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귀엽잖아"...단두종 개 고통 알고도 키운다
"아프지만 귀엽잖아"...단두종 개 고통 알고도 키운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6.07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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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종 개 키우는 사람들, 건강 문제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개 키운 경험 없어 반려동물 통증 징후 잘 인식 못 해
대표적인 단두종 개 품종 보스턴 테이어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얼굴이 평평하고 입이 짧은 단두종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단두종 개의 건강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하는 애견이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건강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단두종 개를 좋아하는 이중적인 행태가 관찰됐다.

헝가리 에외뵈스 로랑드 대학교(ELTE)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응용동물행동과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두종 개를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단두종 개가 가진 선천적인 건강적 결함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두종 개는 인간의 선호를 반영해 인위적 교배를 통해 특정 외모를 갖게 만든 결과다. 일명 '디자이너 펫(Designer pets)'이라고도 부르며 얼굴이 평평한 개와 귀가 접힌 고양이 등이 대표적이다.

퍼그와 보스턴 테이어 등이 단두종의 대표 품종으로 보기에는 귀여울 수 있으나 건강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단두종 개 절반 이상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80% 이상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해 출산 과정도 쉽지 않다. 눈을 인위적으로 크게 만들어 각막 궤양 등 눈 관련 질병도 많다. 일반적인 단두종 개의 기대 수명은 보통 개에 비해 3~4년 정도 짧다.

연구팀은 1,156명을 대상으로 단두종 개의 대한 선호와 해당 견종의 건강 문제, 설문 참여자의 성격 특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단두종 개에 선호를 표현한 설문 참가자 거의 대부분이 해당 견종의 건강 문제에 대한 높은 인식 수준을 보였다. 단두종 개에 호감을 표시한 참가자 중 99%가 해당 견종의 호흡 곤란을 우려했고 90%는 난산 위험을 지적했다. 61%는 각막 궤양 위험을 우려했다. 설문 참가자 대부분이 단두종 개가 4가지 이상의 건강 문제를 가질 것으로 우려했으며 건강 문제가 4가지 미만일 것이라고 답한 참가자는 극소수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이 평평한 얼굴 견종의 건강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연구는 단두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두종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두종 개에 무관심하거나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교육 수준이 낮았으며, 일반적으로 개를 키운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적으로는 사교성과 공감 능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단두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의 건강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감정이 둔감할 거라는 예상은 사실이 아니었다"라며 "이들 대부분이 개를 키운 경험이 적어 반려견의 통증 징후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선천적인 건강상의 문제를 단두종의 정상적인 특성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두종 개가 선천적인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대중들이 이런 개들에게 강한 친밀감을 보이고 있다"라며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단두종 개의 건강 문제를 환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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