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푸드〈2〉곤충 단백질]③곤충 산업 육성에 진심인 글로벌 국가들...관련 기업도 빠르게 성장
[퓨처푸드〈2〉곤충 단백질]③곤충 산업 육성에 진심인 글로벌 국가들...관련 기업도 빠르게 성장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2.10.18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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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곤충 섭취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 감지…환경·건강 이점으로 거부감 감소
EU, 곤충 '노블푸드(Novel Food)' 포함 후 판매 허가...日 1993년 이후 곤충 산업 육성 관심
국내외 기업 곤충 단백질 시장 속속 진출...우리나라도 곤충업 신고 업체 지속 증가

[편집자 주] 기후변화와 동물복지 이슈로 지금까지의 육류 생산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다양한 대체 단백질이 시장 영향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가 곤충 단백질이다. 단백질과 무기질 함유량이 높고 무엇보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곤충이 과연 대중의 선택을 받는 퓨처푸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 국내외 곤충 단백질 시장 현황과 대표 기업, 각국의 곤충 단백질 산업 육성 정책 등을 3회에 걸쳐 집어본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곤충 단백질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곤충 산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학습용으로 활용되던 곤충 자원은 식품, 사료, 의약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곤충 산업이 매년 성장하며 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가정에서 기르는 닭 사료로 많이 이용되는 '밀웜'
가정에서 기르는 닭 사료로 많이 이용되는 '밀웜'

◆식용 곤충 거부감 감소...곤충 단백질 산업 5년간 145% 성장 전망

국제 곤충식품 및 사료기구(IPIFF)는 지난 2019년 기준 세계 곤충 식품시장 규모가 8억 8,200만 달러(약 1조 1,807억 원)에서 오는 2024년 21억 640만 달러(약 2조 8,040억 원)으로 성장해 5년간 총 14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곤충 식품시장이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식용 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독일 유통업체 '비건즈(Veganz)'가 소비자 2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6%가 '위생 및 외관상의 문제가 없다면 곤충을 섭취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올해 4월 영국 시장조사기관 '원폴(Onepoll)'이 영국,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7%가 '환경 및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면 곤충을 섭취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곤충 식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소비자의 식용 곤충에 대한 인지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성인 387명을 대상으로 식용 곤충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식용 곤충 7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8.6%가 '식용 곤충의 영양가가 높을 것 같다'라고 답했으며 절반가량은 식용 곤충 섭취 경험이 있었다. 식용 곤충을 섭취하지 않는 이유로는 '굳이 먹을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4.1%로 가장 높았고 '외형이 불편해서(36.8%)', '위생과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10%)'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 결과를 보면 곤충 산업이 식품보다는 동물 사료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소비자가 곤충의 식품 가치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식량부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과 위생 및 외관상에 대한 우려 등 인식 문제로 실질적인 섭취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김미정 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사육이 어렵지 않아 대체단백질로서의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라며 "곤충 식품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곤충에 대한 소비자 인식 문제가 반드시 극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충 식품 섭취가 대중화되지 않은 현 상황과 달리 식량 수요가 최대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오는 2050년에는 곤충 식품 섭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 곤충식품 및 사료기구(IPIFF)는 지난 2020년 6천 톤 가량이었던 유럽의 연간 곤충 단백질 생산량은 오는 2030년에는 200만~500만 톤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극심한 인구증가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량위기 대안으로 식용 곤충을 제시한 바 있다. FAO는 영양과 생산량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곤충이 단백질 공급 및 식량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바다의 바퀴벌레'라고 불리며 혐오식품으로 여겨졌던 바닷가재가 고급 요리로 자리 잡은 것처럼 미래에는 곤충이 인기 식품으로 거듭날지도 모를 일이다. 

 

◆유럽연합, 곤충 식품 '노블 푸드' 포함...곤충 산업 활성화 나서는 세계 각국

곤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도 활발하다. 벨기에는 지난 2013년 귀뚜라미, 메뚜기, 밀웜, 나방, 누에 등 10가지 곤충을 식용 곤충으로 허가하는 식용 곤충법을 마련해 유럽 최초로 식용 곤충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곤충의 식품 안전성과 영양향적 가치가 우수함을 인정한 유럽식품안전청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주목됨에 따라 유럽연합(EU)도 지난 2018년 곤충 식품을 신식품 '노블푸드(Novel Food)'로 정의하고 판매를 허가했다. 지난해에는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등을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식품으로 승인한 바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식용곤충이 식품 안전성과 영양향적 가치가 우수함을 공표하고 "밀웜이 유럽 식탁에 등장할 첫 번째 곤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곤충기능 이용기술 개발연구를 국가 생명공학 연구의 중요과제로 선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곤충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약 2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식∙약용 소재로서 곤충을 이용하기 위한 유전자 해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산∙학∙연이 연계해 곤충 산업 관련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0년 '곤충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곤충 산업 활성화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는 2025년까지 곤충∙양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식용∙사료용 곤충 거점단지 구축, 곤충 스마트 사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지난 2019년 900억 원 수준이었던 산업 규모를 오는 2025년 1,40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주목받는 곤충 산업, 국내외 여러 기업 곤충 산업 개척 나서

곤충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본격적인 곤충 단백질 대중화에 나서는 국내외 기업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4억 달러(약 5,499억 2천만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프랑스의 곤충 농업 기업 '인섹트(Ynsect)'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운영 중인 곤충 농장에 이어 최대 20만 톤의 곤충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직 곤충 농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3월 미국 밀웜 생산 업체인 '조드 프로듀서(Jord Producers)'를 인수해 미국 시장 진출에도 나선 인섹트는 최근 유럽에서 밀웜 판매 승인을 받는 데도 성공해 유럽 시장에서도 곤충 단백질 제품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캐나다의 식용 곤충 제조 스타트업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Aspire Food Group)'은 인공지능과 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해 단백질 분말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 5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귀뚜라미 생산 자동화 공장 건설을 완료한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은 매년 9천 톤의 귀뚜라미를 생산할 계획이다.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에는 국내 식품 기업 롯데제과가 올해 초 100억 원을 투자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런던에 위치한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의 귀뚜라미 생산 자동화 공장 조감도 (이미지 출처 :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
런던에 위치한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의 귀뚜라미 생산 자동화 공장 조감도 (이미지 출처 :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이 곤충 단백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농식품부의 '2021년 곤충 산업 실태조사' 결과 곤충업 신고 업체는 3,012개소로 전년 대비 139개소(4.8%) 증가했다. 곤충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더 많은 기업이 곤충 사업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곤충 단백질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는 그린바이오 식품 소재 전문 기업 '케일(KEIL)'이 있다. 아시아 최초로 식용 곤충 대량사육 자동화 스마트팜을 구축한 케일은 밀웜의 단백질을 추출한 대체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미정 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곤충 단백질 대중화를 위해 곤충을 파스타면, 스낵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해 생산∙판매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소비자 인식 문제 등으로 곤충을 활용한 여러 제품군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기호 문제 극복이 쉽지는 않겠지만 국내외 정부와 여러 기업이 곤충 단백질을 미래 식량원으로 주목하고 곤충 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곤충 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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