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셰프 투입에도 식물성 단백질 선호 높이는데 실패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고기 없는 식사 제공으로 역대 가장 지속 가능한 대회를 치르겠다던 파리 올림픽의 계획이 크게 후퇴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고기 없는 식사에 대한 각국 선수단의 거센 저항 속에 육류 제공을 크게 늘렸다.
에티엔 토부아 파리 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을 통해 "식단에 대한 선수들의 요구를 총족하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 공급을 늘렸다"라며 "계란 700㎏과 고기 1톤을 추가로 공급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음식과 관련해 일부 조정이 필요했다"라며 "큰 대회를 운영하는 관점에서 이 정도 조정은 매우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파리 올림픽 선수촌 식사 제공을 맡고 있는 현지 케이터링 업체 '소덱소 라이브' 역시 성명을 통해 "계란과 구운 고기처럼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동물성 단백질 음식의 양을 늘렸다"라고 밝혔다.
당초 조직위는 대회 기간 중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전체 1,300만 개의 음식 중 60%를 고기 없는 음식, 3분의 1은 완전 채식 메뉴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올림픽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이전 대회 절반 수준으로 줄여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치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물성 식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정도 낮은 식물성 식단 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조직위의 이 같은 결정은 대회 시작 전부터 많은 참가국들의 저항을 불렀고, 불만은 대회 중에도 이어졌다.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한 나라는 영국이다. 앤디 안슨 영국 올림픽 협회 사무총장은 개막식 전날, 계란, 닭고기 및 특정 탄수화물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조직위가 선수들에게 생고기를 제공했다"라고 비난했다.
독일 남자 하키 팀 주장인 마츠 그람부슈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피크 시간대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음식 배급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라며 "부족한 육류 음식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음식의 질과 양이 좋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몇몇 국가들은 자국 선수들에게 자체적으로 동물성 단백질 식단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고단백 밀크쉐이크 8,000병을 포함한 대량의 동물성 단백질을 가지고 왔다. 호주는 자국 선수 460명을 위해 3톤의 참치, 1만개의 뮤즐리 바 및 2,400개의 미트 파이를 가져왔다.
조직위는 식물성 단백질 음식에 대한 선수들의 선호를 높이기 위해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투입했지만 육류에 대한 선호를 낮추는 데는 실패했다.
필립 뷔르츠 파리 올림픽 조직위 식품 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는 많은 단백질 공급이 필요하다"라며 "60% 또는 100%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해 동물성 단백질의 식물성 단백질 전환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 선수가 에너지를 얻고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식물성 단백질 섭취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많은 비건 선수가 참가했으며, 남자 테니스 단식의 노박 조코비치, 여자 펜싱 에페의 비비안 콩 만 와이는 금메달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