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환 한국비건심사평가원 원장 "장기적인 비건 사업 발전 위해 비건 표준화 필요"
배양환 한국비건심사평가원 원장 "장기적인 비건 사업 발전 위해 비건 표준화 필요"
  • 윤현지 기자
  • 승인 2022.07.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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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제 정착, 비건 산업 저변 확대·소비자 신뢰 제고 위해 필수
비건 인정, 제품·서비스 없이 확장 중...표준 제정 위해 인프라 구축해야
글로벌 비건 인증 아직 없어...K-비건 표준으로 글로벌 선도 가능

[데일리원헬스=윤현지 기자] “과거에는 식이법의 하나로 채식을 중시하는 채식주의자가 비건 소비자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육식을 즐기면서도 비건 화장품을 선호하거나, 식품이나 화장품은 제한 없이 구매하지만 의류만큼은 비건 패션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부문에서만 선택적으로 비건을 선호하는 소비자 그룹인 '어댑테리언(Adaptarian)'이 증가하면서 비건 산업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증제 정착은 비건 산업의 저변 확대와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비건심사평가원이 명확하고 신뢰도 높은 인증제 운영으로 국내외 비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습니다.”

배양환 한국비건심사평가원장.
배양환 한국비건심사평가원장.

배양환 한국비건심사평가원장은 비건 산업 성장을 위해 공신력 있는 인증제 정착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공신력 있는 ‘K-비건 표준’ 마련으로 한국비건심사평가원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비건 인증 운영 기관으로 만든다는 포부다.

지난해 11월 비영리기관으로 설립된 한국비건심사평가원(KOVEC)은 올해를 사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및 글로벌 차원의 장기적인 비건 산업 발전을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고 표준화된 비건 인증요건, 비건 적격에 대한 과학적 검증 방법 등을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초대 수장을 맡은 배 원장은 신용평가 전문기관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 한국신용평가정보 시스템 부장, NICE 평가정보 본부장 및 기술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국민건강진흥재단 운영 이사와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 감사로도 활동 중이다.

배 원장은 그동안 신용평가기관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증제 표준 확립과 저변 확대를 이끈다는 각오다.

국내 비건 인증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9년 5월 '한국비건인증원' 운영을 종료한 이후 민간 기관의 자율 인증 체계로 전환됐다. 국내에는 비건 산업을 별도로 육성·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없으며 식품, 화장품, 의약품, 생활용품, 외식업 등 각 산업군 별로 해당 주무관청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부기관의 경우, 소비자 차원의 비건 관련 협단체가 일부 활동하고 있으나 생산자 및 산업 차원의 활동단체는 없다.

기관은 K-비건 표준 제정, 과학적 검증 방법 도입, 적합성평가 절차 수립,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 구축, 인증 및 인정 제도 정비, 글로벌 비건 기관 연계, 전문가 교육 및 연구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비건 관련 정보 제공 및 교육 부문 사업도 추진한다. 비건 교육에는 비건 제조사를 위한 실무교육과 함께 비건 전문가를 위한 심화 과정이 포함된다. 또, 해외 기관 연계를 통한 공동교육 프로그램 론칭, 해외 전시회 지원, 비건 제품 수출 프로젝트 등이 계획돼 있다.

한국비건심사평가원 인증로고.
한국비건심사평가원 인증 로고.

대부분의 ‘인증’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제도화된다. 제일 먼저, 특정 요건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존재한다.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제조사나 공급사는 ‘자체 선언’ 형태로 해당 요건의 충족을 주장한다. 하지만 마케팅의 수단에 불과한 자체 선언으로는 충분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제조사나 공급사에서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 의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정형화된 절차가 인증이다.

배 원장은 ”비건 산업도 자체 선언에 머물렀던 수준에서 최근에는 점차 객관적인 인증이 필요한 단계로 접어 들었다”라며 “비건 인증의 탄생 이유가 제3자에 의한 객관적 검증인 만큼, 인증기관 역시 비영리기관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평가원의 비건 인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비건심사평가원에서 발급하는 인증은 총 4가지다. ‘비건(Vegan)’ 인증은 모든 원재료나 공정 등이 비동물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동물복지에 위배되는 테스트나 처리가 수반되지 않아야 한다. ‘플랜트-베이스드(Plant-based)’ 인증은 원재료 등 제조와 관련해 비동물성이 검증된 경우에 발급된다. ‘베지테리언(Vegetarian)’ 인증은 채식 소비자의 한 그룹인 락토 및 오보 베지테리언 대상 고객으로 한 인증으로, 주된 원료는 비동물성이지만 제한적으로 유제품이나 난제품이 사용된 경우가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인증은 전적으로 동물복지 관점에서 해당 제품의 제조에 어떠한 동물 학대나 테스트 및 처리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발급된다.

인증을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는 인증 신청서 접수 이후 서류심사가 이루어지며, 서류상 요건을 충족하면 제조 공장이나 영업장 감사를 실시한다.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공장 방문이 실시되지만 통상의 경우에는 온라인 원격감사로 진행된다. 이후 인증심사 패널을 통과하면 정식으로 인증서가 발급된다.

비건 인증은 크게 제품과 서비스로 나뉜다. 제품은 일정한 제조시설에서 정해진 원료와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의미한다. 주로 식품, 건강식품, 화장품, 위생용품 등이 해당된다. 인증 대상 제품 카테고리 역시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위에 열거한 주요 제품군 외에 의료용품이나 직물, 소재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동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소파, 비건 핸드백, 비건 직물 등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서비스 인증에는 매 서비스마다 일정하지 않은 재료가 사용되는 업종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비건 인증 서비스 업종으로는 비건 외식업을 들 수 있다. 외식업은 비건 식당, 케이터링, 기내식, 도시락 등으로 세분화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재료나 공정에 어느 정도 변형이 가능하지만 최종 결과물은 반드시 비건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국제식품대전에 참가한 한국비건심사평가원 배양환 원장.
서울국제식품대전에 참가한 배양환 한국비건심사평가원장.

한국비건심사평가원이 발급한 인증은 주로 식품 및 화장품으로 이 중에는 차 제품, 초콜릿, 건강식품 등 소비용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효소나 첨가물처럼 B2B 소재도 다수 포함돼 있다. 현재는 지난 6월 초 킨텍스에서 개최됐던 서울국제식품대전에서 인증을 요청한 약 50여 업체의 인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인증 사례로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오뚜기 계열사가 진행한 비건 참치 프로젝트 ‘오뚜기 언튜나(UNTUNA)'를 들 수 있다. 한국비건심사평가원의 비건 인증을 획득한 이 제품은 펀딩 마감 전인 7월 중순에 이미 목표치 2,000%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음 달 초 KOVEC 인증 로고가 부착된 제품이 펀딩 후원자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배 원장은 “한국의 비건 문화는 아직 초기여서 개념 이해 및 기본적인 인식이 아주 낮은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도 비건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정책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의 사업 활동 목표 중 ‘K-비건 표준 제정’에서 등장하는 ‘K-비건’이란 한국형 비건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제품 및 산업 구조를 감안한 적합한 비건 표준이다. 글로벌에서도 아직 단일화된 비건 표준이 없어 K-비건 표준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이 글로벌 비건 표준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게 배 원장의 판단이다.

배 원장은 “K-비건 표준 제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비건 산업에 대한 정확한 현황 인식 및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라며 “현재 국내 비건 산업은 급격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인 카테고리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단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 산업 관점에서 통합적인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해외, 특히 유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건 식품의 제품명 표기 이슈에 대해선 관련 단어의 사용 문제는 업계 이해관계가 아닌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밝혔다. 배 원장은 “언어는 태생적으로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고, 그것이 상표권의 대상이 아닌 한 특정 그룹의 이익이나 견해에 따라 독점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우유, 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이름 자체가 성분명에 해당하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제품화된다면 '소고기맛' 등으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라며 “이와 달리, 복합성분을 가진 제품인 버거, 소시지, 순대 등의 단어는 비건 제품명에서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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