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③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숲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③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숲
  • 오피니언
  • 승인 2022.07.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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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 배출...한 해 옷 330억 벌 버려져
패션 업계, 지속 가능한 소재 전환 시급...산림 출처 재생섬유가 대안될 수 있어
산림 출처 재생섬유도 불법 벌목이라면 문제...재생섬유 소재 인증 확대해야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패션산업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환경을 위협한다. 지난해 세계 경제 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 건축 다음으로 패션 산업이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의 발달로 2주에 한 번 신상품이 출시되고, 우리가 자주 옷을 사는 만큼 버려지는 옷들은 늘어나고 있다. 한 해에 버려지는 옷은 약 330억 개로 이러한 옷들은 재활용되기보다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섬유 생산, 원단 제작 과정에서 많은 물과 에너지, 화학약품이 사용된다. 특히 섬유 제작과 염색에 사용되는 케미컬(chemical)은 폐수처리가 잘되지 않을 경우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작업자나 인근 주민의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합성섬유를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1억 톤이 넘는 섬유를 제작하는 일은 자원 고갈 문제도 야기한다. 합성섬유는 재생 불가능한 석유 자원으로 만들어지고, 면섬유는 식량 재배로 사용되어야 할 토지와 관개로 경작된다. 유통 과정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만만치 않다.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원재료인 섬유에서 실, 원단은 가장 저렴한 생산지를 찾아 상당히 긴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 정도가 패션 산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렇듯 환경에 부담을 주는 패션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풀어야 하는 큰 과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Company)가 패션업체 최고책임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가장 큰 과제는 친환경 소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조사됐다. 현재 파타고니아와 같은 브랜드가 친환경 소재 사용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현 상황에선 대형 브랜드기 앞장서 지속 가능한 소재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지속 가능한 소재에서 패션 소재와 숲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숲에서 나오는 재생섬유가 진정 지속 가능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합성섬유와 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재생섬유는 숲의 나무에서 만들어진다. 재생섬유는 부드러움, 흡수성, 순수함 등의 좋은 특성으로 의류뿐 아니라 침구, 물티슈, 마스크 팩, 신발 등의 소재로 선호된다. 비스코스 레이온, 모달, 리오셀, 아세테이트가 재생섬유에 속한다.

그렇다면 모든 산림 출처의 재생섬유는 농작물인 면섬유나 석유자원으로 만드는 합성섬유보다 지속 가능하고 환경에 부담을 적게 주는 섬유일까? 이 대답은 그 산림이 어떤 숲인지에 따라 다르다.

어떤 숲인지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게 관리된 산림에서 벌목한 것이라면, 쓰는 만큼 나무가 심어져서 원료 고갈 없이 순환될 수 있으므로 환경에 이득이 된다.

그러나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며 반드시 보호돼야 할 고대 원시림, 천연림을 훼손한 불법 벌목의 산물이라면 환경에 막대한 손실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천연림을 훼손해 생산한 펄프의 상당량이 종이뿐 아니라 재생섬유 생산에 사용된다고 한다. 만약 의류 브랜드나 소비자가 원료 출처를 묻지 않고 구매한다면 산림 파괴는 지속될 것이고 소비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산림파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를 막기 위해 비영리단체의 주도하에 패션업계가 움직이고 있다. ‘영원히 푸른 숲을 위한 패션계의 약속’ 프로젝트는 FSC가 론칭한 캠페인이다. 이에 동참한 브랜드는 재생섬유 소재 구매 시 인증 원단을 사용하고, 2025년까지 FSC 인증된 옷을 출시하기로 약속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랜드가 레이온 블라우스를 만들 때 원단 업체에 FSC 인증 원단을 요구하면, 그 업체는 인증된 숲의 나무를 쓰게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불법 벌목이나 산림파괴 업체 제품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의 약속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다. 옷을 고를 때 가격, 디자인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만든 제품을 선호하고, 인증에 대해 이해하고 기꺼이 숲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선택할 때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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