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대의 펫과 함께]④닭의 동물복지 시대가 옵니다
[권중대의 펫과 함께]④닭의 동물복지 시대가 옵니다
  • 오피니언
  • 승인 2022.08.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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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좁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 대량 사육...닭 움직임·고유 습성 제한
英·EU 등 배터리 케이지 사육 금지...美 등 세계적 확산
우리나라 '살충제 계란 사태'로 배터리 케이지 문제 인식...2025년부터 최소 면적 0.075㎡로 케이지 확대
우리나라, 동물복지 인증 농장 크게 늘어...자연 방사로 닭 동물복지 강화 희망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인간이 당연히 가지는 기본 권리인 인권은 국민의 삶의 질과 소득수준 성장에 비례해 발전한다. 국민 소득수준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도 인권은 국가 존립의 최고 가치다. 인권이 발전하고 성숙하면서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동물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권에 대한 이슈와 논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권은 인권을 확장한 개념으로 동물도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개념이다.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뉴스와 사회 이슈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동물권이란 단어가 생소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함께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인정하며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즐겨 먹는 육류 고기는 과연 동물권을 잘 보장받으며 우리 식탁까지 올라온 것일까? 동물권이 있는 동물을 우리가 함부로 맛있게 먹어도 되는 것인가? 살짝 혼란이 올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히 지금 이 시간에도 동물권을 존중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동물권 실천을 위해 우리는 동물복지제도를 통해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 본능과 고유한 습성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살아있는 동안은 극심한 공포나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동물복지는 현실적인 원칙이다. 사람의 통제하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이 기본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고 제도를 마련해 가는 것이다.

동물복지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이성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베풀어야 할 자비이며 인간을 돕고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인기 식품인 닭을 동물복지 관점으로 조명해 보자.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
배터리 케이지에서 대량 사육되는 닭들

동물복지란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인 1970년대 우리나라에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사육방식이 도입됐다. 이는 1930년대 개발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가장 성공한 대량 사육 방식으로 그 모습이 전쟁터에서 바짝 붙어서 쌓여있는 여러 개의 동일한 포열(Battery)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방식은 좁은 면적에서 대량 사육이 가능하고 닭의 움직임을 제한해 소비에너지는 물론 사료 섭취량도 줄여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어 현재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물복지 측면에서 본다면 큰 문제가 있다. 닭의 고유의 습성인 모래 목욕, 높은데 올라가는 습성, 쪼기, 날갯짓하기 등을 할 수가 없고 한번도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걷지도 못한 채 A4용지 크기의 케이지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자연 상태라면 10년은 더 살 수 있겠지만 매일 잠 안 자고 알을 낳기 위해 밝은 빛을 종일 바라봐야 한다. 매년 360개 정도의 알을 낳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2년도 채 살지 못하고 죽게 된다. 또, 좁은 공간에서 밀집 생활을 하다 보니 폭염으로 해마다 수백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하며 전염병이라도 발생하면 폐사 숫자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은 지난 2012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전면 금지했고 세계적으로 금지 정책이 확산돼 스위스, 캐나다 매니토바주, 미국 미시건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도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7년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이른바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케이지 금지와 개선에 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는 닭은 모래 목욕으로 스스로 진드기를 예방할 수 없어 살충제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동물복지 농장에서 살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태가 계기가 돼 기존에 0.05㎡였던 케이지 최소 면적을 0.075㎡으로 개정하는 축산법이 통과됐고 개선된 축산법에 의거해 계도 기간을 거쳐서 오는 2025년 9월 1일 이후에는 0.05㎡의 케이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계란 난각 표시제 설명(이미지 출처 : 식약처)

지난 2019년부터는 계란 고르는 기준을 정하는 난각 표시제가 시행됐다. 산란일과 농장 번호, 사육환경을 숫자로 표시한 것인데 계란에 숫자코드가 새겨진 것을 마트에서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열된 숫자의 맨 마지막 숫자는 사육환경에 따라 1번에서 4번까지로 표기된다.

1번은 자연 방사에서 키운 닭의 계란, 2번은 케이지에서 키우지 않고 실내에서 건강한 닭이 낳은 계란, 3번은 개선된 케이지 0.075㎡에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 4번은 배터리 케이지 0.05㎡에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이다. 그러니까 4라고 달걀은 0.05㎡ 크기의 배터리 케이지에 있는 암탉이 낳은 계란이라는 뜻이다. 닭이 최소한 날개를 펼치려면 0.065㎡의 공간이 필요한데 0.05㎡는 너무나도 불편하고 작은 크기다. 인간에 비유하면 평생을 공중전화 부스에서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꼴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계란 일일 평균 공급량은 4천만 개 정도이고, 일일 계란 소비량은 4,300만~4,500만 개 정도다. 6,500만 마리의 산란계가 매일 4,270만 개의 계란을 낳는 셈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 보다 많은 산란계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알을 낳고 있다.

자연 방사돼 사육되는 닭들
자연 방사돼 사육되는 닭들

점진적으로 모든 산란계가 자연과 더불어 자연 방사된 공간에서 스트레스 없이 면역력 강한 상태로 건강한 계란을 낳기를 희망한다. 여유 있는 넓은 공간의 개선된 케이지에서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생활한 닭이 낳은 계란은 왠지 기운과 에너지도 좋을 것 같다.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사육하는 동물복지 축산인증 농장이 지난 2016년엔 114곳에 불과했으나 2022년 7월 기준으로 약 380곳으로 3배이상 증가했다. 동물복지 축산 인증 농장이 늘어나는 만큼 케이지가 아닌 자연 방사된 공간이나 평사에서 키우는 컨디션과 면역력이 좋은 건강한 닭의 수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남미 칠레의 대표적인 무곡으로 닭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쿠에카'라는 전통 춤은 남녀가 서로 손수건을 흔들며 사랑을 속삭이는 구애춤으로 칠레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닭이 좁은 닭장을 벗어나 드넓고 푸르른 벌판에서 활짝 펴진 멋진 날갯짓으로 구애하며 춤을 추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에 대한 범국민의식과 수준도 열정적인 '쿠에카'처럼 유쾌하게 개선되고 발전해 나아가길 바란다. 

권중대 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localhq@naver.com

[필자 소개] 권중대 대표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전공 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했다. 인간복지 실현을 위한 동물복지 실천이 중요함을 알게 돼 한국동물복지협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육군 장교(ROTC) 출신으로 퇴역군견과 특수견이 임무수행 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명예동물양로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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