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래교 알맹상점 대표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려면 ‘거절’ 생활화해야”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려면 ‘거절’ 생활화해야”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2.10.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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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판매 …월 3천 명 방문
독일 정수기 브랜드 ‘브리타’에 필터 재활용 시스템 마련 촉구…국내 필터 수거 시스템 도입 이끌어
종이팩 재활용∙일회용컵 보증금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위해 활성화 돼야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기후변화 위기가 심화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재활용으로 쓰레기를 줄여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용기내 챌린지'가 화제를 모은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숍(Zero Waste Shop)'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의 양래교 공동대표는 "지난 2020년 알맹상점의 문을 열 당시만 해도 국내 제로웨이스트숍은 4~5군데 있었지만 현재는 300곳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알맹상점은 세제, 화장품, 향신료 등 다양한 제품을 포장재 없이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세제나 화장품 등 액체류는 구매자가 직접 담아갈 용기를 가져오면 필요한 만큼 덜어 구매할 수 있다. 

양 대표는 알맹상점을 오픈하기 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018년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발표 당시 그동안 재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당수의 쓰레기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중국으로 수출돼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야말로 환경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그는 해외에서는 많이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찾기 힘들었던 리필스테이션을 열었다.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기후변화 위기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알맹상점을 찾는 고객은 월평균 3천명 정도다. 그사이 제로웨이스트숍이 많이 생겨 알맹상점 오픈 당시와 비교하면 방문객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알맹상점을 찾는 발걸음 꾸준하다.

리필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리필 제품 제작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공장 가동 등의 문제로 가격대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보다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7월에는 알맹상점의 2호점인 '알맹상점 리스테이션'도 문을 열었다. 리스테이션은 알맹상점과 동일하게 다양한 리필 제품을 판매하지만 카페도 함께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리스테이션 카페에서는 음료 제공 시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다회용기는 사용 후 고객이 직접 간단히 세척해 반납해야 한다. 또, 매장 내에는 화장지 대신 거즈 손수건이 비치돼 있다.

알맹상점은 제품 판매 외에도 제로웨이스트숍 최초로 자원회수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자원회수센터로 시민들이 가져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다시 재활용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 자원순환을 실천한다. 이렇게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의 양은 매달 알맹상점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다. 지난 9월에는 1, 2호점에서 총 625kg의 자원이 수거됐다. 

알맹상점의 활동은 단순히 오프라인 리필 매장을 운영하며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다양한 이슈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재활용률이 낮은 우유팩과 같은 종이팩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종이팩 어택'과 다 쓴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 시행을 촉구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어택'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양 대표는 "종이팩은 분리배출을 해야 함에도 많은 이가 모르고 있거나 배출할 곳이 마땅치 않다"라며 "토론회, 서명 운동 등을 통해 종이팩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알맹상점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어택' 캠페인을 통해 모은 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컵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알맹상점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어택' 캠페인을 통해 모은 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컵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특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해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영국 사례를 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 2020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면봉 등의 판매 및 공급을 금지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일회용 빨대가 부착된 음료 판매도 금지했다. 지난 4월에는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 시 재생 원료를 30%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플라스틱 포장세'를 도입했다. 양 대표는 "다 쓴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재질통일로 인한 자원순환까지 기대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제도 중 하나"라며 "국내에서는 오히려 제도가 축소∙유예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그는 알맹상점이 진행한 캠페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캠페인으로 '브리타 필터 어택'을 꼽았다. 알맹상점은 지난 2020년 십년후연구소,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필터를 셀프로 교체해 사용하는 독일 친환경 정수기 기업 '브라타'의 한국법인 '브리타코리아'에 필터 회수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1만 5천 명의 서명을 받아 전달했다. 그 결과 브리타코리아는 필터를 무료 수거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알맹상점이 진행한 '브리타 필터 어택' 캠페인 포스터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알맹상점이 진행한 '브리타 필터 어택' 캠페인 포스터 (이미지 출처 : 알맹상점)

양 대표는 "많은 사람이 캠페인에 관심 갖고 동참해 만들어낸 결과"라며 "알맹상점을 오픈했을 때와 비교하면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 확산을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절하기'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카페나 식당에 가서 물티슈, 빨대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일회용품은 받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알맹상점이 진행할 캠페인은 무수히 많다"라며 "리필 및 재사용 문화 확산과 활성화를 위해 알맹상점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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