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W] 요술? 아니요, 기술입니다! 과일 상자에 넣으면 유통기한 3배 늘려주는 ‘향주머니’
[TECH NOW] 요술? 아니요, 기술입니다! 과일 상자에 넣으면 유통기한 3배 늘려주는 ‘향주머니’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2.12.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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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 테크놀로지스, 농산물 신선도 유지 기한 연장 기술 개발…음식물 쓰레기 감축 기대
포도·아보카도 등 총 25종 농산물에 적용 가능…품질 향상에도 도움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유통기한이 지나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날씨 영향을 받는 과일이나 채소 같은 신선식품은 무더운 여름철에는 유통과정에서 상당수가 무르거나 상하기 일쑤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식품 폐기 손실 비용은 한 해 평균 무려 1조 5,400억 원에 달한다.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 비용이 5,900억 원, 가정 내에서 폐기되는 비용이 9,500억 원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로 음식물 쓰레기 발생은 자원 낭비를 넘어 추가적인 음식물 생산으로 인한 탄소발자국 유발로 기후변화 위기도 심화시킨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 등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물 폐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국내외에서 푸드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미국 스타트업 헤이즐 테크놀로지스(Hazel Technologies)는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기한을 쉽게 연장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산물은 생산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에틸렌'이라는 천연가스를 방출한다. 이는 농산물이 빠르게 숙성돼 신선도가 떨어지고 부패하는 요인이 된다. 헤이즐은 농산물 신선도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에틸렌 생성 및 흡수를 저해하는 물질인 '1-메틸사이클로프로펜(1-MCP)을 활용해 농산물 숙성을 늦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헤이즐 테크놀로지스가 농산물 유통기한 연장을 위해 개발한 향주머니 '헤이즐 100' (이미지 출처 :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헤이즐 테크놀로지스가 농산물 유통기한 연장을 위해 개발한 향주머니 '헤이즐 100' (이미지 출처 :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헤이즐 테크놀로지스은 생산자가 쉽고 간편하게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향주머니 형태의 '헤이즐 100' 제품을 만들어 출시했다. 헤이즐 100을 과일 상자 등에 넣기만 하면 향주머니에 분말 형태로 들어있는 1-MCP이 방출되는데, 이는 농산물에서 나오는 에틸렌과 결합해 숙성 과정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 대기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 유통기한과 품질을 최대 3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

헤이즐 100을 이용하면 포도의 경우 6~8주 동안 줄기의 녹색을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와 도소매 업체에 신뢰를 줄 수 있다. 보통 포도 줄기는 품질과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면 탈수돼 갈변 현상이 일어난디. 줄기 색이 변하면 신선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오해를 없앨 수 있다.

헤이즐 100은 농산물 종류에 따라 에틸렌과 반응하는 과정이 다르다. 사용자는 포도, 아보카도, 사과, 토마토 등 총 25종에 특화된 각기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진 헤이즐 100을 선택할 수 있다. 헤이즐 100은 농산물 수확 직후부터 투입할 수 있으며, 헤이즐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현재 농산물 포장 및 소매 업체 등 300개 이상의 업체가 사용하고 있다.

헤이즐 100은 농산물 품질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 2019년 헤이즐 테크놀로지스가 농산물 유통 업체 그로어 얼라이언스와 진행한 멜론 품질 검사에서 헤이즐 100과 함께 포장된 멜론이 대조군에 비해 14% 더 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작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테스트에서도 헤이즐 100의 농산물 신선도 유지 효능이 입증됐다. 지난 3월 플로리다 대학 식품농업과학연구소는 헤이즐 100을 이용해 아보카도, 파파야, 망고, 구아바를 포함한 열대과일의 유통기한을 최소 4일에서 최대 3주까지 연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농산물 유통기한 연장 기술을 개발한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이미지 출처 :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농산물 유통기한 연장 기술을 개발한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이미지 출처 :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지난 2015년 미국 시카고에서 창업한 헤이즐 테크놀로지스는 현재까지 6번의 투자 라운드에서 총 8,780만 달러(약 1,107억 원)을 투자 받았다. 가장 최근 투자 유치는 지난해 3월 완료된 시리즈 C 라운드로 7,000만 달러(약 883억 원)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해당 투자에는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 홀딩스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완료한 헤이즐 테크놀로지스는 미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이단 무아트 헤이즐 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산물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고기나 생선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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