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뭐길래...월드컵 유치 노리는 모로코 유기견 수백 마리 학살 논란
축구가 뭐길래...월드컵 유치 노리는 모로코 유기견 수백 마리 학살 논란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3.02.02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로코, FIFA 클럽 월드컵 개최 앞두고 탕헤르에서 유기견 대대적 학살
모로코 2030년 월드컵 유치 노려...FIFA에 좋은 인상 주려 유기견 학살 자행
유기견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게시물(출처 -
유기견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SFT 동물보호소 게시물(출처 - SFT 동물보호소 페이스북)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모로코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유기견 수백 마리를 학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로코의 동물보호단체 'SFT 동물보호소(SFT Animal Sanctuary)'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모로코가 FIFA 클럽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북부 해안도시 탕헤르에서 유기견 수백 마리를 학살했다고 밝혔다.

SFT 동물보호소에 따르면 유기견들은 총과 독침, 독극물이 든 음식 등으로 살해됐으며 탕헤르 곳곳에서 유기견을 사냥하고 사체를 치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실제 유기견이 죽임을 당하는 영상과 사진이 공개돼 외신에 보도되고 있다.

모로코가 대대적인 유기견 학살에 나선 건 2일(현지시간)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 기간에 맞춰 모로코를 방문하는 FIFA 관계자들에게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다. FIFA 클럽 월드컵은 6개 대륙 축구 클럽 챔피언들이 모여 세계 최강 클럽을 가리는 대회다. 올해는 유럽 챔피언 레알마드리드를 비롯해 남미 챔피언 플라멩구, 아시아 챔피언 알아흘리 등이 참가한다. 

모로코는 2~12일까지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을 성공시켜 오는 2030년 FIFA 월드컵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입장이다. 스페인, 포루투갈과 함께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노리고 있는 모로코 입장에선 이번 클럽 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현지를 방문한 FIFA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탕헤르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모로코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결국, 도시 미관과 위생을 해친다는 이유로 유기견 대량 학살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에 맞춰 우리 정부가 서울의 판자촌을 강제 철거한 것과 같은 이유다.

모로코 정부는 탕헤르 지역에만 유기견 3만 마리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300만 마리의 유기견이 방치돼 있어 문제가 크다는 입장이다. 유기견들이 거리의 휴지통을 뒤지며 도시를 어지럽히고 전염병을 옮기며 도로에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일부는 광견병을 앓고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밝혀왔다.

SFT 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기견들(이미지 출처 - SFT 동물보호소 페이스북)

하지만 SFT 동물보호소는 유기견 상당수가 중성화 수술을 받고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도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했다고 성토했다. SFT 동물보호소는 유기견 중성화 수술 및 광견병 예방 접종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왔다. 

샐리 카다오이 SFT 동물보호소 대표는 "정부가 유기견은 물론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도 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죽이고 있다"라며 "유기견 학살을 막으려는 동물보호단체 회원과 시민들을 제지하고 심한 경우 체포까지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SFT 동물보호소 등 현지 동물복지단체들은 UN아동권리위원회에 동물에 대한 공공 폭력을 이유로 탕헤르시를 고소했다. 이 문제에 대해 FIFA와 모로코 내무부, 탕헤르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