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①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서의 숲의 중요성
[권성옥의 숲과 사람 이야기]①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서의 숲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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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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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기후 위기는 이제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 않아도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문제다. 세계 곳곳에서 대기 오염과 기후 온난화 관련 뉴스가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케한 도심의 공기를 마시고, 코로나19로 2년 넘게 무너진 일상을 경험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다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이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전쟁이나 기아 보다 무서운,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푸른 지구를 재건해 내는 영웅적 세대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안일한 마음으로 과학 기술이나 선진국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면, 지금보다 훨씬 끔찍한 환경을 자식 세대에 물려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거나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지만 정작 그들이 살아갈 미래가 대기오염, 전염병, 홍수, 가뭄, 폭염 등으로 살 수 없는 환경에 처할 수 있는 위험에는 무감각하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에 치중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고 더 이상 그 과제를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숲을 보호하는 것이다. 유엔은 가성비 높고, 신속하며, 부작용이 없는 자연 기반의 기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산림을 언급했다.

나무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만들어 내면서 생장하므로 숲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창고와 같다. 지구 표면의 30%를 차지하는 산림은 매년 이산화탄소 24억 톤을 흡수한다. 탄소 감축이 시급한 현재 숲이 재조명 받는 이유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도 숲의 자원인 나무로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숲의 자원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종이 소재의 일회용 컵, 포장지, 박스 등에서부터, 신발 밑창, 요가 매트, 고무장갑, 자동차 타이어 등 천연고무를 사용한 제품, 심지어 레이온, 모달, 리오셀 소재의 의류나 침구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제품은 쉽게 생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고, 고갈되는 화석연료와 달리 자연의 순환고리 안에서 끊임없이 재생된다.

숲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6만 종의 나무와 양서류 종의 80%, 조류 종의 75%, 전 세계 포유류 종의 68%가 숲에서 살아가고 있다. 산림 파괴는 생물 다양성 감소도 문제지만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으로 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의 출현을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 70년간 우리나라 숲은 너무나 잘 보존되어 왔기에 우리는 산림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의 숲은 지금 연간 천만 헥타르, 1초에 축구장 크기 만큼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불법으로 목재를 얻기 위해 숲을 해쳤지만 지금은 식량 생산을 위한 농업과 목축업을 위해 숲이 파괴되고 있다. 특히 천연림은 손상되면 복구가 불가능한데,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자연림의 개간을 허용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숲의 파괴를 막고, 숲을 관리하려는 산림 단체의 활동으로 많은 사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가 최근 전 세계 15개국, 소비자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 80% 이상이 '종이나 목재 제품을 살 때 산림 파괴와 연관된 기업 제품은 사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86%는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제품을 사지 않겠다'라고 답했으며, 70%는 '가능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숲을 복원하기 위해 개인이 나무를 심기는 어렵다. 소비자로서 플라스틱 보다 산림자원 제품을 사용하고, 지속 가능한 숲에서 나온 제품을 구매한다면 보다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목재를 소싱할 것이다. 그 결과, 세계의 보다 많은 숲이 관리되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산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산림이 우리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는 허브 하몬드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산림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 s.kwon@fsc.org

[필자 소개] 권성옥 대표는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친환경 섬유회사인 오스트리아 렌징사 한국 지사에서장기간 근무했다. 3년 전부터 국제산림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산림에서 나온 친환경 섬유 텐셀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FSC인증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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