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⑦파괴된 산림을 복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길이 열렸다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⑦파괴된 산림을 복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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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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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C, 최근 총회에서 1994~2020년 숲 개간 업체가 피해 복구하면 FSC 인증 부여키로 결정
숲을 조림지로 용도 변환한 사업자도 FSC 인증 받을 수 있어...산림 복원 물꼬를 터주는 결정 '환영'
자연림, 탄소 제거 효과 탁월...과거 산림 파괴자, 자연림 복원 앞장서기를 기대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산업화 이후 탄소 배출 증가와 환경오염 가속화와 함께 우리의 소중한 산림도 급속도로 파괴돼 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산림파괴 속도는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1분당 축구장 27개 규모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농업이나 목축업을 위한 산림 개간, 그다음으로 불법 벌목을 포함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임업, 광업, 인프라 구축,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등이 있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는 지난1994년 산림파괴를 막고 세계의 숲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인증 제도를 만들어서 엄격한 사회, 환경, 경제적 기준에 의해 관리되는 숲에 인증을 부여하며, 인증 숲에서 나온 목재로 만든 제품을 소비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FSC 라벨을 표기해 기업과 소비자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산림을 관리하기 위한 FSC의 여러 가지 원칙과 기준 중 가장 중요한 하나는 지난 1994년 이후 자연숲을 개간해 조림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FSC가 설립된 이후로 숲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이 원칙이 지난 10월 발리에서 열린 FSC 의원 총회에서 개정됐다. 지난 1994년에서 2020년까지 숲을 개간한 업체도 환경, 사회에 미친 피해를 복구하면 FSC 인증사가 될 수 있게 바뀐 것이다. 이 안건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돼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지난 10월 발리에서 열린 FSC 총회 모습
지난 10월 발리에서 열린 FSC 총회 모습

FSC 의원 총회는 3년에 한 번 전 세계 천여 명의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산림에 관한 정책과 기준을 결정하는 행사이다. 마치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듯이 산림에 관한 법을 만드는 회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안건이 채택되려면 경제, 사회, 환경 분과에 속한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수년 동안 의원들은 숲을 조림지로 용도 변환한 사업자도 FSC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했고 마침내 이번 총회에서 83%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어찌 보면 불의와 타협하고 원칙을 저버린 결정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반대로 산림 복원의 물꼬를 터주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원칙은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숲을 복원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왔다. 조림사업을 위한 대규모 삼림 전환이 초래한 사회적, 환경적 피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이를 인증 제도에서 차단해 FSC와 무관한 조림 업자를 FSC 기준으로 관리하게 할 수도, 복원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다.

또, 지난 1994년을 기점으로 하는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불평등한 기준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이미 그전에 많은 숲을 개간해 1994년 이후로 자연림을 전환할 일이 없지만, 전 세계 소비자의 늘어나는 임산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자원이 필요했던 개도국,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그 이후로도 많은 기업이 숲을 조림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해 이를 법으로 허용하였기에 합법적으로 조림사업을 한 기업이 FSC 인증을 받을 길이 없었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 특히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 우림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FSC 인증 숲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FSC 인증을 원하는 APP(Asia Pulp & Paper), APRIL 등과 같은 대기업의 조림지만 해도 백만 헥타르가 넘는다. 이들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과거의 잘못을 되돌리고 다시 인증을 받는다면 이는 환경과 사회에 매우 바람직한 변화임이 분명하다. 

복원해야 할 면적, 기간, 어느 시점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수많은 토론과 의견의 조율을 거쳐 결정될 것이다.

자연림 복원은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조림지보다 몇 배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또한 자연림은 다양한 생물을 보존하고 지역 사회의 생계를 지원하기에 조림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FSC 총회의 이번 결정은 기후와 생물 다양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산림과 산림 복원의 중요성이 점점 더 해결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점에서 산림 파괴자들에게 과거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그들이 열대 우림과 세계 숲을 복원하는데 앞장서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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