계적인 가톨릭 저널인 더 태블릿(The Tablet)에 투우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는 전면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언론을 통해 "투우는 잔인하며, 합법적인 종교 행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어떤 상황에서도 황소 고문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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