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색상으로 스트레스 요인 파악…살충제 사용 최대 75%↓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최근 릴라크 하다니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고주파를 발산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소리를 내는 빈도가 증가했다. 연구팀이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잘라 온전한 식물과 비교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은 그렇지 않은 식물에 비해 시간당 최대 50배 더 자주 소리를 발산했다. 또, 식물 종류와 스트레스의 유형에 따라 발산하는 소리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토와 담배의 경우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도 달랐다.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감지할 수 있다면 질병을 모니터링하고 식물 면역력을 향상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식물이 내는 소리로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소음 센서 등을 개발해 활용하는 식이다.
고주파 외에도 식물이 특정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미국 스타트업 이너플랜트(InnerPlant)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위성이나 카메라로 즉시 감지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유전자 변형 식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너플랜트는 유전 공학 기술을 사용해 인공위성에 부착되는 광학 카메라로 포착할 수 있는 특정 색상의 형광 단백질을 방출하도록 식물 유전자를 설계했다. 영양 결핍이나 해충 침입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활성화되는 유전자 주변에 서로 다른 파장에서 빛나는 여러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연결해 스트레스 요인에 따라 형광빛을 발하도록 했다. 햇빛이 드는 농장에서도 잘 보이고 위성으로도 감지하기 쉽게 형광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하나의 식물에서 최대 7개 색상의 형광 단백질이 방출되며 이를 통해 7개의 각기 다른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해충 침입, 물 부족, 질소 결핍 등의 현상이 발생했을 때 식물은 특정한 광학 신호를 방출한다.
7개의 형광 단백질 중 3개는 위성에서 감지할 수 있고 나머지는 트랙터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파악할 수 있다. 가까운 곳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병충해가 발생하기 전에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위성은 헥타르(㏊) 수준의 넓은 범위에서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고 트랙터는 근접한 범위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현재는 해충 침입 등 식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눈에 보이는 증상이 발현되는 데는 며칠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너플랜트가 설계한 대두는 특정 곰팡이 병원체가 침입한 후 2시간 이내에 반응한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화학 비료와 살충제의 사용을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고 수확량은 높일 수 있다. 이너플랜트에 따르면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면화와 대두의 경우 살충제 사용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e) 등으로부터 1,600만 달러(약 211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이너플랜트는 현재 곰팡이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빛을 발하도록 설계된 대두를 시범적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올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험해볼 예정이다.
시리즈A 투자사 존 디어와도 협력해 잡초를 인식해 살충제를 자동으로 뿌리는 존 디어의 기술과 이너플랜트의 기술을 병합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더욱 고도화된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셸리 아로노브 이너플랜트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너플랜트의 기술로 기존 농업 방식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작물의 상태를 파악해 불필요한 살충제 및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