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축산물 무관세, 농가 경쟁력 강화가 해법이다
수입 축산물 무관세, 농가 경쟁력 강화가 해법이다
  • 윤현지 기자
  • 승인 2022.07.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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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비용 낮추고 생산성 높이는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도입 필요
잘 나가는 日 와규·스페인 이베리코...경쟁력 높은 육종 개발해야
당일 배송·동물복지 등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축산물 관세를 0%로 결정했다. 사진은 고기를 고르고 있는 사람.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축산물 관세를 0%로 결정했다. 사진은 마트에서 고기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데일리원헬스=윤현지 기자] 정부가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할당관세 품목에 소고기와 닭고기, 분유 등 축산물을 포함하면서 축산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수입 축산물 관세를 0%로 낮추면서 수입 축산물 소매가격은 5~8% 하락할 전망이다.

당장 축산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관세 인하에 치솟는 곡물 사료값과 환경규제 등에 따른 시설 투자로 늘어난 농가 부채 등 농가 경영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를 낮추기 위한 정부 정책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농가가 수입 축산물 저관세 대응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가 비용 낮추고 생산성 높이는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도입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생산비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 해결은 물론 더 건강한 축산물 생산을 돕는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이 해답이 되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에서 개발한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은 축사에 설치된 CCTV로 가축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혈액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가축의 건강 상태를 진단, 각 농가에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개별 돼지의 활동성을 파악하는 팜스플랜 서비스 화면
개별 돼지의 활동성을 파악하는 팜스플랜 서비스 화면(이미지 출처 : 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은 효율적인 농장 관리와 개별 가축 건강 정보를 통해 가축 질병을 예방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한다. 농가는 항생제 사용을 줄여 생산비 및 관리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더 건강한 축산물 생산이 가능하다.

한국축산데이터에 따르면 팜스플랜 도입 농장은 도입 이전 대비 월 의약품비를 최대 65% 절감했으며, MSY(모돈 두당 연간 출하두수)와 PSY(연간 모돈 두당 이유두수)가 약 30% 증가했다. 돼지 한 마리 당 약 4만 원의 생산비를 절감한 셈이다.

의약품비 절감 뿐 아니라 빠른 가축 질병 파악으로 가축 폐사율을 줄이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을 사전에 탐지해 안전한 사육을 돕는다. 가축 행동을 관찰하고 이상 징후를 포착해 적시에 경고 메시지를 주는 일을 사람이 아닌 CCTV가 대신해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며 농가 운영비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우리 축산업계가 해외 축산물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폐사율을 줄이고 생산성을 늘리는 방식으로 농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 대표는 "기존에는 가축에 질병이 생긴 다음 진단했기 때문에 폐사율이 높았지만 팜스플랜은 데이터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폐사율을 낮출 수 있다"라며 "관세 인하 등으로 해외 축산물 대비 떨어진 가격 경쟁력을 축산테크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으로 상당 부분 대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잘 나가는 日 와규·스페인 이베리코...경쟁력 높은 육종 개발해야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맛 경쟁을 하려면 육종 개량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고기의 품질 개선을 위한 종자 개량 연구가 성과를 거두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얻고 있다.

고운 마블링이 특징인 일본 와규.
고운 마블링이 특징인 일본 와규.

일본의 와규는 마블링에 특화된 육종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은 토종 와규를 지키기 위해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호적을 만들어 관리하며 소의 비문을 축적해 순수 혈통을 보존한다. 또, 검은색과 갈색 털을 가진 토종 품종에만 와규 표시를 허락해 잡종과 구분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도 상당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일본은 높은 품질의 소고기를 생산하며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소고기 수출량은 약 7,879톤으로 2020년 약 2,845톤에서 약 2.7배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0년 약 289억 엔(약 2,753억 원)에서 2021년 약 537억 엔(약 5,116억 원)으로 약 85.8% 증가했다.

스페인의 이베리코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돼지 품종으로 도토리를 키워 먹이고 오랜 시간 비육기간을 거치면서 맛의 차이를 만들어낸 품종이다. 돼지를 키우는 방식에 따라 ‘베요타(Bellota)’, ‘세보 데 캄보(Cebo de Campo)’, ‘데 세보(de Cebo)’로 나누는 등 분류도 체계적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베리코 순수종을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금속 태그를 장착해 사육부터 상품화까지 모든 생애주기에서 추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백돼지를 이베리코 흑돼지로 속여 파는 ‘가짜 이베리코 사건’으로 인기가 줄어 들었지만, 월 판매량이 2015년 500kg에서 2018년 70여 톤으로 단시간 내 급성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1960년대부터 종돈 개량 연구를 시작했으며 종돈 회사와 국가 차원에서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통해 종자 개량 연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종자 개량은 축산물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에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일 배송·동물복지 등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 축산물에 대응하기 위한 고급화 전략도 필수다. 단순한 고급 브랜딩을 넘어서 동물복지를 강화하거나 도축 후 빠른 배송, 사료 특화 등 기존과는 다른 고급화 방법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빠른 배송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정육각.(이미지 출처 : 정육각 홈페이지)
빠른 배송을 통한 신선함을 강조하는 정육각(이미지 출처 : 정육각 홈페이지)

프리미엄 삼겹살을 판매하는 '정육각'은 도축한 지 1~4일 이내의 돼지고기를 작업해 하루 만에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정육각은 자체 물류 솔루션 ‘정육각런즈’를 통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등으로 소비자에게 고기를 빠르게 배송한다. 

자제 물류를 도입하면서 도·소매 등 불필요한 유통 절차를 줄여 가격 또한 기존 제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육각 자사몰 가입 회원 수는 2022년 5월 기준 120만 명을 돌파했으며, 한 달 이내 재구매 비율이 70%가 넘는 등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며 지난해 기준 약 2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건강한 돼지고기로 차별화를 꾀한 한국축산데이터의 '팜스플랜미트

앞서 소개한 한국축산데이터 역시 자사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 적용 농장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돼지고기 ‘팜스플랜미트’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에 따르면 팜스플랜미트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8,000팩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88%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물복지인증 제품은 신념과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가 늘어나면서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 현대백화점은 설 선물로 선보인 ‘동물복지 유기농 한우 선물 세트’ 판매율이 지난해와 비교해서 247.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첫 동물복지축산 한우농장으로 인증받은 전남 해남군 만희농장에서 키운 한우다. 동물복지축산 한우농장으로 인증받으려면 보통 사육환경보다 2.8배 넓은 면적에서 키워야 하고 소 전용 운동장 등을 마련해야 한다.

동물복지 한우 세트의 가격은 85만 원으로 다른 한우 세트보다 최소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높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가치 소비가 확산되면서 동물복지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구매가 늘고 있다"라며 "동물복지 준수가 새로운 제품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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