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W] 유전자 검사 없이 ‘스마트 태그’ 하나로 가축 혈통 확인한다
[TECH NOW] 유전자 검사 없이 ‘스마트 태그’ 하나로 가축 혈통 확인한다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2.10.3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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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셰퍼드, 스마트 태그로 빠르게 가축 혈통 파악하는 기술 개발
가축 번식력 분석 가능...효율적인 번식 관리로 생산성↑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 증가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는 농가도 증가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신규 인증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32.3%가 증가했고, 2020년에는 13.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넓은 사육 공간 확보해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인 농장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좁은 공간에서 가축을 기르는 공장식 축산이 아닌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사육하는 농가를 육성해 동물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8년 국내 축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산란계 최소 사육기준이 마리당 0.05m2에서 0.075m2로 확대되고, 자연 방사해 기른 닭이 낳은 계란을 판매하는 식품기업 및 농장도 늘고 있다. 

국내와 달리 인구밀도가 낮고 국토가 넓은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방목으로 가축을 주로 사육해왔다. 그러나 방목 사육 가축은 일정한 공간에서 기른 가축에 비해 혈통관리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번식률을 높여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번식력이 우수한 개체 파악 등을 통한 효율적인 번식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비용은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야만 했다. 개별 농장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동물복지 강화로 방목 사육 비중이 늘면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호주의 스타트업 '스마트셰퍼드(SmartShepherd)'가 방목 사육 농장을 위해 쉽고 빠르게 96%의 정확도로 가축 혈통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셰퍼드가 개발한 가축 혈통 분석 태그 (이미지 출처 : 스마트셰퍼드)
스마트셰퍼드가 개발한 가축 혈통 분석 태그 (이미지 출처 : 스마트셰퍼드)

스마트셰퍼드 기술은 양, 소, 사슴, 염소 등 방목해 기르는 대부분의 가축에 적용할 수 있다. 가축의 목에 목걸이 형태의 전자 태그 장치를 부착하면 48시간동안 어떤 개체 간에 접촉이 많았고, 어떤 어미가 새끼에게 주의를 더 잘 기울이는지 등이 모니터링된다. 이를 바탕으로 모자관계 등 가축 혈통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이 완료되면 농장주는 휴대폰 앱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혈통 분석은 2일 안에 완료된다.

태그는 방목 사육되는 가축의 특성에 맞춰 방수 처리 등으로 견고하게 제작됐으며, 배터리로 구동된다. 배터리 수명이 끝나면 배터리만 교체해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대상을 식별하는 무선인식(RFID) 기술이 활용돼 GPS나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장거리 및 다중 장치 연결이 가능하다. 약 304m 거리에 있는 수백 마리의 개체까지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셰퍼드의 기술은 혈액 채취 등 동물에 고통을 주는 침습적 방식이 아닌 태그 부착만으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친화적이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꾸준히 데이터를 쌓으면 어떤 품종이 번식력이 우수하고 또 취약한지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또, 어린 새끼를 잘 돌보는 어미와 그렇지 않은 어미를 구분해 모성애가 큰 어미의 생산을 늘리고 어미의 돌봄에서 방치되는 새끼를 별도 관리해 조기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이는 효율적인 번식 관리로 이어져 농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스마트셰퍼드가 개발한 태그를 목에 부착한 양 (이미지 출처 : 스마트셰퍼드)
스마트셰퍼드가 개발한 태그를 목에 부착한 양 (이미지 출처 : 스마트셰퍼드)

개별 농가는 스마트셰퍼드 태그 대여와 앱 사용을 위해 월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장치 대여료는 한 대당 12.5달러(약 1만 8천 원), 태그 리더기 및 앱 사용료는 6백 달러(약 85만 3천 원), 각 개체 당 서비스 수수료는 2.5달러(약 3,554원) 수준이다. 스마트셰퍼드는 지난 2018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 기준 20만 마리, 현재 30만 6천 마리의 가축이 태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데이비드 루비 스마트셰퍼드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셰퍼드의 기술이 유전학적인 측면에서 농가의 가축 혈통 및 번식 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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