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법원, 병원 무죄 판결..."병원식 외 채식 가능한 다른 방법 있어"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입원 환자에게 적절한 채식 옵션을 제공하지 않은 병원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일까? 병원의 채식 식단 제공에 문제를 제기한 소송의 결과는 무엇일까?
플랜베이스드뉴스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법원은 임신 중 병원이 적절한 채식 옵션을 제공하지 않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한 여성의 소송을 기각했다. 덴마크 여성 메테 라스무센은 지난 2020년 급성통증과 임신으로 두 번에 걸쳐 코펜하겐 북쪽 흐비도브르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기간 동안 그는 병원 메뉴에서 유일한 채식 옵션인 사이드 디쉬로 분류된 음식만 제공받았다. 사이드 디쉬는 쌀과 뿌리 채소, 사과 주스, 삶은 감자 등으로 구성됐다. 라스무센은 부족한 영양을 우려해 두 번째 입원 중 조기 퇴원 했다. 당시 그는 임신 중이었으며, 병원은 출산을 위해 다시 입원해야 할 때는 도시락을 가져오라고 제안했다.
덴마크 채식주의협회(DVF)는 라스무센을 대신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협회는 그의 식단 선택이 사상, 신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유럽 인권 협약 제9조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이 미디어에 주목을 받자 덴마크 법무부는 채식주의자와 비건이 협약에 의해 보호받으며, 일부 상황에서는 공공 기관에서 채식 및 비건 식사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간) 덴마크 힐레뢰드 지방법원은 병원을 무죄로 판결했다. 병원에서 채식주의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채식 옵션 마련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채식주이자가 사이드 디쉬 이상의 옵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
법원은 환자가 사이드 디쉬를 먹을 수 있었고, 본인이 직접 음식을 가져오거나 가족 등을 통해 음식을 배달받거나, 심지어 병원 내 편의점에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채식 신념에 따라 채식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다"라며 "입원 기간도 짧았다"라고 설명했다.
라스무센은 법원 판결에 대해 "법원이 내가 제공받은 음식이 영양가와 맛 측면에서 적절한 채식 음식으로 간주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라며 "병원에 더 오래 입원했다면 영양 실조와 칼로리 부족으로 심각하게 저체중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한 DVF의 룬-크리스토퍼 드라그스달 사무총장은 "법원은 병원이 라스무센에게 채식 음식을 제공했다고 말하지만, 채식 식사는 없었고 개별 채식 음식만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입원한 채식주의자가 알맞은 식사를 하기 위해 외부 음식을 배달받거나, 병원 편의점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판결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모든 사람이 가족이 근처에 있거나 이동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DVF는 병원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450건의 불만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부탁하거나, 편의점에서 즉석 음식을 사거나, 입원 중에 보충제로 생활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라스무센과 DVF는 이번 법원 판견에 대해 항소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