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압박에 백기 든 물랑루즈 "공연에 살아있는 동물 사용하지 않겠다"
여론 압박에 백기 든 물랑루즈 "공연에 살아있는 동물 사용하지 않겠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5.12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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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스 공연장...살아 있는 뱀 공연에 사용해 와
물랑루즈 "강화된 동물복지 요구 인식"...살아 있는 동물 사용 즉시 중단 발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적 댄스 공연장 '물랑루즈'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적 댄스 공연장 '물랑루즈'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세계적인 댄스 공연장 '물랑루즈(Moulin Rouge)'가 살아있는 동물을 공연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연장이 문을 연지 134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에 위치한 물랑루즈는 건물을 상징하는 붉은 풍차 장식으로 유명하다. 100명 이상의 무용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뽐내는 성인용 나이트쇼가 펼쳐지는 세계적인 공연장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 영화가 제작됐으며 같은 제목의 뮤지컬 역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는 인기작이다.

이런 물랑루즈가 9일(현지시간) 더 이상 살아있는 뱀을 공연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물랑루즈는 수조에서 무용수가 뱀 주위를 헤엄치면 뱀이 물속에 잠기는 퍼포먼스를 펼쳐 왔다. 사용된 뱀은 동남아시아 그물뱀과 인도 비단뱀으로, 두 종 모두 육지 서식종이자 보호종이다.

공연 과정에서 뱀이 호흡을 위해 머리를 물 위로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됐다.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은 뱀이 무용수를 무는 것과 물 속에서 배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랑루즈 측이 뱀의 입과 배변기관을 테이프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물랑루즈 측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을 학대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학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지 동물보호단체 파리 애니모 주폴리스(PAZ)는 지난해부터 살아 있는 뱀의 공연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 역시 같은 캠페인을 벌이며 물랑루즈를 압박했다. 여기에 최근 파리시가 물랑루즈에 "육지에 서식하는 뱀을 물에 담그는 것은 뱀의 타고난 습성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라며 "공연에 사용되는 뱀을 육지에 두어야 한다"라는, 사실상 공연에 뱀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압박 속에 물랑루즈 측은 당초 뱀의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오는 2024년까지 공연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의 비난이 심해지자 "동물복지에 대한 강화된 사회적 요구를 인식하고 있다"라는 말과 함께 즉시 공연에서 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연계에서 위상이 큰 물랑루즈의 살아 있는 동물의 공연 사용 중단은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큰 성과라는 평가다.  

PAZ는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물랑루즈의 결정은 향후 공연계에 만연한 동물 포획을 금지하기 위한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프랑스 정부에 공연장과 카바레, 기타 장소에서 동물 사용 단속을 강화할 것을 계속 촉구하겠다"라고 밝혔다.

PETA 역시 "수준 높은 공연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물랑루즈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오락이라는 명목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더 이상 관객들에게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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