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형의 대체식품 Zoom iN]⑦현재 식물성 대체육 품질의 한계는?
[류기형의 대체식품 Zoom iN]⑦현재 식물성 대체육 품질의 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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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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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품질 개선에도 기존 육류 대비 맛과 향 부족
대체육, 기존 육류와 영양적으로 차이 있어...가공 및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 보강 가능
식약처, 대체식품 기준 및 규격 행정 예고...올바른 대체식품 정의 및 표기 중요
'식물성 대체육' 표기 가능...단, 기존 육류 제품과 엄격히 구분해야
류기형 공주대 식품공학과 교수
류기형 공주대 식품공학과 교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소모되고 있으며, 가축 사육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15%를 차지한다. 육류 섭취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FAO는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50년에는 95억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오는 2030년 이후의 산업화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간 육류 소비량이 1인당 100kg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비건과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식물성 대체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체식품 시장의 확대와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식물성 대체육의 품질은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육류를 즐기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질에 도달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 대체육이 기존 육고기와 비교해 가장 부족한 부분은 고기를 가열해 조리할 때 발생하는 맛과 향이다. 보통 식물성 대체육을 숯불에서 구울 때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색을 내기 위해 레그헤모글로빈을 첨가한다. 고기 혈액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과 유사한 콩의 뿌리에 있는 레그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효모에 넣어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로 육고기의 색뿐만 아니라 맛까지 구현해내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을 분쇄 가공해 만든 임파서블 버거 패티를 불에서 조리할 때, 이 레그헤모글로빈의 붉은색이 갈색으로 바뀌면서 생성되는 맛과 향은 기존의 고기와 흡사하다. 또, 식물성 버거 패티는 육고기의 발색을 위하여 홍국 또는 비트나 사과 주스를 사용해 건강한 고기 색을 내기도 한다. 이밖에, 고기와 유사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대체육을 분쇄하여 만드는 패티, 소시지, 미트볼에 스모크향이나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수분 대체육 조직(이미지 출처 - 공주대 식품 및 사료 압출성형연구센터)

비록, 고수분 압출성형 대체육은 고기 질감을 가지는 하나의 고깃덩어리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레그헤모글로빈을 첨가해 소비자가 만족하는 맛과 향미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압출성형 대체육의 경우, 청크(고깃덩어리)로 가공 시에 첨가물을 넣어 고기와 같은 붉은색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고수분 대체육 청크로 불고기, 스테이크 등을 요리하는 비분쇄육용 대체육의 경우 천연색소만을 이용해 조리하기 전 육고기 특유의 색감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기 식감과 유사한 탄력성과 씹힘성 등 식물성 대체육의 조직감은 주로, 밀단백질인 글루텐과 콩단백질을 주원료로 구현해 왔다. 불용성 단백질인 밀단백질인 글루텐은 일반적으로 물을 넣고 반죽을 하면 탄력성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이는 대체육 가공 시에 조직에 고기와 유사한 섬유상 조직화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조리 전 압출성형 고수분 식물성 대체육 청크(이미지 출처 - 공주대 식품 및 사료 압출성형연구센터)
조리 전 압출성형 고수분 식물성 대체육 청크(이미지 출처 - 공주대 식품 및 사료 압출성형연구센터)

반면, 글루텐은 소장에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설사나 체중 감소와 같은 글루텐불내증(Celiac Disease)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가지는 글루텐프리 대체육을 만들기 위해 완두, 녹두, 쌀 단백질 등의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3D 프린팅으로 고기의 근섬유를 적층하는 기술로 지방조직이나 맛을 좌우하는 마블링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는 대체 소재에 기술을 융합해 고기의 근섬유 조직과 마블링에 유사하게 접근한 것으로, 현재 고기와 같은 근섬유 조직과 지방조직 구현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기와 같은 근섬유 조직감과 고기 고유의 지방조직인 마블링 구현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식물성 대체육은 순식물성이기 때문에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성분과 고기에는 없는 식이섬유 함량이 높지만, 고기에 많이 함유된 포화지방산, 콜레스테롤 함량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식물성 대체육을 섭취하면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 암 등 과다한 고기 섭취로 인해 생기는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체육에는 고기에 풍부한 필수지방산, 헤모글로빈의 주성분인 철과 칼슘, 아연 등의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A, D가 부족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섭취 시 성장 지연 및 빈혈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날고기처럼 추가 가공이 필요한 식품 중간 소재이므로 가공 및 조리 시에 부족한 영양소 보강이 가능하지만, 육고기와 비교하면 영양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과에서 행정예고 중인 대체식품 기준 및 규격에서 대체식품은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해 식용유지류(식물성 유지류 제외), 식육 가공품 및 포장육, 알가공품류, 수산가공식품류, 기타 식육 또는 기타 알제품 등과 유사한 형태, 맛, 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하였음을 표시해 판매하는 식품'으로 정의되고 있다. 처음 제정되는 이 대체식품의 정의는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체식품에 대한 용어, 사용조건과 범위, 제품명 등을 대체육을 사용해 만든 제품명을 포함한 영양성분, 원재료명, 기타 표시사항을 대체식품의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나아가 안전성, 영양, 알레르기 유발 성분 등 부작용에 대한 대체식품 라벨에 규정된 내용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신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개인적으로 대체육은 육류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중간소재로 원료, 부원료로 모두 사용이 가능하므로 식물성 대체육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사용해 제조된 대체육류가공품의 제품명은 식물성(단백질) 불고기, 식물성 육포, 식물성 소시지 등으로 표시해 기존 육고기 제품과 구분해야 할 것이다. 또, 식물성으로 표시하기 위한 완제품의 원재료에 함유된 식물성 대체육의 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체식품 기준에 대한 고시와 규격 및 인정 기준이 식약처의 기준과 안전성 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의 제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표시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제품 선택에 중요하므로 명확하게 정의해 표시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렇게 식물성 대체육은 인구 증가에 따른 단백질 부족, 환경, 건강과 식량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시장 전망도 밝다. 이에 기존의 고기를 능가하는 영양과 기능성 및 육류가공품에 익숙한 소비자의 기호도를 충족하는 고품질의 대체식품이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되도록 산업체와 학계, 소비자 단체, 언론계가 함께 현재 대체육 품질의 한계 극복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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