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복 몰토베네 오너셰프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메뉴 개발해야”
이수복 몰토베네 오너셰프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메뉴 개발해야”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2.08.1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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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업체·레스토랑, 특정 부위 선입견 버릴 수 있도록 방향성 제시해야
몰토베네, 다양한 부위 이용한 가공육 만들어 소비자에게 선보일 것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부위는 다르겠지만 원육의 특징을 살리는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한 요리로 폭넓은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수복 몰토베네 오너셰프
이수복 몰토베네 오너셰프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몰토베네의 이수복 오너셰프는 국내와 해외의 돼지고기 소비에 대한 가장 큰 차이점으로 '비선호 부위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퍽퍽한 식감의 부위보다 삼겹살, 목살 등 부드러운 부위를 선호하는 반면 외국에서는 비선호 부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 육류 소비가 특정 부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삼겹살 1kg당 평균 도매가격은 1만 7,000원, 뒷다리살은 1kg당 4,950원으로 가격 차이가 3배 이상이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삼겹살보다 뒷다리 부위가 더 많이 나오는 데 비해 삼겹살, 목살처럼 구이용 부위의 소비량이 많은 것이 이 같은 가격 차이의 원인이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알마(ALMA)에서 공부한 후 현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라 페카(La Peca)'에서 경험을 쌓은 이 셰프는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모든 부위를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비선호 부위를 활용할 수 있는 조리법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돼지 지방의 경우 삼겹살과 돼지기름을 제외하고는 보통 버리는 부위로 취급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염장과 숙성 과정을 거쳐 '라르도(Lardo)'라는 또 다른 인기 요리로 탄생한다. 라르도는 돼지 등 쪽 지방을 잘라내 소금과 향신료에 절인 것으로, 빵에 치즈처럼 올려 먹거나 스테이크와 곁들이면 요리에 풍미를 한층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셰프는 "국내에서도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한다면 소비자 인식을 개선해 비선호 부위 소비 확대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와인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식 소시지 '살라미'를 추천했다. 살라미는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를 소금과 향신료 등으로 절여 저온에서 장시간 건조해 만든 소시지로 특히 와인과 잘 어우러진다.

이 셰프는 "와인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살라미로 비선호 부위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기가 지닌 본연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선호 부위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이 셰프는 국내 육가공업체와 레스토랑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특정 부위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 메뉴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여러 부위를 즐길 수 있게 방향성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기를 주로 구워 먹는 현재의 국내 육식 문화에서 벗어나 여러 조리법을 소비자에게 주도적으로 제안해 비선호 부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몰토베네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몰토베네

이를 위해 몰토베네는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염장한 이탈리아 현지 가공육 프로슈토 같이 국내 원육의 여러 부위를 이용한 가공육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 셰프는 "식품업계 노력 없이는 소비자의 육류 소비 성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한 요리 개발과 더불어 양질의 원육 브랜드화 등 여러 방안이 수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원육이 브랜드화된 사례로 초원에서 건강하게 자란 스페인 토종 돼지 '이베리코'를 들었다. 이베리코는 국내에 삼겹살이 거의 수입되지 않아 비선호 부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국내 소비자가 식용 돼지에도 품종이 있고 사육 방식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 셰프는 "국내 돼지고기 소비 시장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형태가 한정적이라는 점이 매우 아쉽다"라며 "더욱 다양한 형태의 원육이 생산되고 다양한 원육을 안정적으로 소비하는 가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돼지고기 소비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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