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채굴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든 주얼리 제품, 이른바 '지속 가능한 보석'이 대중화를 맞을 수 있을까? 세계 최대 주얼리 그룹 '판도라(Pandora)'가 실험실에서 만든(Lab-created diamonds) 합성 다이아몬드 브랜드 '판도라 브릴리언스(Pandora Brilliance)’를 다이아몬드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 론칭한다.
판도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5일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269개 판도라 매장에서 브릴리언스 제품을 정식 판매한다고 밝혔다. 제품 가격은 300달러(약 40만 원)부터 시작되며 다이아몬드 무게는 0.15캐럿부터 1캐럿까지다.
이번 북미 진출은 브릴리언스 브랜드의 첫 번째 해외 진출로 그동안은 영국에서만 파일럿 판매가 이뤄졌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 규모는 840억 달러(약 113조 원)으로 북미는 다이아몬드 수요가 가장 큰 시장이다.
브릴리언스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캐럿 당 8.17kg CO2e(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배출량으로 환산한 양)로 채굴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95% 적다. 생산에는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친환경성을 더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였지만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채굴 다이아몬드와 광학적, 화학적, 물리적으로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등급 역시 기존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게 컷, 색상, 투명도, 캐럿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판도라는 지난해 5월 브릴리언스 브랜드를 론칭하며 채굴 다이아몬드 판매를 완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판도라의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연간 5만여 개 수준으로 판도라는 이 수요를 실험실 다이아몬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가장 먼저 다이아몬드 채굴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1캐럿을 채굴하기 위해선 6.5톤(t)의 지면을 깎아내야 한다. 물 사용량은 500리터(ℓ)에 이른다.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해 이뤄지는 산림 벌채와 토양 침식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수자원 오염도 발생한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채굴을 하지 않아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사용되는 전력도 적다. 1캐럿 생산을 위한 물 사용량은 18.5ℓ 수준이다.
판도라는 만약 미국에서 판매되는 다이아몬드를 채굴이 아닌 실험실 다이아몬드로 모두 대체한다면 탄소배출량을 연간 600만 톤 CO2e 줄일 수 있으며 이는 뉴욕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채굴 광산에서 자행되는 심각한 인권 유린도 문제다. 현재 채굴되는 다이아몬드의 절반 가량이 아프리카에서 채굴되고 있는데 아동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돼 왔다.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채굴 다이아몬드 사용이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판도라의 판단이다.
판도라는 실험실 다이아몬드와 함께 100% 리사이클(recycle) 금과 은 주얼리 제품도 선보였다. 실험실 다이아몬드 0.15캐럿을 사용한 저가라인 리사이클 은반지는 탄소배출량을 2.7kg CO2e로 낮췄다. 이는 티셔츠 1장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판매가는 300달러(약 40만 원)다. 실험실 다이아몬드 1캐럿을 사용한 고가라인 14k 리사이클 금반지는 탄소배출량을 10.4kg CO2e로 낮췄다. 이 제품의 가격은 1,950달러(약 261만 원)다. 판도라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주얼리 제품에서 리사이클 금과 은을 사용할 계획이다.
알렉산더 라식 판도라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적인 주얼리 제품을 더 큰 시장에 선보이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기존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브릴리언스 제품이 주얼리 산업의 미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