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⑥원헬스 개념 교육·연구 통한 현장 방역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유한상의 인간과 가축전염병]⑥원헬스 개념 교육·연구 통한 현장 방역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승인 2023.01.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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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종 전염병 70%가 동물과 연관...인류 신종 감염병 위협에 직면
미래 인수공통감염병 위험 높아...교육·연구로 전염병 대응 능력 높여야
신종 감염병 대응에 모범답안 없어...원헬스 개념의 현장 접근형 대책 마련 능력 키워야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인류 역사에서 동물의 의미와 중요성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변화에 따라 수의학 중심 동물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교육과 연구 방향이 정해졌다. 산업화 이전에는 전쟁, 운송, 농경 목적으로 말과 소가 중심축에 있었으나, 현재는 그 중심축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경제발전으로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조만간 80억 명을 넘어 2100년 이전에 100억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식량과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의학 발달로 인한 수명 연장으로 다양한 면역저하 관련 질병이 발생해 인류는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되었다. 그리고 전염병은 사람에서뿐만 아니라 동물에서도 나타난다. 가축 전염병 발생은 직간접으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고, 이는 커다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수의학 목적 중 하나가 동물 건강을 통해 인류 보건 및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동물질병, 특히 전염병 예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람의 신·변종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런 신·변종 전염병의 약 70%가 동물과 연관이 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고대사회부터 산업화 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 인구증가, 소득 증대에 따른 생활의 변화, 식량자원 확보 노력, 이로 인한 자연의 무분별한 훼손 등으로 인류가 다양한 동물들, 특히 야생동물들과 접촉할 기회가 급증했다.

이러한 접촉 증가로 직간접적인 종간 전파 기회가 높아지고, 신·변종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사스(SARS), 에볼라(Ebloa), 메르스(MERS), 코로나19(COVID-19) 등을 통해 직접 경험했듯이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현재 알고 있는 동물 전염병은 전체의 약 20~30% 수준 이하다. 이는 인류가 신종 감염병 위협에 항상 직면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은 다양한 감염병 관련 종사자들의 논의와 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의학과 같은 전문 교육의 목적은 관련 분야 전문가를 양성해 인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새로운 위험에 효율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특히 동물 전염병으로 인한 동물 피해와 함께 동물을 통해 사람에 전파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이 부분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어느 누구도 미래에 발생할 전염병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능력을 함양(涵養) 할 수 있다.

최근 각 분야에서 다양한 신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초과학의 발달로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한 병원체 유전 정보 확인, 이를 통한 빠른 백신 개발로 새로운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염병 대응은 기술뿐만 아니라, 감염병 발생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사회학적, 인류학적, 문화적인 변화 등 다각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인류복지 기여 및 경제적 이득 등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감을 가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많은 전염병 재앙을 겪으면서 얻은 결론은 앞으로 사람, 동물 관련 전염병 방역 대책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없고, 미래지향적인 대책 수립을 위해서 넓은 의미의 관련 분야까지 논의, 조정을 통해 협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원헬스적인 통합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발생한 전염병들의 현장 자료, 그 시대의 사회적 특성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다가올 미래의 사회적 변화와 이에 따른 각종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축척이 필요하다. 이는 미래 세대 교육을 통해서 현재까지의 기본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신종 감염병 대응에는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다. 이에 미래지향적인 기초 기술 연구개발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 구축을 통해 그때그때 여러 분야의 다양한 기술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헬스 개념의 현장 접근형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yoohs@snu.ac.kr

[필자소개] 유한상 교수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의과학연구소(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근무한 후 1997년부터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염병학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가축의 전염병, 원헬스, 인수공통 감염병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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