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⑨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덜 미치려면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⑨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덜 미치려면
  • 오피니언
  • 승인 2023.02.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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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 급증...일회용품 재활용률 기대보다 낮아
종이,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적어...종이 소재로 일회용품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
무분별한 벌목 줄이기 위해 나무 관리 필요...책임 있게 관리된 숲에서 얻은 나무로 종이 생산해야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지난 3년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폐기물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난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 그 대부분은 비닐봉지, 페트병, 플라스틱 용기다.

일회용 포장재라고 하지만 때론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다회용 용기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멀쩡하다. 한가득 쌓인 플라스틱 용기들을 분리수거하며 우리는 이것들이 재활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세척하고 라벨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68%에 그친다. 나머지는 소각이나 매립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실제 많은 소비자와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가방을 가지고 마트에 가고, 텀블러를 사용해 종이컵을 아낀다. 한 배송 업체는 신선식품을 보냉백에 배달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연 1억 개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줄였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 내용물만 판매하는 방법은 일회용품을 없애는데 더 훌륭한 방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처럼 의식 있는 소비자와 기업의 활동으로 줄일 수 있는 쓰레기보다는 배달, 포장으로 증가하는 양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미 배달과 포장은 매장 내 취식만큼 보편화됐고, 배달은 커피, 디저트, 샐러드 등 이전에는 생각조차 않았던 음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 자장면 배달처럼 그릇을 수거하던 때로 돌아간다면 모르겠지만,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어느 음식점도 그릇을 회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 편한 것에 익숙해지면 불편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에 앞으로도 일회용품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 환경부는 감염병 관리 차원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지 않았으나 이제 코로나19가 관리 수준에 도달하자 일회용 제품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환경부는 종이와 플라스틱의 차이 없이 일회용품은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사용을 규제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과 같이 환경을 해치는 소재가 아닌 지구에 영향을 덜 미치는 지속 가능한 종이 소재로 바꾸는 것이다. 종이는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가 낮고 수분에 약하지만 수성 코팅으로 수분을 차단하면 일회용품에서 많은 부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 환경 면에서 종이는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재활용률이 높다. 매립돼도 흙 속에서 쉽게 생분해돼 바닷속을 표류하거나 먼 훗날 지층에 남아있을 플라스틱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이로 만든 빨대
종이로 만든 빨대

최근 빨대, 식품 용기, 테이프, 완충재, 보냉팩에서 종이 소재가 사용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종이 몰드에 샐러드, 햄버거, 샌드위치나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코카콜라가 적용하기로 한 종이병도 하나의 혁신이다. 심지어 종이는 건축자재로도 활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늘어나는 종이 원료인 나무를 어디서 얻는가이다. 방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림을 해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FSC 인증 산림과 같이 책임 있게 관리되는 숲에서 얻은 나무를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원료가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겠지만 책임 있게 관리되는 숲은 소비자가 많이 쓸수록 늘어나게 되므로 공급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환경부가 일회용 제품을 줄이는 노력과 동시에, 일회용품의 소재를 지속 가능한 자원인 종이로 사용하도록 권장한다면, 단순한 규제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지구 환경을 크게 염려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 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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