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W] 곡물로 만든 대체 우유? 아니죠! 우유도 치즈도 상추로 만들어요
[TECH NOW] 곡물로 만든 대체 우유? 아니죠! 우유도 치즈도 상추로 만들어요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3.02.23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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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맨텀, 상추 유전자 변형 기술로 대체 우유 생산 기술 개발
'카제인' 함유로 치즈 대량 제조도 가능…향료·염료 생산에도 활용 기대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젖소에서 얻은 우유가 아닌 아닌 콩, 쌀, 아몬드, 귀리 등 곡물을 갈아 만든 식물성 대체 우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 우유 시장은 지난 2021년 178억 달러(약 22조 3,461억 원) 규모에서 연 평균 4.6% 가량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239억 달러(약 30조 88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우유는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거나 비건 식품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젖소 사육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대체 우유 시장에 뛰어드는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피그맨텀(Pigmentum)'은 기존의 대체 우유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유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대체 우유 제조사와 피그맨텀의 차이는 원료다. 피그맨텀은 '상추'를 이용해 대체 우유를 생산한다. 대체 우유 생산을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상추를 온실에 심은 후 물과 특수 비료를 뿌려 재배한다. 이후 작물이 수확되면 상추를 압착해 우유의 풍미를 구현하는 천연 성분을 첨가해 대체 우유를 만드는 방식이다.

피그맨텀이 개발한 유전자 변형 기술이 적용된 상추(이미지 출처 : 피그맨텀)
피그맨텀이 개발한 유전자 변형 기술이 적용된 상추(이미지 출처 : 피그맨텀)

이렇게 생산된 대체 우유에는 우유를 이용해 치즈를 만들 때 쓰는 '카제인' 단백질이 함유돼 있어 일반 치즈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맛과 품질에서 차이가 없는 치즈를 대량 생산하기에도 용이하다.

피그맨텀 기술의 핵심은 외부에서 주입된 유전자를 통해 식물 유전 형질이 바뀌는 '형질전환'에 있다. 피그맨텀은 식물 유전자가 외부의 특정 요소에만 반응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다. 이를 통해 상추에 물이나 특수 비료를 주입하면 우유 속 주요 단백질인 카제인을 발현할 수 있다. 

피그맨텀은 유전자 변형된 상추에서 우유 단백질을 추출해 대체우유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그맨텀은 유전자 변형된 상추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대체 우유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그맨텀에 따르면 이 기술을 이용하면 우유 단백질 외에도 다양한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식품 및 화장품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향료, 염료 등도 생산할 수 있어 합성 원료를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설립 후 지금까지 총 700만 달러(약 88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피그맨텀은 오는 2025년까지 자사 기술로 생산한 식물성 유제품을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 진출 전에 유전자 변형 작물(GMO)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등 쉽지 않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피그맨텀 기술이 적용된 상추는 환경 부담이 적은 수직 농장이나 온실에서 재배할 수 있어 유전자 변형 식물 재배로 인한 주변 환경 및 작물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GMO 식품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우선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안전한 식품으로 인정하는 GRAS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 비해 GMO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인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후 차츰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탈 루츠키 피그맨텀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식물을 통해 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농경지의 80%를 가축 사용에 사용하는 현재 낙농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GMO 식품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만 피그맨텀 기술은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유제품 생산 방식으로서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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