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푸드〈2〉곤충 단백질]②곤충 단백질,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선택...세계인은 이렇게 먹고 있다
[퓨처푸드〈2〉곤충 단백질]②곤충 단백질,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선택...세계인은 이렇게 먹고 있다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2.09.30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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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200kg 생산 시 이산화탄소 24kg 발생…곤충 단백질은 불과 0.7kg 
가축 사료, 곤충으로 대체하면 대두 연간 50만 톤 이상 줄일 수 있어
귀뚜라미 파우더부터 딱정벌레 맥주까지...눈길 끄는 다양한 곤충 식품 속속 등장 

[편집자 주] 기후변화와 동물복지 이슈로 지금까지의 육류 생산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다양한 대체 단백질이 시장 영향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가 곤충 단백질이다. 단백질과 무기질 함유량이 높고 무엇보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곤충이 과연 대중의 선택을 받는 퓨처푸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 국내외 곤충 단백질 시장 현황과 대표 기업, 각국의 곤충 단백질 산업 육성 정책 등을 3회에 걸쳐 집어본다.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곤충 단백질은 지속 가능한 식량 자원 및 가축 사료로 주목받고 있다.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며 가축 사료로서 생산이 용이하고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여러 기업이 이미 곤충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곤충 관련 식품이라고 하면 혐오스러운 비주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맛은 물론 비주얼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가축 사료로 많이 이용되는 '밀웜'
가축 사료로 많이 이용되는 '밀웜'

◆이산화탄소, 소고기 200kg 생산 시 24kg 발생…곤충 단백질은 0.7kg 불과 

곤충 단백질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장 가치가 크다.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고기 200kg을 생산하는 과정에선 24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같은 양의 식용 곤충을 생산하는 데는 0.7kg의 이산화탄소만이 발생한다. 생산 과정에서 각각 5.7kg, 4.1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닭고기와 돼지고기에 비교해도 훨씬 적은 양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0년 보고서에서 전체 탄소 배출량의 16.5%가 가축 사료 생산, 분뇨 처리 등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중 61% 이상이 육류 제품과 관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육류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곡식과 물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가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6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약 15억 7천 만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 소들의 방귀나 트림으로 연간 약 1억 500만~1억 8,000만 톤의 메탄이 배출됐다.

곤충은 가축처럼 분뇨나 장내 발효로 인한 탄소 배출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곤충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을 넘어 부산물 활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도 만들 수도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바닝겐 대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식물과학동향(Trends in Plant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식용 곤충의 부산물에는 곤충이 허물을 벗을 때 남는 탈피각과 배설물이 있는데 두 가지 모두에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가 함유돼 있어 기존 비료나 농약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작물 재배나 식품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먹여 곤충을 키우고, 곤충 허물과 배설물울 다시 작물 재배에 활용하면 식량 생산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축 사료, 곤충으로 대체하면 대두 연간 50만 톤 이상 줄일 수 있어

FAO는 지난 2013년 곤충이 식량 뿐만 아니라 가축 사료 부족 문제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FAO는 이 같은 근거로 곤충이 사료 생산에 이용되는 작물 대비 성장이 빠르고 재생산에 용이하며 사료 효율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곤충에는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단백질인 조단백질이 최대 63%, 기름 성분은 최대 36% 함유돼 있어 이를 가축 사료에 첨가하면 기존 첨가물인 대두박이나 어분을 최대 100%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두 생산량의 75%가 가축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대두 생산량의 75%가 가축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해, 영국 축산업계가 곤충 사료를 사용하면 오는 2050년에는 50만 톤 이상의 대두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WF에 따르면 대두 생산량의 75%가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15만 헥타르의 땅이 대두 생산을 위해 개간되고 있다. 가축 사료를 곤충으로 대체하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산림파괴를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5년 곤충을 가축 사료로 대체하는 '프로테인섹트(PROteINSEC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돼지 농가에 사료 생산용 컨테이너 두 개를 설치하고 한 곳에서는 닭 배설물을 먹여 집파리를 키우고, 다른 한 곳에서는 파리가 깐 알에서 나온 구더기를 길러 돼지 사료로 사용했다. 버려지는 유기물을 먹여 곤충을 길러 특별히 다른 자원 없이도 생산이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곤충이 가축 사료로 대체되면 사료 생산을 위한 수입 원료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사료 생산에 사용되는 작물 수확량이 줄고 사룟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들판에서 재배돼 계절과 기후에 영향을 받는 대부분의 작물 식물과 달리 곤충은 1년 내내 실내에서 사육이 가능해 가축 사료로 대체하면 사료 원료 수급 안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귀뚜라미 파우더부터 딱정벌레 맥주까지...눈길 끄는 다양한 곤충 식품 속속 등장 

해외에서는 곤충을 재료로 한 다양한 식품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미국의 단백질 바 제조 기업 '엑소(Exo)'는 지난 2014년 초 귀뚜라미 단백질 바를 출시해서 한 해에만 1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었다. 엑소는 스무디나 각종 소스에 첨가해 즐길 수 있는 귀뚜라미 파우더도 판매하고 있다. 

딱정벌레 애벌레를 패티에 넣어 만든 버거 (이미지 출처 : 버그 파운데이션)
딱정벌레 애벌레를 패티에 넣어 만든 버거 (이미지 출처 : 버그 파운데이션)

독일의 '버그 파운데이션(Bug Foundation)'은 지난 2018년 딱정벌레 애벌레를 패티에 넣은 버거를 출시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먼저 선보인 후 현재는 독일 슈퍼마켓까지 판매 범위를 넓혔다. 버그 파운데이션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버거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뚜라미를 넣어 반죽해 만든 파스타 면 (이미지 출처 : 버그솔루틀리)
귀뚜라미를 넣어 반죽해 만든 파스타 면 (이미지 출처 : 버그솔루틀리)

귀뚜라미를 넣어 반죽해 만든 파스타 면도 눈길을 끈다. 태국 식품 기업 '버그솔루틀리(Bugsolutely)'는 식용 곤충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위해 곤충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소스에 곁들여 먹는 파스타에 주목했다. 파스타 면에는 귀뚜라미 가루 20%가 함유돼 있다.

독일의 또 다른 곤충 파스타 제조 기업인 '플루멘토 푸드(Plumento Foods)'의 다니엘 모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곤충 파스타 면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강조하며 "종종 제품 수급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제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고, 특히 제품을 꾸준히 반복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곤충과자 자판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가노현 다카모리 마을의 한 캠핑장에 처음 자판기가 설치된 지 한 달 만에 약 500개 상품이 판매됐다. 일부 상품이 매진되는 등 곤충과자 자판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판기를 이용하기 위해 멀리서부터 소비자들이 찾아올 정도. 자판기에선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스낵바, 식용 곤충에 마요네즈와 고추 가루를 가미한 과자 등 총 10가지 종류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누에를 갈아 반죽해 만든 빵 (이미지 출처 : 베이커리 파스코)
누에를 갈아 반죽해 만든 빵 (이미지 출처 : 베이커리 파스코)

베이킹에도 곤충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베이커리 파스코'는 귀뚜라미를 갈아 만든 밀가루를 이용한 홈베이킹 키트와 누에를 반죽에 활용한 빵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덜 수 있도록 누에를 미세 가루로 분쇄해 반죽을 만들고 버터와 레몬 향을 첨가했다. 

곤충은 증류주, 맥주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벨기에의 곤충 식품 제조업체인 '니마베르트(Nimavert)'는 밀웜을 가미해서 만든 증류주를 판매하고 있고, 벨기에의 '비틀즈 비어(Beetles Beer)'는 딱정벌레를 끓여 만든 분말을 넣어 쓴 맛이 감도는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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