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소비생활]④캥거루를 죽이는 축구화 VS 캥거루를 살리는 축구화
[지속 가능한 소비생활]④캥거루를 죽이는 축구화 VS 캥거루를 살리는 축구화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3.03.3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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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마, 캥거루 가죽 미사용 '푸마 킹' 축구화 론칭...소키토, 세계 최초 비건 축구화 판매
캥거루 가죽 축구화 인기...축구화 등 신발 제작 위해 캥거루 매해 200만 마리 이상 사냥 돼

[편집자 주] 기후변화와 동물복지 강화로 모든 생활 반경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소비가 기후변화와 동물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충분히 훌륭한 대체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지구와 동물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다. 데일리원헬스가 지구와 동물, 독자를 위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한다.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보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축구 붐이 일고 있고 TV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로 축구와 풋살을 직접 즐기는 여성도 늘고 있다.

저변이 확대되면 그만큼 관련 용품 사용도 늘 수밖에 없다. 축구를 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용품은 단연 축구화다. 캥거루 가죽은 발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제공해 오랜 기간 인기 있는 축구화 소재로 사용돼 왔다. 문제는 축구화 제작을 위해 매해 호주의 야생 캥거루 수백만 마리가 잔인하게 도살된다는 점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제조사 대부분이 그동안 캥거루 가죽으로 축구화를 만들어 왔지만 최근 캥거루 가죽 사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BETTER 기술이 적용된 '푸마 킹' 축구화. 캥거루 가죽 대신 합성 인조가죽이 사용됐다.(이미지 출처 - 푸마)

푸마가 이달 초 출시한 축구화 '푸마 킹'을 사용하면 캥거루를 무자비한 도살에서 구할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된 푸마 킹은 캥거루 가죽 대신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한 합성 인조가죽을 사용했다. 합성 인조가죽 제조에는 푸마의 독자적인 기술 'K-BETTER'가 적용됐다. 

푸마에 따르면 K-BETTER 인조가죽은 기존 캥거루 가죽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 내구성, 촉감, 착용감 등 모든 면에서 동물성 가죽을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경량 아웃솔과 원형 스터드, 중족부 안정성을 높이는 최신 기술 등이 적용돼 선수의 움직임 제어 능력을 높였다. 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나노그립 기술이 적용된 경량 탈착식 인솔을 사용했다.

피터 스타펜 푸마 제품라인 수석 총괄은 "재활용 소재를 20% 이상 사용하며 나일론 극세사 혼방으로 제작되는 K-BETTER는 높은 신축성과 부드러운 갑피로 최고의 터치감과 볼 컨트롤 이점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소키토가 론칭한 세계 최초 비건 축구화 '데비스타 비건'(이미지 출처 - 소키토 홈페이지)

영국의 친환경 스포츠 브랜드 소키토가 올 초 선보인 비건 축구화 '데비스타 비건(Devista Vegan)'도 좋은 대안이다. 재활용 나이론과 플라스틱 병, 재활용 고무, 콩 등으로 만든 데비스타 비건은 동물성 가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자원 재활용과 식물성 소재로만 만든 최초의 비건 인증을 받은 축구화다.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축구화가 혹시 경기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국제 동물보호단체 인도주의경제센터(Center for a Humane Economy)에 따르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터진 172골 중 164골이 인조가죽 혹은 소가죽으로 만든 축구화를 착용한 선수가 기록한 골로 집계됐다. 캥거루 가죽 축구화가 선수의 경기력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캥거루 가죽은 그동안 사육 후 통제된 도살이 아닌 아닌 야생 캥거루를 총으로 쏴 죽이는 방식으로 얻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어미 캥거루와 새끼 캥거루가 함께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호주에서 야생 캥거루 사냥은 합법이다. 호주에서 매해 신발 제작을 위해 사냥되는 캥거루는 약 200만 마리다. 호주의 캥거루 산업 규모는 2억 달러(약 2,500억 원) 이상으로 3000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죽을 얻기 위해 잔인한 사냥이 이어지자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이 지난 2020년 '캥거루는 신발이 아니다(Kangaroos Are Not Shoes)'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축구화를 포함한 신발 제작에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 왔다.

호주 캥거루산업협회(KIAA)의 입장은 정반대다. 캥거루를 상업적으로 포획하지 않으면 개체 수가 늘어나 농가에 피해를 주고 환경을 파괴해 인위적인 개체 수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캥거루는 사육을 위한 방목지나 물이 필요하지 않아 탄소배출량이 소나 양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만큼 소나 양의 대체제로 오히려 더 이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캥거루 소재 축구화를 사용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푸마는 올해 안에 모든 축구화 제품에서 캥거루 가죽을 퇴출하기로 했다. 나이키 역시 대표적인 축구화 라인 ‘티엠포 레전드 엘리트(Tiempo Legend Elite)'를 포함해 올해 안에 모든 축구화 제품에서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할 것임을 밝혔다. 메이저 축구화 제조사 중 캥거루 가죽 사용 중지 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은 아디다스 하나로,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가 아디다스를 타깃으로 캥거루 가죽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캥거루 가죽 사용 중단은 비단 스포츠 제조사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명품 브랜드 샤넬과 구찌, 프라다 역시 캥거루 가죽을 사용한 제품 생산을 중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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