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식문화 기반 육류 식품에 식물성 대체육 활용 필요...대체육에 맞는 조리 안정성 확보 필수
대체육 부원료로 약용식물·곤충 이용하면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얻을 수 있어
동서양 소비자 기호 분석으로 대체육 소재 K-Food 글로벌 시장 진출 기대
국내외에서 식물성 대체육 산업이 발전하는 이유는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육류 부족과 1인당 고기 소비량 증가, 웰빙을 지향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친환경 관심 증가 때문이다.
이에 따른 채식 인구 증가, 심혈관 질환 및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붉은색 고기를 대체할 식품이 필요하다. 또, 윤리적 이유로 채식하는 비건 인구뿐만 아니라, 동물복지나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일반 소비자 증가로 육류 소비는 감소하는 반면에 식물성 단백질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지난 2000년, 226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293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143조 원에서 오는 2025년 335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대체육 시장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낮은 편이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과 비교해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그 규모가 작고, 소비자층도 아직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대체육 상품 수출은 초기 수준이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한만큼 머지않아 다양한 대체육 제품이 수출 상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프랜테이블’은 식물성 만두를 수출하고 있고, 풀무원은 미국 법인의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프랜트스파이어트’로 두부 가공품을 비롯한 식물성 대체육 기반 스테이크와 만두를 판매하고 있다.
또, 농심 ‘베지가든’은 대체육으로 만든 닭튀김과 떡갈비 등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고, 동원식품은 ‘마이프랜트’로 식물성 대체육 만두 등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는 대체육 햄 등 다양한 대체육 가공제품을, 롯데푸드의 ‘제로미트’는 식물성 너깃 등의 대체육 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다양한 국내 식품기업의 대체육 제품 출시는 세계 시장 진출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체육 소재 식품들은 두부 가공식품, 만두, 식물성 불고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서양 식문화에 기반한 버거 패티, 소시지, 스테이크, 햄 등의 육가공품이지만, 최근 들어 식물성 육포, 식물성 장조림 등 전통에 기반한 대체육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식물성 대체육 소재 식품이 K-Food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식감과 맛 등의 품질을 파악할 필요도 있다.
한식진흥원에서 발표한 '2022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를 보면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 김치, 비빔밥, 불고기, 김치볶음밥, 떡볶이, 삼겹살 구이 순이다. 다른 나라 음식과 비교해 한식은 섭취 시간이 짧고, 각종 채소와 고기 및 생선을 포함하는 다양한 식재료와 이에 따른 다채로운 식감을 자랑한다.
또, 채소뿐만 아니라 고단백 고기와 생선이 많이 쓰여, 외국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보편적인 가공방식에 전통적인 맛을 살린 대체육 기반 제품이라면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식물성 대체육 소재가 K-Food로 발전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으로 첫째, 동양 식문화에 기반한 육류 식품에 고기 소재 대신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하는 것이다. 식물성 숯불 고기, 수육, 장조림, 육포, 육개장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동양 음식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대체육에 맞는 조리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국물에서 고기와 같이 조직이 파괴되지 않는 식감을 가지는 대체육 개발이 필요하다. 공주대 식품압출성형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수분 압출성형 대체육보다 고수분 압출성형 대체육의 조리 안정성이 월등히 높다.
국내 고기 소비 역사를 살펴보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대부분으로 소고기는 주로 구워 먹거나 국의 형태, 돼지고기는 국, 양념구이, 훈연 및 수육으로 만들어 먹는다. 닭고기는 굽거나 채소와 함께 푹 삶아서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삶은 고기와 그 육수에 각종 양념으로 맛을 낸 전통 요리는 해장국, 육개장, 갈비탕, 삼계탕, 설렁탕, 감자탕, 전골, 신선로 등이 있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식문화를 살린 대체육 소재 K-Food는 일차적으로 구이 또는 국 형태가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둘째,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녹차나 버섯 등 항산화 활성이 높은 약용식물과 1,000종 이상의 식용 곤충을 섭취해왔다. 이 식용 곤충은 단백질 및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뿐만 아니라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기능성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우수한 영양 공급원이다. 대체육 부원료로 약용식물이나 곤충을 이용하면 영양뿐만 아니라 맛과 식감도 고기와 가까울 수 있다.
셋째, 동남아에서 많이 소비되는 콩을 발효시켜 고기와 유사한 조직감을 지니는 템페처럼, 동양권에는 된장, 간장, 젓갈 등과 같은 많은 발효식품이 존재한다. 식물성 대체육을 발효식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발효를 대체육에 적용한 예로, 전지콩(Full-Fat Soybean) 기반의 대체육을 발효해 만든 콩고기 된장이 있다. 외국인들이 된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컹한 식감 때문인데, 발효 대체육으로 만든 된장은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지녀 이러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양인과 서양인이 선호하는 맛과 식감에 차이가 있으므로 두 소비자층의 기호도 분석으로 선호하는 고기와 유사한 식감, 맛 등을 차별화하고 보편적인 가공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동양과 서양인이 모두 선호하는 관능적 요소를 기본으로, 여기에 매운맛과 구수한 맛과 같은 차별화된 전통 향미를 더한 대체육 소재 K-Food가 출시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기대해 본다.
류기형 공주대 식품공학과 교수 ghryu@kongju.ac.kr
[필자 소개] 류기형 교수는 미국 캔자스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코넬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한 후, 1994년부터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주대 대학원장, 한국산업식품공학회 회장,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